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실망한 날
저는 요즘 주변 동료들의 이직과 해외 파견, 팀 내 담당업무 조정 같은 일들이 겹치면서 업무적인 불안정기를 겪는 중입니다. 다행히 야근이 많아지거나 할 정도는 아닌데 이런 분주한 상태가 주는 피로감이 생각보다 적지 않네요.
그러던 중에, 최근 옆 팀 A팀장님이 몇 가지 업무적인 부탁을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가볍게 도와드렸을 텐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요. 다른 팀 리더의 업무 요청으로 제가 하던 일이 자꾸만 중단되는 상황이 그날따라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팀 동료에게 푸념을 늘어놓았어요.
"요즘 A팀장님이 이거 한 번 보자, 저거 한 번 보자 하셔서 정신이 없네요."
고생이 많다며 맞장구 쳐주는 동료의 얘기를 듣다 무심코 뒤를 돌아봤는데, 아뿔싸... 그 팀의 팀원들이 바로 등을 지고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화가 충분히 들릴 정도로 가까웠어요.
'들었으려나...?'
찝찝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가 딱히 누구 욕을 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분명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오후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식사 시간에 제 바로 뒤에 앉아있던 책임님이 업무자료 협조를 부탁하시는데 멘트가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느낌입니다.
"광현아, 귀찮게 해서 미안한데..."
밥 먹을 때 하던 얘기가 다 들렸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곧이어 A팀장님도 한 가지 일을 더 부탁하셨는데, 네 일도 바쁜데 자꾸 부탁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아마도 그들 사이에 '광현이가 불만이 있더라' 하는 얘기가 벌써 오고 간 모양입니다.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두 분께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해 도움을 드렸습니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제 스스로에게 참 실망스러웠던 날이었습니다. 나름 기업문화에 관심이 있다며 글을 쓰고, 더 좋은 문화에 걸맞는 사람이 되겠다며 소속 부서의 조직문화 담당자도 자처한 저였는데요. 누군가는 뒷담화로 느낄 수 있을 법한 그런 얘기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다는 사실이 속상했습니다. 업무적인 불만이 있더라도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했는데, 그동안 마음속에 조금씩 쌓여 온 피로감이 어느새 더 나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던 제 진심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얘기를 들었겠지, 라는 짐작만을 가지고 나서서 사과하진 못했습니다. 내 마음 좀 편하겠다고 쉬운 사과로 제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는,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동료들에게 성숙한 태도를 잃지 않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좀 뜬금없지만...
저는 '쇼미더머니'라는 TV 프로그램을 매년 즐겨봅니다. 랩이라는 장르가 주는 청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매 시즌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어느 래퍼가 방송에서 선보인 랩의 한 구절인데요. (인살롱에 랩 가사를 쓰게 될 줄이야...!)
왜냐하면 내 가사는 순전히 백 퍼센트 내가 사는 삶 속에서 나와 늘 그러니까 라임(rhyme)과 삶의 질은 같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인 걸 알아둬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래퍼 던말릭 (출처 = 엠넷 쇼미더머니11)./caption.
제가 조직문화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나누면서 가장 경계하는 건, 저의 글이 제 경험과 동떨어진 채 그저 어디서 본 좋은 말들을 버무려 놓은 관념적이고 진정성 없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어느 래퍼가 랩의 수준과 삶의 질은 함께 상승한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더 좋은 문화에 대한 저의 진심과 나누고자 하는 영향력 역시 제 직장생활의 질, 동료에 대한 태도와 '같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문득 일선에서 조직문화 개선에 전념하고 계신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와 조직에 대한 불만이 있기 마련일 텐데,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디 가서 회사에 대한 작은 푸념 한 번 쉽게 하기 어려우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조심스럽게 응원합니다. 혹여 오늘이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느낀 하루였다 하더라도, 잠시 앉아 쉬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털고 일어나 다시 뚜벅뚜벅 나아가실 수 있기를요. 지나가는 평범한 회사원이 건넬 수 있는 건 비록 말 뿐이지만, 직장인으로서 겪는 현실과 맡은 직무에 대한 사명감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또 고생하고 계실 조직문화 담당자분들께 제 응원이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고맙습니다 :)
박광현 in 인살롱 ・ 2022.11.28 #2 스타텁 OKR 도입기 -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OKR이 뭔지, 그래서 우리가 OKR이라는 단어와 함께 무얼 할 것인지를 충분히 설명하셨다면, 이젠 OKR이라는 신기루를 손에 쥘 때가 왔습니다. 지난 글#1 스타텁 OKR 도입기 - 돗자리부터 까시죠? 에서 OKR 실행을 위한 돗자리를 깔 때 반드시 구성원에게 알려야 할 4가지를 말씀드렸는데요.
