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브랜딩(인터널브랜딩)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개념
성숙한 조직을 위한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개념이 있다면 나는**'자율', '헌신', '전문성'**이 세 가지 키워드를 꼽고 싶다.
먼저 '자율'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닌, 약속된 게임의 룰 안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율은 스스로의 통제를 전제로 한다. 스스로의 규율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하여도 조직에서 동료들과 함께 약속한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을 때 우리는 자율이라는 선물을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율은 처음부터 내가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결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러한 자율을 획득한 개인이 조직 안에서 역할을 수행할 때 기대되는 것은 '헌신'이다.
만일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행동하지만 '다음에'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순종'이다. 순종은 아무리 성실하고 긍정적이며 규칙을 잘 지킨다고 하더라도 헌신이 될 수 없다. 헌신은 의외로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 규칙이 비전 달성에 방해가 되면 규칙을 바꿀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스스로 변경하고 조정하며 비전 달성을 위해 정진한다. 정해진 룰 안에서 전략의 규칙과 방식을 바꾸는 사람들을 우리는 핵심인재, 혹은 '전문가'라고 부른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성을 쌓는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확대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자율과 헌신을 기반으로 지식과 기술을 쌓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통 우리는 '전문성'이라 부른다. 하지만 전문성은 단순히 '문제 해결에 능하다'라는 개념을 넘어 '자유'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고속도로에 차를 몰고 가다가 차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고 생각해 보자. 주유를 하거나 엔진오일을 주입하는 정도밖에 모르는, 차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하나의 상황에 한 가지 답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벗어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본인의 답은 무용지물, 다른 답을 찾고 싶어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떤 답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차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정비공은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있다. 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해당 상태를 개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대안 중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다양한 선택지 중 최적이라고 하는 대안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행동에 옮긴다. 자유를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이러한 원리는 전문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전문성이 없다면 우리는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가 없다. 특정한 상황과 환경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고와 행동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욱 넓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넓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유의 폭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자율, 헌신, 그리고 전문성.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일관성'과 '반복성'을 가지고 조직 안에서 작동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약속을 지키며 그 안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지, 내가 조직의 비전 달성을 위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조정하고 변경할 수 있는지, 내가 조직 안에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무엇인지, 이러한 장면들이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확인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성과평가, 승진과 보상, 육성과 개발, 각종 시스템과 프로세스 등은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자율과 헌신, 전문성의 개념과 태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자율, 헌신, 전문성이라는 지붕이 무너지지 않게 튼튼하게 받쳐주는 기둥이다. 즉, 자율, 헌신, 전문성이 조직 안에서 일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조직 안에 세팅되어야 하는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이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전략, 실행이 있어도 결정적으로 브랜딩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일관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자율과 헌신, 전문성이라는 개념을 구성원들과 밀도 있게 공유하고 일관성과 반복성을 가지고 꾸준하게 우리의 약속과 일하는 방식을 밀고 나아가면 자연스럽게 '우리다움'의 정체성이 생긴다.
우리다움의 정체성이 생긴 조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먼저 리더가 사라지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든 사람이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일터의 개념이 돈을 버는 곳에서 가치를 지향하며 각자의 삶을 완성시켜 나가는 곳으로 바뀌며, 사람들 간의 관계가 경제적 교환 관계에서 심리적 교환관계로 넘어간다. 이런 단계까지 도착한 조직은 비로소 '공동체'를 이야기할 수 있다. 공동체는 이윤추구보다는 '이웃추구'를 지향하며 비즈니스 자체를 '가치 추구의 행위'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은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집단'이라는 정의를 뛰어넘어 '가치에 맞는 행동을 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모임'으로 조금 다른 정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내부 브랜딩을 단지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는가?
좋다. 대부분이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의 고민이 조직 내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조직문화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조직을 넘어 사회에 어떤 가치와 삶의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 조직은, 우리 공동체는 사람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고, 어떤 삶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나름의 답을 탐색해야 한다.
브랜딩이 '관계'라는 해묵은 정의는 실은 이러한 생각의 방향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닐까?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12 HR 리더스 2기를 모집합니다!
