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된 일반인 예능, 고려해야 하는 것은?
최근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는 방송이 많아졌다.
<솔로지옥>, <나는Solo>, <강철부대> 등
연예인만 나오던 방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인 출연자.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는 형식은 원래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흐름에 있었다.
ex) <갓 탤런트>, <더 보이스>, <빅 브라더>, <서바이버>, <투 핫>
최근 한국에서 일반인 리얼리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 포맷이 역수출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일반인 출연자에 열광할까?
[사람들이 일반인 예능을 보는 4가지 이유]
1)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스타가 되는 것을 보기 위해
ex) 슈퍼스타K, 갓텔런트 등 - 평범하지만 숨겨진 보석이 인생역전 순간, 몰입이 되고 감동이 있다.
2)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대리 만족하게 된다.
ex) <솔로지옥>, <나는 솔로>, <투 핫> 등을 보면서
‘어, 나도 연애하고 싶다’, ‘저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 보듯 보는 것도 있다.
일반인이 나오면 내 주변의 이야기 같아서, 더 현실과 가깝다는 생각에 몰입하게 된다.
3)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기 위해
나쁘게 말하면 ‘관음증’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사람 구경’이라는 말이 있듯 <골목식당>, <화성인 바이러스>, <안녕하세요>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고, 이를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재미가 있다. ‘와,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지?’ 혹은 ‘아, 나도 저런 모습이 있지’ 등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재미에 몰입한다.
4) 대본 설정이 아닌 ‘진짜’ 상황을 보고 싶어서
대본이 없고 일반인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예측 불가한 재미를 기대하게 된다.
대세가 되고 있는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
그러나, 이를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정말 많다.
일반인 예능 기획의도는 특히 더 착해야 한다.
인생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일반인 출연자가 프로그램에 담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기획의도가 있어야 한다.
ex)
<백종원의 골목식당 -기획의도>
전체 자영업 중 폐업 업종 1위 ‘식당’!
하루 평균 3,000명이 식당을 시작하고,
2,000명이 식당을 폐업한다!
모든 식당은 나름의 걱정과 문제를 갖고 있는 법!
천 개의 가게가 있다면, 천 개의 상황이 있다.
요식업 대선배 백종원 대표가
각 식당의 문제 케이스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교본’이 되어 줄 프로그램!
일반인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선한 의도가 없다면
백종원이 사장님들께 호통을 치고 화를 내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출연한 사장님들 또한 선한 변화를 이룩하는 걸 담아내야만 하기에
기획의도에서 일반인을 위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인 예능제작에서 어려운 점 5가지]
1) 섭외한 출연자가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
가장 많이 겪는 문제다. 출연을 약속하고 계약서를 써도 사람 마음이 바뀐다. 스튜디오에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 사장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가서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작가들이 엄청 노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을 쉽게 열어주지 않아 섭외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너무 억지로 나오게 되면 그림이 더 안 좋을 수 있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2) 녹화까지 다 했는데 방송송출을 거부하는 경우
첫 번째 사례보다 더 심각한 사례다. 맛집 사장님 중에 1등을 뽑는 구성인데 출연자에게 좋지는 않다, 경쟁해야해서 부담이 된 경우가 있다. 1등 후보 사장님이 있었는데, 녹화를 하니까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축하 인사까지 녹화를 다 잘 마쳤지만, 방송날이 다 되어서 1등을 못한 게 납득이 안 되니, 방송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럴 때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이 사례를 말씀해주신 황보경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제작진이 사장님 살아온 이야기도 듣고, 눈물도 흘리면서 회유를 했지만, ‘미안한데 어쩌지…’ 이러면서 완강하게 거부하셨다고 한다. 30년 동안 음식한 자부심이 엄청났던 사장님.
