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지원직으로 채용한 직원이 과장이 되었지만 지원업무만 한다면?
어느 회사의 고민A회사는 31년된 영업 중심의 회사로 전국에 시 단위 조직을 가지고 있다.초기 각 지점과 팀에 고졸 여직원을 각 1명씩 채용해 일반 서무 업무를 하게 하였다.이들 중에는 지금 과장까지 있는데, 일은 대부분 서무 업무를 하고 있다.대부분 여직원이며, 전사 70명 수준이다. 처음에는 고졸로 시작했는데,최근 4~5년 전부터 대졸 직원도 채용되었다.회사와 개인 모두 이들이 근무년수가 높아질수록 상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근속이 되면 승진하거나, 회사의 온정적 조치로 인하여 이들 중에는 대리, 과장이 된 직원이 있다.직급은 대리, 과장이지만, 하는 일은 일반 서무 수준의 단순 업무이다.나이도 일반 직원보다 10살 가까이 높아 지원업무를 부탁하기도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전산화가 이루어져서 전표나 비용 처리는 현장에서 본인이 전산에 등록하면 회계팀에서 담당한다.사장이 볼 때, 사무지원직원은 직급과 연봉에 비해 수행 업무는 낮은 수준이고 여유가 많아 보인다.지원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지원직 직원을 바라보는 2시각지원직 직원을 바라보는 2가지 시각이 있다.하나는 기존 정규직 직원에 자발적 퇴직을 실시하고,지원 업무는 업무효율화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일반 단순 업무를 처리하게 하는 시각이다.이 시각 하에서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 있다.1) 상위 조직으로의 업무 통폐합• 본부, 지역단위 shared service 조직 통합 운영•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관련한 TF 조직 프로젝트 팀을 구성(각 지점 고직급 숙련자 위주), 단순작업의 IT화를 추진(외부 전문 IT기관과 협업)2) 지속적 사무 혁신활동의 추진• 변화에 SMART WORK(업무간소화/paperless/work diet 등) 추진• 업무 효율화( 시스템화, 중앙처리화, 자동화 추구)3) 지원직에 대한 별도 인사제도 수립 및 운영• 정규직채용을 중단하고 서무직으로 주임 대리 과장 진급은 없는 직무로 운영• 기존 직급체계와 다른 보상체계(직무급)를 갖추고, 매년 연봉인상은 가급액 정도에서소폭 급여 상승이 되도록 함(계약 당시에 그런 부분을 공유하고 계약)다른 하나는 사무지원 직원에게 성장 기회를 부여하고,이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가는 방안이다.1) 일정 기간 근무자 중 우수자에 한해 직무 전환을 통한 신규 업무 부여• 성과를 내는 인재는 전환배치 육성과 동시에 대학편입, MBA 지원을 하여 육성• 올바른 인성과 우수 성과를 내는 직원은 일반직으로 전환하고 신규 업무 부여2) 일반직 사원들의 업무 중 일부를 지원직 직원에게 추가로 부여하여업무 역량을 높이는 방안으로 일을 통한 성장과 우수 지원직 직원에 대해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져가는 철학과 방안이다.사무지원직에 근무하는 정규직원 조치에 대한 제언사무지원직이 생기게 된 당시에는 회사의 필요가 있었다.IT기술의 발전과 사무 혁신의 결과, 사무지원직이 수행하는 단순 보조 업무는 전산화가 이루어졌다.하지만, 지원업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반 단순업무는 존재한다.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단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정규직으로 높은 연봉을 주며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단순 지원업무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비정규직 직원을 통해이들 직무를 수행하게 하며 지속적으로 업무효율화를 추진한다.이슈는 이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존에 채용한 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조치이다.정규직으로 입사하여 수행한 업무가 지원업무밖에 없기 때문에직무 등급이 높은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매년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에 대한 점검과 피드백을 통해 평가를 했다면,이들 중에서 우수 직원은 더 높은 수준의 일을 수행하고 승진하여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하지 못한 회사와 개인 모두의 책임이 있다.현재 상위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직무역량이 떨어지는 정규직 직원에 대해매몰차게 퇴직을 강요할 수는 없다.이들에게 직급과 연봉에 맞는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1년 이상의 일정 기간을 두고 역량 강화 교육, 멘토링과 지도를 통해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우수한 직원은 승진하고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경력개발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개인이 목표와 열정을 갖고 도전한다면 그 길을 만들고 열어주는 것이 회사의 책임이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1.06.06 [낯설게 캐묻기] 2. 예외조차 예외일 수 없다.
‘진행하시죠.’ ‘네? 그렇지만 이렇게 진행하게 되면 말씀드렸던 문제가…’ ‘상황이 상황이니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진행합시다.’ 실무자였던 박00 대리는 회의 막판에 던진 팀장님의 말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애초에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었다면 지금까지는 왜 그러지 못했다는 말인가? 이러면 그동안 여러 요청에도 규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나는 뭐가 되지? 득달같이 따지고 들 담당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려오기 시작했다.