1) 왜 도입하는가? (우리 회사에서 OKR이 필요한 이유)
2) 앞으로 3개월 간 도입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얼 하려는가?
3) 그래서 구성원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4) 3개월 이후에는 어떤 일들을 계획 중인가?
위 꼭지대로 구성원들과 공유하였다면 아마 대략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인지는 하시고 계실 거예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일 텐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시니 구성원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공존할 거예요. 지난 글에 소개드렸듯이 우리가 '굳이' OKR 실행 소식을 3단계로 나누어서 구성원에게 공유를 한 이유도 불안감을 관리하기 위함이었어요.
< 소통 3단계 >
첫 번째는 슬랙 등 간단한 방법 활용하여 텍스트로 공유,
두 번째는 OKR의 개념 등이 들어 있는 설명 자료를 배포,
세 번째는 해당 설명 자료를 직접 설명하고 Q&A를 받는 설명회를 오픈.
이렇게 디테일하게 접근하면 실행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OKR 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를 도입할 때도 비슷해요. 그냥 문서 하나 배포하면서 "앞으로 이런 제도를 언제부터 시행할 것이다"라고 하면 사람들 기분이 어떨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마 아무도 그걸 따르긴 싫을 거예요. 물론 무시하거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 등의 일은 없더라도 그 제도를 자발적으로 따르는 사람은 소수가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이런 식의 제도 시행은 **'그냥 하라면 하는, 수동적인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에이~ 오버하는 거 아냐? 수동적인 문화까지 가는 건 너무 많이 간 거 아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실제 계시는데요. 못 믿으시면 계속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회사에서 없던 게 생길 때마다 그냥 종이 한 장에 간단하게 적어서 뿌려 보시는 걸 최소 3-5회 정도만 해보시면 조직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식의 성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수동적 조직 문화에 추가로 오해를 양산할 수 있고요 계속된 오해는 나아가 불신을 조장할 수 있어요. 연인 사이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남자 또는 여자의 성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괜한 오해를 만들어 내고, 오해가 쌓이면 불신이 되는 것처럼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라는 실체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같이 제도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섬세하게 관리하셔야 합니다.
이런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방법론만 가지고도 밤새 떠들 수 있을 정도로 다뤄야 할 디테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 자료 배포 시 어떤 포인트를 강조할 것인가 등에 따라 구성원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설명 자료에 'WHY'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빠져 있다면, 구성원은 OKR에 대한 경영진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고요. 그리고 OKR 이후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면, 자연스럽게 구성원은 '보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이런 부분을 섬세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성원을 가이드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팁을 하나 드리자면, 모든 행위마다 원하는 바, 즉, 목표 결과물이나 목표 결과를 명확히 한 뒤, 그걸 위해 해야 할 단 하나를 뽑아내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그 하나만 해도 원하는 바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 회사에서 무엇이든 새롭게 하시려는 게 있다면 잊지 말길 바랍니다.
이렇게 돗자리를 잘 까셨다면, 이제는 게임을 시작해야겠죠?
여러분들 브루마블 같은 보드 게임해보셨지요? 보드 게임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위의 개념 및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에 대한 설명은 게임 규칙을 게임 참가자와 공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칙이 공유되면 이후 실제 주사위를 던져가며 해당 단계별로 게임 참가자가 해야 할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것인데요. OKR 실행에 비유해보면 우리가 실행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OKR 세팅
OKR은 Objective(목표)와 Key Result(핵심 결과)의 개념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죠? 구글이나 네이버에 OKR이라고 치면 너무너무 많은 설명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구성원 설명 배포 자료에 OKR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는 담겨 있을 텐데요. 그럼 **'OKR 세팅'**은 정확히 무얼 말하는 것일까요?