“제가 진 게 방송에 나가면 그동안 노력했던 게 한 순간에 무너질 것 같다”라는 말에 제작진은 아예 이 프로그램의 구성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처음에는 3개의 맛집을 선정하고 스튜디오에서 1등을 선발하는 구성
3개 맛집을 선정해서 맛집 Top3의 맛 소개 하는 구성으로 변경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구성을 변경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지만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해서 미리 이렇게 구성을 바꾸는 것은 정말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3) 방송이 나갔는데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방송의 진정성 문제까지 가기 때문에 프로그램 존폐 위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이한 일반인 소개 예능에서 출연자들의 특이한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 관찰 VCR을 찍는데, 이 행동이 방송에 나간 후 악플을 많이 받자, 출연자가 모든 걸 제작진이 시켰다고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녹취 및 인터뷰 내용으로 확인 요청까지 했던 제작진, 그런데도
“행동은 사실이지만 그날은 제작진이 시켜서 찍었다”고 주장했다.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면 평소에 하던 행동을 자연스럽게 안 해서 원래 생각하던 모습이 진정성 있게 담기지 않아 현장에서 더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일반인 출연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고, 시켰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사전에 미리 방지를 잘 해야 한다. 대체로 그래서 24시간 카메라를 돌려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올 때 까지 제작진이 고생하면서 찍는 방법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4) 방송이 나가고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런 경우는 크게 2가지 경우로 나뉜다.
출연자가 제작진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
방송이 나간 후 출연자가 안 좋은 방향으로 인생이 바뀌는 경우
거짓말도 다양하다, 직업을 속이거나, 자신의 과거를 속이거나, 가족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등 다양한 유형의 거짓말이 있다. 경찰도 아니고, 이 출연자 신상 검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인스타를 뒤져보고 검색해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의 신상을 어떻게 다 체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부분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강철부대2에서 조연출로 일할 때 기획 단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출연진 인터뷰’ 영상을 보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을 찾아보며 연출부 모두가 체크하는 거였다. 강철부대1 때 논란이 되었던 출연진이 있었기 때문에 2편을 제작할 때는 이 부분을 더 예민하게 많이 신경을 썼다. 메인 PD님은 모든 작가님은 물론 말단 조연출인 나에게까지도 보기에 어떤지를 1:1로 물어보면서 사람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셨다.
일반인 출연자 섭외 시 중요한 점 3가지
1) 섭외 기준 필요
출연자가 프로그램에 적합할 지에 대한 커트라인이 필요하다. 연애를 하거나 친구를 사귈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듯 프로그램 출연자도 프로그램 성격과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ex) 연애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외모 및 스펙을 고려해야 하고, 음식 프로그램은 가게 전통 및 음식의 맛을 고려해야 한다.
음식 프로그램 섭외 기준 예시
10년 이상의 전통적인 가게
사장님이 주방장인 가게
손님에게 친절한 사장님 (이걸 위해 미리 작가임을 숨기고 손님으로 가보기도 한다)
2) 출연자의 매력을 찾기 위해 제작진 3명 이상이 미팅을 진행
방송에 나오는데 말을 못하거나 이러면 안 되기 때문에 출연자 매력을 찾아야 한다. 언변, 호감적인 외모, 재미있는 리액션 등 무엇이 매력인지 캐치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느끼는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제작진도 적어도 3명 이상이 만나보고 서로 크로스 체크를 해주는 것이 좋다.
3) 검증을 위한 인터뷰 다수 진행
출연자의 과거(ex. 학교 폭력 논란)나 사상 등을 잘 체크해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이나 정치적 이슈 등을 검증하고 블로그 SNS를 살피고, 인터뷰 및 통화 할 때 항상 녹화를 해야 한다. 출연자에게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 한다는 것을 미리 고지하면 된다.
제작진마다 질문을 다르게 준비하고, 검사나 경찰이 취조하는 것처럼 같은 진술을 일관되게 하는지 보기 위해 다른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하거나 질문을 바꿔가며 물어보면 된다. 일관된 내용을 말하는지 체크해보면 좋다.
이 글은 '에듀코카'에서 황보경 작가님 인터뷰를 보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덧붙여서 갈무리했다. 일반인 예능 제작에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이외에도 많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해당 영상을 검색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서현덕PD in 글쓰기챌린지 ・ 202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