회사 구성원 중 MZ세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기존 세대들과의 인식 차이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이슈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모 기업에서 논란이 되었던 성과급 기준 문제에 비추어 봤을 때 MZ세대는 특히 불공정성, 비합리성에 매우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대학 시절부터 에타(대학별 익명 커뮤니티)등으로 대표되는 채널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납득가지 않는 기준들에 대한 의문을 표출해왔던 MZ세대들의 특징은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을 통해 계속 나타나고 있다.이런 커뮤니티들을 통한 정보 공유의 일상화로 완벽한 비밀이라는 것은 더욱 존재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정보 공유의 범위도 더 이상 조직 내부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조직 내의 크고 작은 이슈가 곧바로 기업의 이미지나 채용 브랜딩과 같은 무형적인 부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세대 중심 축이 변화함에 따라 합리성의 기준 또한 이전의 ‘개인이 조직에 반기를 들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라는 축에서 ‘억울한 것을 참아봐야 좋을 것이 없다’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문 또는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원 또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예전에 한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면접관이었던 대표이사님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떤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있지 않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리더들의 공감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실례로 빠르고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급을 폐지하고 호칭을 통일한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아무리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호칭 변경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리더들이 많다면 호칭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직 새로운 호칭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쭈뼛거리며 이전의 직급 호칭으로 불렀을 때, 리더들은 알면서도 호칭을 정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리더의 의중을 알아챈 직원들은 이전의 호칭을 계속 사용할 것이고, 회사가 추진한 제도는 그렇게 불편함만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이 단순히 리더들의 공감만 얻어낸다면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기성세대와 MZ세대 간의 갈등에서 여전히 리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리더 개개인의 합리성에 기대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리더들의 문제 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원칙, 즉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답답하고 꽉 막힌 원칙 제일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업무의 유연성을 위해서 더더욱 명확하고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는 ‘체계 내에서 자유와 책임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이야기하며 규율을 지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과 규율을 강제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우리에게 필요한 ‘기준’은 규정을 통한 통제가 아니라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더 나아가 특정한 요인이 있을 때, 모두가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이 단순한 포인트가 최선의 성과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기반인 신뢰감(안정감)을 만든다. 조직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의심해야 하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도출된 결과물이 좋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우리는 공정성과 합리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예외라는 이름의 방종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만약 우리 조직에서 예외 적용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면 관련된 기준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Moral Risk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백번 물러나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례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예외를 승인하기 위한 절차가 기준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리더는 이전의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기준을 수립하거나 수립한 기준이 문화로 정착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리더를 필두로 하여 우리 구성원 모두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기준이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데 부합하고 있는지 꾸준히 지켜보아야 한다.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원칙을 어겨도 된다는 의미가 아닌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좋은 게 좋은거지'와 같은 식의 마인드로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06 일∙조직 속성의 변화와 HR
어느 회사든 회사와 구성원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변하면 일/사람/조직/제도 관점에서 크든 작든 변화를 모색합니다. 원유정제업이라는 석유/화학 장치산업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 온 저희 SK이노베이션은 과거처럼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현기증을 느낄만한 수준의 변화 Momentum (ESG Mega Trend에 맞는 Business Model의 변화, 회사의 목적함수를 Economic Value 일변도에서 Social Value + 이해관계자의 행복으로 변경 등)에 올라서 있습니다.이에 저희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에 닥칠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겠다는 판단 하에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였습니다. 정해진 목표를 Top Down 방식으로 Cascading하는 일하는 방식, 이런 일하는 방식을 지원하는 Out of date된 인사제도, 임원조직 산하 팀조직의 경직된 운영, 수직적/관료적인 조직 운영, 고직급/고령화 등 모든 것이 도전 과제였던 셈입니다.저희가 잡은 변화의 방향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조직차원에서 Biz. 