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 세 가지>
산업 분야에 따라 각각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사고 방식, 업무 프로세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보통의 기업은 제조업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엔지니어와 구매 부서, 품질 부서 등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갈등하는 경우도 많으며, IT부서 내에서도 PM/기획자와 디자이너, SW 개발자가 충돌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협업의 여러 노하우 중에서도 협업의 시작 단에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췄고, 필자의 회사인 알고케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협업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한 끊임없는 합의
첫 출발은 구성원 모두가 ‘협업이 중요하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는 것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 상대방도 협업이 중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전제가 필요합니다. 조직의 핵심 가치를 내재화하는 가장 단순하지만 좋은 방법은 ‘반복’하는 것이고, 팀워크를 반복해 거론할 만한 채널로는 이러한 것들이 있습니다.
1. 핵심 가치/인재상 : 팀워크를 명문화해 공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토론하는 논의 자리를 만듭니다.
2. 전사 회의 : 전사 비즈니스 현황과 집중할 점을 공지할 때 이러한 팀워크가 우리 사업에 필수적임을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3. 워크샵 : 핵심 가치/인재상이 적절한지, 수정할 점은 없는지 논의하는 내부 워크샵을 주기적으로 시행합니다.
4. 월말 회고 : 매달 지난 업무/성과를 리뷰할 때 다른 팀과의 협업이나 업무 의존성 등에 대한 항목을 포함시킵니다.
5. 채용 : 중간 관리자들과 함께 지원자를 검토할 때 협업의 핵심 가치/인재상을 기준으로 적합한지를 점검해, 팀장급이 이를 의식하게 합니다.
일례로 알고케어에서는 핵심 가치로 ‘신뢰/충돌/헌신’과 ‘그로스 마인드 셋’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으며, 채용 시 ‘일 잘하는 개자식’(성과는 잘 내지만 주변 동료를 기분 나쁘게 하고 괴롭게 하는 사람)을 뽑지 않도록 주의하며 역량이 뛰어나면서도 협업의 시너지를 이용할 줄 아는 팀 플레이어를 채용하는 데 주력합니다. 채용에 함께 참여하며 이를 내재화한 팀장들은 각 팀원들과 매달 정기적인 원온원 미팅을 진행하며 협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피드백을 주고, 또 팀원에게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협업의 토대 – 수직적/수평적으로 유기체적인 구성
협업의 가치관을 내재화하는 것만으로 협업이 잘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부족하며, 기본적으로 협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잘 갖추는 게 다음 할 일이라고 봅니다. 협업의 구조와 체계란 상향/하향/수평적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40명 규모 스타트업인) 알고케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1) 전사 회의 (2주) : 회사 방향성과 사업 현황, 그리고 각 팀별 업무 현황과 레드 플래그(Red Flag)까지 공유합니다. 전사의 공통된 정보를 모든 구성원에게 뿌려줍니다.
-구성원들이 다른 팀의 업무 방식, 현황, 고충까지 알아야 의미 있습니다. 단순히 공지만 하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줘야 합니다.
-레드 플래그란 각 팀별로 겪는 업무적 어려움이나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레드 플래그가 공유돼야 다른 팀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고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전사 회의를 생략하거나 서면으로만 공지하는 게 아니라 대면으로 모든 구성원이 얼굴을 맞대게 하고, 여러 팀이 공통된 행위를 하는 의례로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2) 리드 미팅 (매주) : 경영진과 팀장이 모여 논의/결정할 아젠다 위주로 소통합니다.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모든 인원이 참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팀장들이 모여 결정에 참여하고, (팀장 본인이 여러 팀과의 협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돌아가 이를 잘 설득해야 하는 책임을 갖게 됩니다. 팀장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합니다.
3) 팀별 회의 (주 1~2회) : 팀별로 리드 미팅 내용을 공유 받고, 팀 내 논의/공유 사항을 이야기합니다.
-리드 미팅에서 나온 내용을 팀장들이 자기 팀에 돌아가서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고, 더 나아가 이를 ‘설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냥 “A 팀에서 요청했으니 이걸 해야 한다”라든지, “리드 미팅에서 그렇게 결정됐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결정됐는지를 팀원들에게 설득하고 다른 팀의 상황을 이해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4) 타 팀 업무 요청 : 알고케어는 실무자가 팀장을 거치지 않고 다른 팀 실무자에게 직접 업무를 요청합니다.