서로 응원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리더 모임!
모집 인원 : 20명 모집 기간 : 2021.12.02 ~ 2021.12.16 멤버 발표 : 2021.12.22 오전 10시
신청하러가기: https://www.wanted.co.kr/events/HRleaders.2
선정 결과는 인살롱 게시판(
hr.wanted.co.kr
)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참여할 수 있나요?
현직 HR팀장이라면 누구나!
공부도 하고 싶고, 좋은 리더도 되고 싶고, 네트워크도 하고 싶은 HR팀장이라면 누구나!
출석률 높고 모임에 진심인 ‘열정가득한’ HR팀장이라면 누구나!
HR리더스 멤버가 되면 좋은 점!
트렌디한 HR 주제에 대해 함께 공부합니다.
HR 현업 팀장들과의 지적 만남과 끈끈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합니다.
활동 기간 중 원티드+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원티드가 만드는 HR 행사에 연사와 아티클 필진으로 참여가 가능합니다.
HR엠버서더 4기(주니어 HR)와의 교류 및 멘토 활동이 가능합니다.
모임 일정과 주제
1회(1/18 화) : 웰컴 파티
2회(2/22 화) : 우리 기업의 평가제도 운영과 성과관리
3회(3/22 화) : 조직문화 이슈와 관리 방법
4회(4/19 화) : 채용 잘하는 방법, 우리 회사에 맞는 채용 방식
5회(5/24 화) : 인사담당자의 성장과 커리어 관리
6회(6/21 화) : 수료식 및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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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해당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간단하게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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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일정과 주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시간월 1회, 저녁 7시~9시장소잠실 롯데타워 35층.원티드랩 라운지.
코로나 상황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참가비총 6회 10만원 (참가비 납부는 멤버 선정 후 별도 안내 드립니다)
FAQ
**Q. 꼭 팀장만 참여가능한가요?**네, 모임의 특성상 팀장(팀 리더)만 참여가능합니다.**Q. HR 외 직군의 팀장은 참여가 불가능한건가요?**네, HR 직군에서만 신청 가능합니다.**Q. 20인 이상 신청 시 선정 기준이 별도로 있나요?**신청 이유를 정성껏 작성해주시는 분들이 우선 선정됩니다.**Q. 상호 사례 공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미리 선정된 발표자의 간략한 사례 발표와 자유로운 질의응답, 토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Q. 저녁시간인데, 식사가 제공되나요?**간단한 식사와 다과가 제공됩니다.환불 정책
첫 번째 모임 시작 2일 전: 전액 환불 가능
첫 번째 모임 시작 1일 전~시작 전: 80% 환불 가능
두 번째 모임 시작 전: 50% 환불 가능
두 번째 모임 시작 후: 환불 불가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15 2021 HR 5大 이슈
2021년 코로나 팬데믹 혼란 시기에 국내기업은 HR영역별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채용: 채용부문에서는 우수한 인재보다 조직(O-fit)과 직무(J-fit) 관점에서 우리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화두다. 그러나 적합한 인재를 채용해 놓고 적정한 업무량, 일정 수준의 난이도 있는 과업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잘 뽑아놓고도 이직 의도가 발생되어 채용이 실패될 수 있다. 고성장기에는 노동시간 유연성이 높아 우수한 인재를 먼저 채용하고 적합한 직무를 만들어서 배치했다. 이제는 저성장기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필요한 적정인력을 직무(업무량)·효율성 관점에서 고민하고 인력을 채용해야 이후의 HR제도 적용이 원활하게 연계된다. ***평가:***평가부문에서는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성과관리 이슈가 화두이며, 특히 MBO에서 OKR 전환 등이 해당된다. 사실 이러한 추세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큰 변화는 피드백 주기 변화다. 기존 1년에 한번 하는 성과관리 면담이 수시 진행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기업은 리더와 직원 간 거리가 멀어진 만큼 많은 소통과 피드백을 요구한다. 구성원 일부는 리더의 많아진 피드백이 잔소리로 변질되어 초반에는 재택근무가 좋았지만 차라리 함께 근무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한다. 공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건강한 피드백은 어려운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리더의 평가에 대하여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보상:***보상부문에서는 보상전략 수립 세 가지 원칙인 Pay mix, Pay level, Pay at risk 세 가지 중 MZ세대들의 공정성 이슈가 제기되면서 Pay at risk가 화두였다. 즉, 열심히 노력하고 기여할 테니 그만큼 보상을 달라는 것이다.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시간기준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최저임금 정책과는 구별된다. 과거에는 개인보다 집단성과를 중시하여PI(Personal Incentive) 또는 PS(Profit Sharing)로 보상을 받았다면, 이제는 개인 관점에서 스스로 혁신적인 생각과 행동을 갖고 일하며 동료와 구분되는 보상을 받고 싶은 것이다. ***육성:***육성부문에서는 압도적으로 경력직 온보딩이 화두였다. 확실히 코로나 팬데믹 전후에서 인력구성의 가장 큰 변화는 신입사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문화다. 