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를 포함한 대부분 IT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업데이트가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오픈하기까지의 단계를 무사히 도달했다면, 이제부터의 성공여부는 업데이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적절한 재미요소와 보상을 통해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고 나아가 사랑받게 된다. 조직문화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그 순간부터 형성된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조직문화의 업데이트보다 새로운 조직문화의 오픈이 더 중요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양한 생각과 행동의 많은 사람들이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고 순간순간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조직문화 업데이트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직문화라는 단어에는 기업/조직/사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영역이 굉장히 다채롭겠지만, 십 수년간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이야기들과 함께 4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맥락은 신뢰를 만든다. 조직문화라고 하면 흔히들 ‘~님’ 문화와 자유로운 복장,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수평적인 문화로 바꿔가는 것부터 떠올리기 쉽다. 수평문화는 더 심해지는 환경 격변 적응에 유리한 면이 물론 있다. 단편적인 예로 기업들에 많이 만들어지는 TF를 생각해보자. 태스크포스(Task Force)는 이슈나 과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특성은 단기적이고, 정보가 분산되어 있고, 자발적인 조정이 필요한 만큼 팀 안에서의 질서 보장과 협업에 대한 신뢰는 필수적이다. 반면 특성을 반대로 단기적 이해와 성과중심의 목표를 위해 모인 만큼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관계로 변화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조직과의 일체감이나 정체성의 혼란으로 경쟁과 이합집산의 모습이 나타나며 신뢰를 형성하거나 유지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를 신뢰의 역설이라고 한다. 실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등급별 비율이 정해져 있는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 바로 옆 동료와 매일매일 매출실적이 비교가 되고, 구체적인 설명은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채 갑자기 팀이 바뀌는 발령이 나고, 협업을 하는 과정은 동료나 파트너라기보다는 갑/을 관계의 느낌 속에서 과연 신뢰라는 것이 안정적이고 두텁게 쌓을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도 회사는 신뢰를 요구하고 강조한다. 신뢰는 혼자일 때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 대상이 필요한 개념이다.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조직, 조직 대 조직 등의 구조 안에서 신뢰 관계가 성립된다. 모두가 동일한 정보와 지식, 규칙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면 별다른 노력이나 의심없이 신뢰가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보의 비대칭 관계들로 엮여 있다. 다른 말로 맥락의 연결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조직/사람마다 맥락의 차이가 존재하고, 이 맥락의 차이를 인정하고 연결강도를 높이는 것은 신뢰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이다. 우리 회사는, 우리 팀은, 나와 나의 상사는 고맥락(high context)과 저맥락(low context) 사이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아래 표를 참고로 떠올려보자. 좋고 나쁨이 아니라 지금 상태에서 어떤 면을 업데이트 하면 좋을지 점검해보기 바란다. 최근에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과의 세대갈등에서도 맥락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보였다. 소위 회사의 시니어 이상의 어르신(?)들은 ‘센스있는’ 후배들을 칭찬하고 선호한다. 여기서 말하는 ‘센스있는’이 바로 ‘고맥락’의 문화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정보를 갖고 있고 필요한 것이 있는 쪽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어차피 같은 회사에서 함께 성과를 내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면 정보 확보, 접근성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인지하고 눈치껏 따라와주길 바라기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으로 실행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어떨까. 2. 모를 수 있는 걸 모른다.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정보의 홍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 꽤 오래 되었다. 이제는 홍수를 넘어서 흘러넘치는 엄청난 정보와 데이터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가 유행인 시대가 아닌가. 회사 안에도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보고서 하나만으로도 버전을 수십개씩 늘려가며 쓰고 있을 만큼 정보의 생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비용도 높아진다는 것을 아는가. 단순하게는 생성되는 정보들을 보관하는 장소 비용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그 정보들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비교하고 골라 쓰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상당히 높아진다. 조직이나 개인 단계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만들어지는 정보나 데이터들은 차치하고 회사의 규칙이나 제도,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들도 쌓여간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들이 있다. 회사에서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정보는 그저 ‘알고 있기’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알고 판단해서 적절하게 이용하기’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자, 지금 바로 우리 회사의 게시판으로 가서 구성원들이 알고 판단하는데 충분하고 정리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정보제공이나 일하는 방식에서도 ‘고맥락’으로 되어 있어서 필요함에도 생략된 것은 없는지, 관성적으로 하던대로 해오던 것들이 여전히 그대로 해도 되는 것인지를, 누군가는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의 세 가지의 질문으로 우리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일하는 방식들을 점검하고 업데이트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필요한 정보를 제 때 정확히 알 수 있는가(찾을 수 있는가) 2) 정보의 정제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가(불필요한 정보의 정리와 필요한 갱신) 3)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가(하던대로 하는 것에 ‘왜’ 하는 건지 묻기) ‘모를 수 있다는 걸 모른다’는 이미 우리가 오랜 기간 쌓아온 짐들에 익숙해진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는 것이다. 지나치게 고맥락 문화가 저변에 깔려서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던대로의 익숙함 때문에 이미 달라졌어야 하는 것들은 없었는지 찾아보고 관련 담당조직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선 제안을 해보는 것도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조직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생겨났다 해결되고 또 생겨나기를 거듭한다. 