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조직은 왜 수평적이어야 하나요?>
스타트업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가 허를 찌르는 질문을 받았다.
“왜 조직은 수평적이어야 하나요?”
좋은 질문이었기에 명쾌한 답을 드리고 싶었다.
“우선 리더가 똑똑하다면 꼭 수평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알아서 지시를 하고 일을 추진해 나간다면, 수직이나 수평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수직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리더가 똑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리더의 능력보다 조직의 고민이 클 수 있으니 한계가 있습니다.
조직의 지속가능을 위해서도 수평적으로 가는 것이 좋은 방향성 같습니다. 지시만 받고 일을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거든요. 리더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면 이 부분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평적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지요.
군대를 보면 생각보다 수평적입니다. 중대 내에서는 일병과 상병의 계급이 존재하는데 옆 중대 사람끼리는 병장도 이병한테 존대를 하니까요. 군대처럼 업무를 직접 지시하는 라인에서는 수직적으로 하되 스텝 조직 간에는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국 조직의 이윤 추구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뭐가 더 효과적, 효율적인지 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평적 문화가 대세다. 직급을 단순화하고 호칭을 프로나 매니저로 통일 중이다.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휴가도 무제한인 곳이 있으며 출근 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과거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근태가 중요했다. ‘출근은 일하기 위해 준비된 상태를 말하지 게이트를 통과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정신 교육을 받았으며 아프더라도 회사에 와서 아프다고 말하고 다시 집에 가야했다. 과장은 돼야 자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을 수 있었으며 회의 시간에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원이 꼭 과장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갓(god) 들어온 신입사원이 회의 시간에 말을 하고 택배를 받으러 슬리퍼를 신고 간다. 이런 수평적 문화에서 어떻게 업무를 지시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 수평적 문화에서 업무 지시를 잘 하려면?
첫째, 눈 높이를 맞춰야 한다.
어른과 아이가 있을 때 눈을 맞추려면 어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 경력 10년이 넘는 리더한테는 주니어들의 일하는 모습이 답답할 때가 많다. ‘왜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꼭 기억을 소환해야 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고, 나는 더 어리버리 했을 거야’ 라고 되뇌어야 한다. 리더가 일을 잘해서 리더가 됐을 수도 있지만 시행착오 하나 없이 리더가 되지는 않았다. 기다려줘야 하고 눈을 내리깔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알아서 잘 스스로 하는 직원은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 그렇게 생각해야 일이 된다.
그리고 ‘주니어 때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권력 간의 거리가 짧더라도 정보의 비대칭성은 존재한다. 그러니 리더가 가진 정보를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전달해 줘야 한다. 티타임보다는 커피챗으로 직원을 유인해 숨기고 있는 문제점도 들어야 한다. 수시로 자리로 찾아가 무엇을 하는지 슬쩍 보고 기억했다가 지나가면서 관심을 보이고 제발 알려달라고 눈으로 부탁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연차가 적은 팀원이 기획을 잘하고 전략적이며 리더십이 있다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나? 더 이상 리더가 필요없을 수 있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는 도와줄 일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기버(giver)가 돼야 한다. 아낌없는 티칭과 컨설팅, 가이딩, 멘토링, 코칭을 해주다 보면 내가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될 때가 온다. 다 때가 있다.
둘째, 알아야 한다.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보고가 핵심이다. 상사에게 어떤 사안, 이슈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받아내야 한다. 운영을 하는 것보다 의사결정을 받기까지가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과거 큰 조직에서 보고를 위해 2주 동안 버전 1.0부터 시작하여 1.1, 1.2, 1.3…2.7까지 간 적이 있다. 반전은 최종 보고 자료와 버전 1.0의 내용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사결정을 받고 나면 큰 일을 한 것처럼 회식을 했다. 지금 회사의 분위기에 딱 맞게 제안을 했고 상무님이 기분 좋은 때를 맞춰 보고를 했으며 결국 의사결정을 받아 낸 무용담으로 또 일주일을 보냈다. 능력자는 PPT를 잘 만들고 보고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운동장이 평평해졌다. 보고가 아니라 공유를 받는다. 공유의 목적은 리더에게 더 나은 아이디어, 계획, 방법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실행을 전제로 한다. 좋은 계획보다는 실행을 잘해야 회사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실행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잘게 쪼개는 애자일이 중요해졌다. 나눠서 생각하고 실행해 문제점을 찾고 다시 적용해보는 것이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게 리더가 알아야 하는 이유다. 알아야 지시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보탤 수 있으며 위험을 예측하고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업무를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이도 어리고 직무 전문성도 부족한 팀원에게 가르쳐 달라고 말하기는 콜라 없이 피자를 먹는 것 만큼 어렵다.