고성장기에는 조직응집력이 중요했기에 기수 문화를 도입하였고,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므로 신입사원을 확보하여 육성하였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노동유연성이 경색되는 환경에서 즉시 업무투입이 가능한 경력사원이 선호되고, 이직시장에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많은 만큼 키워진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인사팀에서 100명을 먼저 뽑아놓고 분배하는 방식이 아닌 현업에서 면밀하게 판단하여 필요한 인력을 요청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끝으로 문화부문에서는 팀 단위 비대면 워크숍 이슈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로 인하여 서로 만나기 어렵다 보니 비대면 이더라도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실행력이 필요한 만큼 기업 최소 단위인 팀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조직에서 팀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팀을 존중해주고 팀이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 강해지듯이 2021년의 HR은 유독 추웠기에 2022년은 더욱 더 따듯하지 않을까 싶다. .해당 게시물은 월간인사관리 12월호 재편집한 내용입니다..해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많은 카드뉴스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15 지금 알고 있는 걸 DT 할 때도 알았더라면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 중에 ‘어바웃 타임'이 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죠? 안 좋은 기억, 그러니까 과거를 돌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니까요. 저도 연말이 되어 한 해를 정리해보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고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습니다.
처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게 2020년 8월이니, 벌써 1년도 넘었습니다. 그 사이 DT는 Driving Thru의 약자이냐는 우스갯소리는 사라졌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제 누구나 아는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산업에서 갖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은 더 커졌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은 복잡하다던 부모님도 모바일 앱에서 백신 접종 사실을 인증하지 않고는 식당에 갈 수 없고, 키오스크 주문 정도는 알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기업은 어떤가요.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담당하는 조직이 만들어졌고, 변화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 레이스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2019년 12월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기획하는 부서가 신설되었고 그 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는 디지털 혁신 경쟁에서 다른 회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레이스는 트랙 경기가 아니라 코스를 모른 채 뛰어가는 산악 달리기에 가까웠습니다. 우리가 잘 가고 있는 건가, 잘 되고 있는 건가를 의심하면서 그저 뛰었습니다.
저의 여정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올해 9월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레이스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잘 될까'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대열에서 이탈해 돌아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많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한 발 떨어져 보면 새로운 게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실패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최초의 팀원 중 저를 포함해 절반의 구성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될 만큼요. 우리가 만약 '어바웃타임'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럼 더 잘 해내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가장 아쉬운 점은 CEO에게 DT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DT라는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디지털에 아주 관심이 없던 CEO도 조찬 포럼에 다니다 보면 ‘왐마, 그거 해야 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고, 기획실에 “그거 디지털 그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봐!”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기획실에서는 ‘DT가 무엇이고 스타벅스, 나이키 등의 성공사례’를 조사해서 보고를 합니다. 그리고 경쟁사 중에 관련 조직이 있는 곳을 벤치마킹하겠죠. 그리고 DT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듭니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할지 로드맵과 Task를 찾습니다. 이게 기업에서 DT를 추진하는 일반적인 과정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CEO와 기획실에서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계획을 짜고 나면 마치 일을 한 것과 같은 보람을 느끼듯이요.
