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만든 캐릭터가 인형이 되어 돌아왔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조그마한 택배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택배를 열어본 저는 2024년 중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택배 안에는 제가 5년 전 공모전에 출품했던 모교 홍보용 캐릭터가 귀여운 인형으로 제작되어 담겨있었습니다. '이화'의 배꽃을 형상화해서 디자인했던 '화여니즈'는 그 해 열린 모교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지만, 학교의 공식 마스코트 캐릭터가 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매해 열리는 공모전의 수상작 중 하나였기에 기억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제가 캐릭터를 통해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이 아이들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마음 속에 묻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 이 캐릭터들이 모두에게서 잊혀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시간이 지난 올해 23학번🐣 후배님으로부터 공손한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작한 캐릭터를 인형 키링으로 만들어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 가운데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적혀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화여니와 새로니, 조려니 모두를 알 수 있도록 공동구매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고 싶습니다." 가슴이 뭉클한 한편, PM으로서의 저는 의아할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보통 캐릭터든 이야기든 서비스든, 아무리 잘 만들어졌어도 오랜 기간 업데이트가 없고 홍보도 없으면 잊혀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5년 전 만들어진 이후, 달리 활용이 되지도 않았고, 공식 캐릭터로 지정되지도 않았으며, 공식적인 업데이트도 없었고 홍보도 하지 않았던 창작물을, 어떻게 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사랑해주고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얻는 이익도 없이 자발적으로 노동을 해서라도 널리 알려주고 싶어하시는지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학교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니 잠수 탄(?) 화여니를 그리워하는 구성원들의 글들로부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서 따뜻하고 위로가 돼." "컨셉이랑 스토리가 정말 감동이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눈물 났어." "왜 많이 활용되지 않는거지?" 시장규모와 고객 세그먼트를 분석하고, 고객의 니즈와 취향에 꼭 맞게 전문적인 방법론으로 제작한 제품들로는 어려운 일이, 전문적인 고객 조사나 데이터 분석, 예측, 기획안, 아무것도 없이 그저 보아줄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만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에서 새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무를 진행하면서 정량적인 예측과 데이터의 중요성은 하루가 다르게 느끼게 되었지만, 그 외의 '진심', '고객에 대한 애정'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는 점차 집중하지 않게 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조사 결과와 데이터로는 알 수 없고 진심을 다해 애정을 가졌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최근 나는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을까? 서류를 넘어 진심으로 사용자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했는가? 이것들이 때에 따라서는 어떤 완벽한 데이터 분석도, 어떤 훌륭한 마케팅도 넘어서,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일하고 알리려고 하게까지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오늘 감사히 받은 작은 인형을 통해 느끼며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나는 지금 만드는 프로덕트를 쓸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고, 내 프로덕트를 통해 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심은 무엇일까?' - 주니어 PM의 생각 한 조각 (4) https://brunch.co.kr/@clipkey/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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