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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까마란자 데 떼라 Camaranza de Tera ~ 비야르 데 파르폰 Villar de Farfon /리오네그로 델 뿌엔떼 Rionegro del Puente : 18km 오전에 바에서 프랑스인을 만나고 요예오스 데 떼라Olleos de Tera까지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어제 앙헬이 알려 준데로 가니 까미노 사인이 나왔다. 떼라Tera 강을 지나 ,옥수수밭을 지나, 두 노부부가 산책삼아 앞에서 잠시 걸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번 까미노에 저렇게 잠시 같이 걷는 누군가가 있다니 혼자 걷는 외로움이 덜했다. 같은 길을 누가 같이 간다는 것도 위안되는 일이구나. 옥수수 밭을 더 지나 깔싸디야 데 떼라Calzadilla de Tera를 지났고 수로를 따라 옆 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2시였다. 라 뚜르차La Trucha 라는 바에서 다음 마을에 알베르게가 열었냐고 물어보았다. 주인은 알베르게가 열었을거고 여기서 5~6km 거리라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주스를 한잔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교회를 하나 지나 오르막길 그러더니 내리막길 이후에 거대한 호수를 담은 댐이 보인다. 이렇게 높은 지역에 댐이라니! 아름답고 웅장한 경치에 피곤함도 잠시 잊고 사진을 찍고 댐의 양쪽을 조르르 움직이며 구경을 했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 보니 사람이 만든 댐의 호수를 둘러나오는데 만 한참이 걸렸다. 아마 그 전 마을 아주머니는 한 번도 km 단위에 민감하게 뭘 재며 걸어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내가 지금 지나온 길만해도 족히 8km는 넘었다. 마침내 아름다운 작은 마을 비야르 데 파르폰Villar de Farfon에 도착했다. 작은 교회 옆에 계단이 있어 올라가서 오래된 멋진 종을 구경하고 내려왔다. 스페인 시골 곳곳마다 교회가 있는데 사람이 없어 거의 버려지거나 방치된 경우가 많다. 스페인은 800여년 간의 아랍의 통치를 벗어나고자 카톨릭을 이용해서 구심점인 마을을 만들었다.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아직도 카톨릭이 강세이긴 하지만 이렇게 퇴색되어가는 21세기를 애써 마을을 이룩했던 사람들은 생각이나 했을까? 시간만큼 강한 것은 없는 듯하다. 이런 저런 상념에 휩싸여 이 마을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큰 대문 안에 예쁜 정원이 있고 여기 사는 듯한 큰 개도 낯선 이가 신기한지 내 주변에서 땀 냄새를 한껏 맡았다. 조금 있으니 알베르게에 주인인 남아프리카인 크레이크가 나왔다. 문제는 알베르게 보수공사로 방에 짐이 다 차있고 지금은 열지 않는다는 거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주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할 즈음 크레이크가 차로 다음 마을인 리오네그로Rionegro에 데려다 준단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가서 산속을 걸어가기 부담이 됐다. 아마도 땀에 젖은 채 난감해 하는 내 표정을 읽은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리오네그로 델 뿌엔떼 Rionegro del Puente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아 겨울에도 순례자는 있건만 또 알베르게가 닫다니…. 순례 중 차에 타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만 이번 은의 길에서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면 최선의 선택을 하라는 교훈을 체험하는 것 같다. 그래도 매번 내 한 몸 뉘일 자리가 마련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상황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 받아들이는 방법은 까칠한 나를 좀 둥글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저녁에 이 마을 바에 가서 뜨끈한 스프를 시켜 먹었다. 내가 순례길에 알베르게다 닫힌 곳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84세라고 소개한 마누엘라가 이 시기에 열린 알베르게 리스트를 친철하게 찾아서 알려준다. 고맙다. 84세인데도 저렇게 정정한 데다 다정한 노부인이라니! 나는 어떤 노부인이 될까? 내일은 상당한 오르막길이 예고된 뭄바이로 간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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