여기서 시간을 돌린다면, CEO의 안도감을 빼앗고 싶습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줘야 되니까요. 디지털 DNA와 같은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실제의 언어로 알려야 합니다. AI가 뭐니, 블록체인이 뭐니 기술을 아무리 말해도 ‘어 그래 한번 해봐' 수준의 대화만 남을 뿐입니다. 그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것이 뭐가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유통기업에서 이커머스를 강화하겠다 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 말의 이면에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요? 먼저 회계와 재고관리를 위해 만들어졌던 몇십만 개의 품번을 완전히 다시 짜야 될 수도 있습니다. 개발된 전산 시스템도 바꿔야 합니다. 그동안 고객이 매장에 와서 알아서 하던 Cross Selling을 기업이 짐작해서 권유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매우 발전된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해집니다. 2~3명만 매장 입구에 서있으면 되었던 안내데스크 대신에 기업은 메타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매장 관리자 대신에 UX, Payment, Cloud 전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합니다. 이런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결국 CEO와 경영진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러한 시간과 투자, 노력이 CEO입장에서 강남에 백화점 하나 오픈하는 것이 차라리 훨씬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다음은 사람입니다. 대기업에서 DT를 전담하는 부서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제가 경험을 통해 다시 확신한 것은 ‘총괄’ 부서, ‘컨트롤타워' 이런 곳은 실질적으로 새로운 일을 촉진시키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현황조사, 자료 작성만 하다가 아까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됩니다. DT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조사가 끝났다면 조직은 해산하고, 정말 우선순위가 높은 특정 Task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추진하기로 했으면 아마존의 싱글 스레드 리더십 원칙처럼 그 일만 전담하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최적의 리더가 독립된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또 있습니다. 앞선 프로세스에서 CEO의 지시로 DT를 조사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실행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것입니다. 스텝 조직과 실행 조직은 다릅니다. 기획부서 직원들은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것은 잘할지 몰라도 직접 발로 뛰면서 일이 되게 하는 역량과 경험은 약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저처럼 12년간 스텝 조직에 있었던 직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HR 담당자도 꼭 이런 부분을 고려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신규 조직을 만들 때 그 조직의 목적에 따라 능력을 발휘할 Player가 과연 누구인지요. 잘 알고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조금 다르니까요.
DT를 한다면 우리 회사는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CEO가 잘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CEO가 적합한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그 적임자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은 쓸데없는 협업에 불려 다니지 않도록 하는 싱글 스레드의 원칙과 비즈니스에 알맞은 구성원입니다. 어쩌면 DT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잠깐 아쉬운 시간을 돌려서 시행착오를 짚어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이제 DT 업무를 떠났고, 연재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은 앞으로도 사회 경제의 큰 동력이고, 지금까지 보다 더 큰 변화가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윤명훈 (전)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디지털혁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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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24 2022년 신임 임원에게 드리는 글
**임원은 힘든 자리이다.**2021년 신임임원의 두드러진 특징은 3~40대 약진이다. 4대그룹 신규임원을 보면, 30·40대 비중이 ·삼성 14%, 현대차 33%, SK 55%, LG 62%이다.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보면, 나이 많은 직원을 이끌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기업은 성과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과는 한 개인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함께 달성해야 한다. 관계 속에서 성과가 창출되기 때문에 조직 내의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임원은 위로는 CEO를 보완하는 존재이다. 보좌하는 임원이라면 돈 많이 받는 팀장이나 팀원일 뿐이다. 보완 역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임원은 인지하고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임원의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책임은 무엇일까?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구성원들은 임원이 잘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CEO는 임원들이 방향을 정해 주도적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기를 원한다.