-A가 자기 팀장에게 요청하고, 팀장이 다른 팀장에게 요청해, B라는 실무자에게 업무가 하달되면 일의 배경과 맥락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팀원들이 다른 팀으로부터 직접 업무 요청을 받을 경우, 팀장이 팀원의 업무 리소스/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수 있으니 이를 파악하기 위한 별도 규칙이 필요합니다. (Ex. 업무 요청 시 해당 팀의 팀장을 cc(참조) 하기)
5) TF/Pair 운영 :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여러 팀의 팀원이 속한 TF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운영합니다.
-팀을 가리지 않고 공통된 목표를 위해 여러 팀원이 협업하는 장을 계속해서 만듭니다.
-TF가 아니더라도 특정 안건에 대해 리드가 다른 팀 실무자와 우리 팀 실무자를 쌍으로 구성해 업무 진행을 함께 하도록 배정/조율합니다. (의도적으로 팀 구분을 허무는 수평적 업무 접점을 만듦)
이러한 회의체 구성의 핵심은 수직적인 정보 전파/공유와 수평적인 소통/논의의 갈래를 조직 전체에 고루 배치해, 조직이 여러 부품(팀)으로 구성된 레고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알아야 하냐”, “저 팀의 이야기는 들어도 뭔지 모르겠는데 왜 들어야 하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도전을 항상 맞닥뜨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팀이 일하는 방식, 그 산업의 도메인 지식, 그 팀의 업무적 고충을 알지 못하면 어떠한 불만이 생겼을 때 왜 그 팀이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므로 신뢰가 깨지게 됩니다. 반드시 어느 정도는 다른 팀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잘 설득해야 합니다.
📌협업의 출발 – 목표부터 합치시킨다
협업이 잘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각자 생각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세일즈 쪽에서는 잘 팔기 위해 A라는 기능이 가장 시급하다고 하고, 개발팀에서는 안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A보다 B가 중요하다고 하는 등,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과 목표가 전혀 다릅니다.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협업을 하더라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주고받은 뒤에 공통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첫 단추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킥오프입니다. 성질 급한 관리자들이 가장 실수하는 게 솔루션부터 던지는 것인데, 협업에서도 같습니다. 실무자는 일단 ‘무엇을 해야 한다’만 전달받으면 그걸 ‘왜 해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가 어렵습니다.
▼ Worst : 어느 날 갑자기 OO를 해야 한다고 통보받는다. A 팀과 B 팀이 업무 범위와 역할을 나누고 바로 일을 시작한다.
▲ Better :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부터 공유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솔루션을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 해야 하는지 공감대가 잡히기 전까지는 솔루션을 꾹 참고 말하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많은 관리자가 마음속에 솔루션을 다 정해놓고 일을 어떻게 시킬지만 생각하고는, 일을 던져준 뒤 ‘왜 제대로 협업하지 않냐’라고 하소연합니다. 그러고는 직원들이 서로 협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킥오프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자는 직무/팀에 따라 각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중도 다르게 판단하고, 결과물의 수준이나 목표도 각기 다릅니다. 그런데 이를 서로 대화하며 나눌 기회 없이 솔루션이 이미 정해져 있으면 각자 생각하는 목표도 다르고 동상이몽 하면서 갈등하게 되고, 서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킥오프 때 신경 써야 하는 건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문제 인식부터 공감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공유하게 하는 것, 세 번째가 실무적으로 각자 상황이 어떤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기대치에 비해 다른 팀에서 리소스가 부족해 내가 기대하는 만큼 결과물이 안 나오더라도 이걸 미리 알고 있으면 이해해 줄 수 있지만, 모르는 상태로 당장 일부터 시작하면 뒤에서 욕하게 될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협업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들에 대해 몇 가지 다뤄보았습니다. 특히 이번에 제가 맡은 ‘협업할 때 연결고리를 잘 만드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모두가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대전제 합의
→ 서로 관점이 달라도 상대방 또한 협업 자체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거라는 믿음을 갖춘다.
2. 협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수직/수평적 구조 설계
→ 다른 팀/동료의 정보가 수직적으로 잘 전파되어 그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고, 다른 팀/동료와 수평적인 업무 접점 자체가 많은 환경을 만든다.
3. 킥오프를 통해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공통된 목표 설정
→ 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로의 관점과 목표를 나누고, 공동의 목표를 제대로 합의한 뒤에 일을 시작한다.
협업은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사실 인간에 대한 믿음/신뢰가 전제돼야 합니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내 관점과 생각을 이야기해 설득하는 것이고, 나 또한 변할 수 있고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점을 듣는 것이며,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건 사실 여기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 | 유석영 알고케어 비즈옵스
출처 https://www.wanted.co.kr/events/article_23_07_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