환경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임원 산하 팀조직의 경계를 허물어 리소스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더 이상 고정된 직무가 Working하지 않는 상황에서 (때가 되면 실무를 놔 버리는 관행 타파) 직급/연차에 관계없이 과업완수를 위해 역량/경험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과제제안과 개선업무를 발굴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극하자. 결국 이 모든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인사제도(직급/평가/보상)를 협업 및 성과/책임을 강화하며 구성원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보자 것입니다.여기서 여러분에게 소개할 만한 변화의 Tipping Point가 하나 있습니다. 보통 인사제도는 회사의 전략을 가장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경영층이 설정한 방향에 Align하여 인사부서에서 제도를 Setup하고 구성원은 일방적으로 적용 받는 것으로 오랫동안 이해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주목한 부분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고 실질적으로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변화의 방법’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일의 의미와 가치, 성장,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전면 등판으로 변화의 과정에 구성원의 Voice가 투명하게 반영되는 것이 변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간략히 과정을 말씀 드리자면 제도변화 참여자로서 정기미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성원과 리더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선안에 대한 의사결정 및 Comm. 까지 수행해줄 구성원 대표(Clan) 선발, 이 과정에서 과제별 주요 Agenda의 도출/Data 분석 및 벤치마킹/경영진 보고 및 Comm. Pack 작성 등을 지원하여 정해진 방향성을 일탈하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HR전문가들의 참여, 구성원 대표(Clan)의 주요 활동에 인터뷰/서베이/게시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준 구성원 들이 큰 축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간접 민주주의 방식의 제도변화를 꾀한 셈이죠. 이를 통해 장장 1년의 기간 동안 깊이있는 토론과 쟁점 정리를 통해 대다수 구성원이 만족할 만한 제도 변화를 완수/운영하게 되었습니다.개별 회사마다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를 것이나 어차피 환경은 계속 변화하게 되고, 저마다 그 상황에 가장 맞는 선택을 꾀하게 됩니다. 제도의 스펙트럼은 한정적인 반면 구성원에게 미치는 여파는 매우 크고,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믿고 따르는 변화가 아니라면 효과가 반감되며 자칫 회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전략과제 달성에도 차질을 빗게 됩니다. 저희 SK이노베이션에서 시도했던 ‘구성원참여형 HR제도변화’를 여러분 회사에서도 채택해볼만한 변화의 방법론으로 한번 고려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06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가지고 일한다는 것
외국계 기업인 우리 회사는 일상적인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영어 단어를 꽤 많이 혼용하는 편인데, 그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에 하나는
이니셔티브(Initiative)
라는 단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OOOO팀이 Initiative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으며…”
“그 건에 대해서는 OOO님이 Initiative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분에게 contact 해봐.”
특히, 팀 매니저(팀장) 로서 Initiative를 사용하게 되는 상황은 팀원들에게 ‘새로운 or 확장된 역할을 기대할 때’이다. 그동안에 담당하지 않았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권한을 위임할 때, 조금 더 역할을 확장하여 일을 맡아주었으면 할 때, 조금 더 주체적이고 진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주었으면 할 때 Initiative를 강조하게 된다.
“OOO님, 이 업무는 이제부터 OOO님이 Initiative를 가지고 진행해주세요.”
매니저 입장에서는 해당 팀원이 업무에 대해 충분히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여 적어도 그 일에 대해서는 주체적으로 leading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와 같이 ‘Initiative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해달라’고 말을 한 것 일터. 하지만 어떤 팀원들은 매니저가 행여나
‘귀찮은 일을 자기에게 떠맡기는 것’
은 아닐까 싶어 쉽게 Yes라고 답하기를 망설인다. 예상컨데 개인에 따라 이 말에 대한 반응이 다른 이유는 과거의 리더십에 대한 경험이 특정한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 아닐까.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든 상황과 현실을 해석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처럼 말이다. ‘케이크 위에 얹어져 있는 체리만 집어먹는 행위’란 뜻인 ‘체리피킹(cherry picking)’과 같이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왜곡된 행동과 판단은 조직에서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부서와 부서 간의 갈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만일 이게 아니라면, 어쩌면 ‘Initiative를 가지고 일한다’는 말이 도무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서, 혹은 ‘내가 생각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내 팀장이 생각하는 일에 대한 태도’가 서로 다를까 봐 고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갖고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순전히 주관적인 경험과 직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나름의 의미에 대해 썰을 풀어본다.
1. 고민을 남들보다 훨씬 깊고 넓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고민이 많을 때 ‘몰두’한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쉽게 답이 나오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조만간 답을 찾을 것도 같은 그 문제는
‘오기’
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하다 보면 입체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문제를 이리저리 굴려보게 된다. 그제야 문제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발견되기 시작하며 해결을 위한 힌트와 실마리를 찾게 된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은 수평적으로 넓어지다가 점점 수직적으로 깊어진다. ‘오기’가 발동되어 문제에 ‘몰두’하며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새로운 그림(圖)이 그려진다. 우리는 이 그림을
‘기획(企劃)’
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업무적 행동 특성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선택지 발견하기
다양한 대안들의 장단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대안 준비하기
남들이 생각지 못한 디테일 챙기기
2. 선택과 결정을 본인이 직접 한다는 것이다.