하지만, 자신처럼 고민하지 않는 임원들을 보며 실망한다. 실천하지 못하는 임원들을 보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임원이라면 개인을 떠나 회사에 모든 것을 헌신해야 하는데 개인 성향을 보이는 임원을 보면 참을 수 없게 된다.구성원들은 임원들이 방향을 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준다고 생각한다.어려운 경영여건을 해결하는 전략과 방안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듣고 올바른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자신들의 미숙한 경험이나 지식을 임원이 지도나 코칭 등으로 보완해 주길 원한다.임원은 위로는 CEO, 아래로는 조직과 구성원의 수많은 니즈를 해결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임원은 회사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힘들다.오죽하면 임원들은 조직장으로 있으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팀장 시절이 더 좋았다고 토로한다. 신임 임원이 해야할 4가지팀장에서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 과거, 회사 게시판에 신임 임원 발표를 하기 전에 인사팀에서 했던 일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축하란 발송과 신임 임원에게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것’에 대한 안내이다. 신임 임원 발표와 동시에 신임 임원들에게 회사 명의의 축하란을 발송한다.다른 하나는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을 정리해 보낸다. 임원들은 자신이 임원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잘 모른다. 보상과 복리후생의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조직 상 권한과 교육 등 비금전적 보상의 내용을 전달한다. 당시 달라지는 내용이 거의 100개 수준이었다.신임 임원 발표가 끝나면, 바로 신임임원교육이 진행되었다. 신임임원교육은 매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룹 차원으로 진행하였다. 그룹 회장의 축하인사와 부부동반 축하연이 있었다.임원의 역할과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명, 조직관리, 리더십, 정도경영이 주요 내용이었다.신임임원에게 강조했던 4가지가 있었다.첫째, 담당하는 조직에 대한 파악이다. 신임 임원은 크게 3유형이 있다. 하나는 팀장으로 있다가 타 본부로의 이동 없이 수직 승진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조직 파악이 조금 수월한 면이 있다.하지만, 가장 유념할 점은 팀장으로서 수평 관계에서 팀장과 임원의 수직 관계가 된 점이다.2번째 유형은 내부 승진이지만, 타 부문(실)의 임원이 된 경우이다. 회사의 전체 큰 틀을 알지만, 조직의 해야할 일과 구성원을 알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3번째 유형은 외부영입이다.회사와 조직, 사람 모두를 알아가야 한다. 조직에 대한 파악으로 구성원과의 1:1 면담을 강조한다.둘째,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이내에 중기 전략의 수립이다. 내부 승진 임원이라면, 길면 2개월 이내에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 방안과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외부 영입 임원도 3개월 이내에 수행해야 한다. 조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경영층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셋째, CEO와의 협력체계 구축이다. 중기 계획에 대한 보고, 조직 현황파악 논의, 지원 사항에 대한 요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중기 계획에 CEO의 의중을 담아야 한다.중기 계획의 추진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CEO의 관심과 참여는 절대적이다.계획 자체가 CEO의 의중을 사로잡아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여 지원받아야 한다.현황 파악한 내용을 공유하여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임원과 CEO의 인식이 같아야 한다.넷째, 중기 계획에 따른 조직과 내부 시스템의 정비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중기 계획을 추진할 내부 조직과 구성원의 한 방향 정렬이다.달성할 원칙을 정하고 중기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며 각자가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업무 분장을 해야 한다.사업계획에 중기 계획의 전략과 방안들이 담겨야 한다. 점검과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소 월 단위로 추진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 내부 경영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분석하여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무엇보다 조직과 구성원들이 해내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불타야 한다. 신임 임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신임 임원이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임원이 된 것은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측면도 있지만, 담당하게 될 조직을 제대로 이끌고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의 결과이다. 신임 임원들이 가장 실패하는 이유는 임원 이전의 경험과 지식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임원이 되었기에 자신의 철학과 원칙이 옳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를 새로운 조직에 강요할 경우, 성공 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 임원은 임원으로서 역할이 있다. 임원의 역할은 팀장의 역할과 다르다.팀장이 보다 실무 책임자로서 역할이 중요하다면, 임원은 방향 제시와 의사결정자로서 역할이 중요하다.팀장이 팀 운영에 초점이 맞춰 있다면, 임원은 회사와 연계된 조직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팀원의 성장이 중심이라면 임원은 회사를 생각하며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을 생각해야 한다.자신의 과거 역량과 성공이 임원으로 역할과 해야 할 일의 장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