매출부진, 배송지연사고, 복지제도 오남용, 번아웃, 평가불만, 퇴사율 증가, 세대 갈등 등등 주제도 대상도 영향력도 다양하다. 우리 앞에 놓여진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순서만 놓고 보자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데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다’라고 했다. 문제에 대한 정의를 잘못할 경우, 잘못된 결과가 나오게 되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의하는 것이 먼저다. 문제를 정의하고 나면 원인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다음 순서인데, 꽤 많은 조직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올라가면 직책자, 리더 즉, 사람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도 문제 원인 제공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거나 면직되는 사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생각해보기를 제안한다. 조직에서 우리 모두는 사람들과의 관계 외에도 다양하고 폭넓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보이는 행동은 단순히 그 사람의 생각과 판단에 따른 것도 있겠으나, 둘러 싸고 있는 환경에 따른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보여지는 조치나 단기적인 효과를 위해서 사람에게서만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 마는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기 위한 사람 먼저 찾게 되기 쉬우나, 의도적으로 문제 상황에서의 주변 환경과 연결고리를 살펴보며 본질을 찾는 업데이트가 된다면 훨씬 더 간단하고 영향력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 행동의 변화가 목표다. 좋은 문화, 건강한 문화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멋진 사옥과 근무환경,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복지제도, ‘~님’과 자율복장의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면 단편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조직문화 활동들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회사는 미션/비전/핵심가치/인재상/행동규범/윤리강령 등이 다양한 형태나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고, 없다면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정리되어있는 내용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된다. 결국은 우리 조직, 우리 구성원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이다. 그렇다. 결국은 조직과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가 조직문화를 하는 사람들의 목표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미 잘 정리되어 있고 정답도 나와 있다. 기업마다 잘 정리되어 있는 핵심가치를 알리고, 핵심가치에 위배되는 문제행동은 줄이거나 없애고, 핵심가치에 부합되는 바람직한 행동은 시작하게 하거나 유지/강화시키는 것이다. 지금의 행동을 기준으로 적절한 방향으로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가 변화를 주고자 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동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행동분석 ABC를 소개합니다. 목표행동을 두고 행동의 앞, 뒤로 어떤 상황들이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행동을 ABC로 나누어 살펴보면 우리가 목표로 한 행동을 미래에 더 자주 나타나게 할 수도, 더 적게 나타나게 할 수도 있는 원리를 적용해볼 수 있다. 행동 촉발의 최초 원인 A가 행동을 처음으로 나타나게 했으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 뒤에 온 결과(상황)이 어땠느냐에 따라서 그 행동의 지속성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아이가 심부름을 다녀오면 칭찬과 보상(용돈)을 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다음에도 심부름을 잘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부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심부름을 하게 하기보다는 심부름을 하고 난 다음에 얻게 되는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동 지속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행동 뒤에 무언가를 더해줄 것인가, 덜어줄 것인가와 목표행동을 늘리고 싶은지, 줄이고 싶은지에 따라 아래와 같이 2X2 매트릭스로 행동원리라는 것을 정리해볼 수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사내 이벤트 당첨자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정적 강화의 예다. 이벤트 참여(행동) 이후 선물(더해주는)로 미래에도 이벤트에 참여하는 행동의 빈도가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영업사원들의 경우 당월 매출 1위 달성 시 즉시 인센티브가 걸려 있다면 매출을 높이기 위한 영업활동(행동) 이후 1위의 명예와 인센티브(더해주는)로 더 영업활동에 매진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위해 사용한 전략이 된다. 이 역시 정적 강화의 예다. 정적 벌의 예로는 윤리적인 탈선이나 과오(행동)를 저질렀을 때는 징계(더해주는)를 통해서 잘못된 행동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부적 강화의 예로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행동)를 직원들이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시도에 따른 실패의 위험에 대한 책임을 묻지않고(덜어주는) 시스템을 갖출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이처럼 이미 많은 곳에서 행동원리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문제행동은 계속 나타나고, 바람직한 행동은 팍팍 늘어나지 않을까가 고민이 된다면 현재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ABC 구조로 분석해보고, 적절한 행동원리가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기 바란다. 혹시 문제 행동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 문제 행동이 발생되고 있는데도 조직이 용인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오히려 문제 행동에 대해 정적강화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또한 바람직한 행동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면, 바람직한 행동 뒤에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양과 질의 강화물들이 제공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니면 바람직한 행동 자체가 당연한 것으로, 기본적인 것으로 취급을 받아 잘한 행동이고 바람직한 행동임에도 적절한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인색하게 되어 있어 그 행동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게 만든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지금까지 4가지의 조직문화 업데이트를 위한 마일스톤을 소개하고, 제안했다.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회사, 우리 조직의 조직문화의 현재를 한 가지라도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직문화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4가지 마일스톤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십수년의 조직문화 일을 해오면서 가졌던 다짐이자 깨달음을 여러분들과 나누며 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정성을 쏟아야 감동이 있고, 감동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