조직 안의 개인은 의사결정의 크기와 범위를 나누어 가지고 있고, 조직은 이 수많은 의사결정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집합체다.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우리는 ‘권한’이라고 부른다. 조직 생활에서 개인이 성장하는 모멘텀(momentum)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강력한 성장의 모멘텀 중 하나는 -
1) 현재 자신의 지위보다 조금 더 무거운 권한을 부여받아 2) 그 권한을 제대로 감당해내기 위해 개인이 애쓸 때
– 이때, 상당한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선택은 한 개인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그 결과는 틀림없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 변화는 단지 물리적인 것만 뿐만 아니라, 정서적이고 가치적인 것을 포함한다. 아무리 작은 선택과 결정이라도 그로 인해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선택의 과정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 그리고 그 이후의 영향력까지도 더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 이것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마인드 셋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업무적 행동특성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자신에게 잠시 맡겨진 권한의 범위를 제대로 이해하기
선택에 따른 결과와 영향을 충분히 예상해보기
다양한 옵션 중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기
3.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전방에 선다는 얘기다.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생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기획자-의사결정자-실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 의도치 않은 오류가 생기는 것을 많이 본다.
구성원에게 나가는 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배경과 목적, 원하는 action item 그리고 보이지 않는 signal까지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획자나 프로젝트에 대한 ownership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가 커뮤니케이션까지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만일 조직 내에서 이렇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기획자-의사결정자-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사이에 충분한 배경과 맥락 공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나서 해당 업무/프로젝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알아서 잘 공유를 하겠거니 하고 믿고 기다렸다가는 블라인드(Blind)에 생각지도 못한 공격글에 당황할 수도….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업무적 행동특성은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배경/맥락 공유하기
목적과 방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목적을 제대로 알리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다음 프로젝트에서 make-up 하기
.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이다.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할 때, 구성원으로서의 두려움은 ‘책임’에 있을지 모르겠다.
행여나 ‘우리 매니저/팀장이 나 몰라라 하고 나더러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
말이다.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을 잘하고 있는지, 맡겨진 권한을 잘 감당해내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다. 주도적으로 일을 수행하게 된 구성원이 훗날 실제 리더가 되어 position으로부터 오는 합법적인 힘(Position Power)을 부여받았을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를 시켜주는 과정이다. 이니셔티브를 줄 때는 특정 일/프로젝트에서 일부분만 떼어서 주기보다는 A~Z까지 모든 범위를 관장하며 주체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게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만일 구성원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옆에서 가이드를 해주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이니셔티브를 다시 회수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의존적인 존재인 자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양육해내는 과정이다. 구성원에게 도전적인 성격의 일을 부여하고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하라며 때로는 조금 모질게 구성원을 필드로 밀쳐내는 매니저들의 역할도 이와 비슷한 것일지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덧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을 하게 되는 날이 오면 부모는 아쉬움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낀다.
미안함과 서운함, 개운함과 행복함, 그리고 감사함
. 이 모든 감정이 자녀가 독립하는 날 부모가 느낄 감정일 것이다.
구성원이 리더가 되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그날을 위해, 과감하게 팀원에게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책임은 매니저인 내가 지자.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06 일을 중심으로 리드하자(괴롭힘 없는 일터 만들기)
얼마 전 D사 팀장급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중간에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어느 교육생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앞으로 무서워서 팀원들에게 말도 못 붙이겠네"
하소연 투로 내뱉은 말이겠지만, 이와 같은 걱정을 하는 리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리더들이 해야 할 언행과 하지 말아야 할 언행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일의 수행 과정을 살펴보면 ‘일 + 사람’의 조합으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사람을 뽑아서, 적당한 일을 부여하고, 근속이 쌓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띠는 회사가 많았습니다. 사람은 명확히 구분되나, 일(직무)의 목적, 범위, 기대 행동 등은 불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관한 판단은 개별 리더(팀장)가 ‘요령껏~ 알아서~ 판단’을 하는 방식입니다. 리더의 스타일에 따라 팀 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괴롭힘을 호소하는 구성원이 생겨나기도 합니다.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피해자는 물론 주변에 모든 사람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개인별 리더십에 맡기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업무 수행 시 사람을 내세우기보다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가 기대 이하일 때
“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냐 ?”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일의 방향, 품질, 기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팀원과 대화 시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할 때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한편 노동계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임금 지급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두리뭉실하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판례(울산지법 2020구합330)가 나왔습니다.“ 원고는업무상 필요에 의해 이유를 제시하며 해당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수정 · 반려한 것으로 보이는바 ,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해당 직원에게 갑질을 하여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 일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적인 요소 배제로 인한 업무 과부하, 과도한 성과 압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 + 사람은 상호 의존적인 요소이므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지가 중요합니다.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징계 시 '직권남용' 적용 여부를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직권남용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를 말합니다.리더는 업무 수행 시 구성원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려주고, 이를 벗어나는 요구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분위기와 법·제도가 ‘사람 중심 HR → 직무 중심 HR’로 변화하려는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사람 + 일’, ‘일 + 사람’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일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