그런데 한 번 해보자. “내가 잘 모르겠는데 파악해서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가르쳐 주면 내가 이렇게 일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좀 더 고민의 깊이를 더해주세요” 라고 하면 생각보다 잘 가르쳐 준다. 그리고 리더가 알게 되면 일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알려주는 선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리더에게 내 일을 알려주면 회사의 변화가 생기고 때론 일이 줄어들기도 하며 고민하던 일이 해결된다면 알려주지 않을 직원은 없다.
셋째, 의미부여를 해야 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가며 하는 말이 있다. “꼭 살립시다.” 매번 하는 수술이지만 의사가 수술실에서 꼭 해야 할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리더의 역할도 이와 비슷하다. 리더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의해주고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채용이 되지 않으면 신규 사업이 시작될 수 없으니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인사는 리더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게 리텐션을 도와주니 더욱 중요하다. 복리후생은 회사에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복리후생 때문이니 중요하고 총무는 일할 수 있는 공간과 물품을 지원해 줘야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인터뷰를 한다 생각하고 일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가 기획하는 일이 유명해져서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방송이나 잡지의 기자가 와서 묻는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지 생각하고 일을 하자고 제안하자. 뻔한 말이지만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면 일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
넷째, 그라운드 룰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휴가는 이유를 묻지 않고 승인을 해준다던지, 퇴근 시간도 출근 시간과 마찬가지로 꼭 지켜주는 것이다. 또한, 재택을 지원해주고 퇴근 이후나 휴가 기간에는 절대 연락을 안하는 등 정한 규칙을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의도 일정을 정했으면 꼭 지켜야 한다.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리더의 시간에 맞춰 회의시간을 정했다. 그리고 리더만이 그 회의 시간을 변경할 수 있었다. 시간을 정하는 자유가 있는 사람이 리더였다. 그런데 수평적인 문화에서 업무를 지시하려면 회의가 필요한 리더가 팀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재택인지, 사무실 근무인지 체크 후 회의실을 예약해야 한다. 출근 시간 10분 전에 직원이 왔더라도 10분을 참고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업무 지시도 직무 중심의 인터뷰처럼 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눠야 한다. 면접 때 해서는 안되는 질문은 입사를 해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괜히 친하다 생각해서 관심있는 척하며 사생활을 자꾸 물으면 괴롭힘이 된다. 리더의 가장 큰 권한은 업무의 배분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업무 추진을 위해서 휴가나 근태 등은 룰을 정해 지켜주는 것이 핵심이다. 원온원 미팅에서 리더로서 꼭 물어야 하는 한 가지(one thing)는 “어떤 것을 지원해 주면 일을 더 잘할 수 있겠어요?”다.
수평적이나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리더십의 최대공약수는 ‘신뢰'다. 리더와 팀원간에 서로 신뢰만 있다면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대부분의 것이 허용된다. 신뢰가 있다면 리더도 팀원에게 밥을 사 달라고 할 수 있으며 팀원이 팀장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도 있다. 언젠가 팀원에게 “급여 품의 어떻게 되고 있나요?” 라고 질문을 했다. 그 때 팀원이 한 말이 기억이 남는다. “팀장님~ 이것은 제가 할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시고 팀장님이 하셔야 할 일을 해주셔요. 그래야 우리가 편합니다.” 기분이 나빴다가 좋아졌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했다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리더십 중 LMX(Leader Member Exchange) 이론이 있다. 리더와 팀원의 교환 관계의 퀄리티에 따라 내집단과 외집단이 생기고 내집단의 성과는 높아진다. 결국 외집단을 잘 봐야 한다. 자연스럽게 교환 관계에서 멀어져 있지만 내 안으로 끌어들여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른 회사에 가겠다고 하면 바로 보낼 수 있는 팀원이 있는가?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보이고 일을 줘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강점을 파악하고 인정과 칭찬, 격려, 배려를 무조건 줘야 한다. 먼저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평가는 그 다음이다. 아침에 출근해 익숙하게 노트북부터 켜지 말고 팀원과 진심으로 1분(one minutes)만 먼저 대화를 나누고 하루를 시작하면 어느 새 내 눈높이에 맞게 성장한 팀원을 만나게 될 것이다.
글 | 손성길 슈피겐코리아 인사실장
출처 https://www.wanted.co.kr/events/article_23_03_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