OKR 개념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설명회를 가진다고 구성원은 바로 실행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래의 반응이 대부분일 거예요.
"아~ O는 뭐라고? 참 Objective! 목표?! KR은 뭐였더라? 참 핵심 결과였지! Key 뭐였더라? 아~ Key Result!"
이런 분들에게 각 팀의 OKR을 수립해서 제출해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맞습니다. 혼돈의 쓰나미죠! 이런 걸 예상하셔서 OKR 설명 자료에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넣으실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많은 자료를 넣어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걸 실제 업무 현장에 빗대 각 팀의 OKR을 수립하는 건 완전 다른 이야야기에요.
아마 여러분들께서 제출을 요청하면 가장 먼저 각 팀의 팀장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기 시작할 것이고요. 다시 설명을 드리고 제출을 요청드리면, 제출하신 OKR은 엉망일 가능성이 높아요. Objective, Key Result, Initiative 가 뒤죽박죽 섞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죠. 제 경험상 10개 팀 중 제대로 된 OKR을 세팅해 오는 팀은 1-2개 정도 되더군요. 그래서 이런 혼란을 피하려면, Objective, Key Result, Initiative 작성 Template을 배포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양식에는 각각의 개념 정의 및 예시(샘플)가 있으면 좋습니다. 물론 양식을 배포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에요 ㅎㅎ 첫 시도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죠.
Template 제출이 완료되면, 첫 시행이니 여러분들께서 어느 정도 수정 작업을 해주셔야 합니다. 팀별로 하나하나 리뷰하고 틀린 부분 수정을 요청하시거나 설명회 등을 통해 공통적으로 실수하는 부분 위주로 수정하는 등의 작업을 해주셔야 하죠. 이런 작업은 불가피할 텐데요. 그러려면 먼저 실행하는 담당자가 OKR의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건 기본이겠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팀에서 가져온 OKR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CFR 실행
OKR 세팅보다 중요한 것이 CFR입니다. CFR은 Conversation, Feedback & Recognition; 대화, 피드백 & 인정의 줄임말인데요. OKR의 핵심 of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회사 대표는 OKR만 세팅해놓고 CFR은 하지 않으시면서 저한테 그러더군요. "우리도 OKR 해봤는데 그거 별 효과가 없던데요?" 그런 말씀은 곤란해요. 왜냐면 그건 반쪽짜리 아니 반쪽 보다 못한 OKR이거든요.
CFR 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아래와 같이 4가지 때문입니다.
슈퍼파워 #1: 우선순위에 대한 집중과 전념
슈퍼파워 #2: 팀의 정렬과 연결
슈퍼파워 #3: 책임 추적하기
슈퍼파워 #4: 최고를 향한 도전
위 4가지 슈퍼파워는 존 도어의 책, <OKR의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 방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위 네 가지 슈퍼파워 발현을 위한 도구가 바로 CFR입니다. 그럼 대화하고 피드백하고 인정하는 이 CFR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크게 3가지를 통해서 합니다.
1) 팀 단위 포커스 미팅 (매주)
2) 개인 단위 1on1 미팅 (매주 또는 격주)
3) 전사 단위 OKR 성과 리뷰 미팅 (매월)
위 3가지를 통해 반복적으로 개인 단위, 팀 단위, 전사 단위로 '대화'하고 '피드백'하고 '인정'합니다. 다시 한번 CFR(대화, 피드백, 인정)을 하는 이유를 리마인드 하자면, 아래 4가지 슈퍼파워 실현을 위해서예요.
1) 구성원 모두가 우선 과제에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 각 팀과 팀 내 개인이 전사 목표 달성에 정렬되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 진행 간 명확한 역할 및 책임을 추적하여 효율성 및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4) 우리 팀과 개인이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위 세 가지 활동은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냥 이것도 Template을 주면 될까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우리의 역량이 필요할 때인데요. 이후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위 내용 관련하여 추가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 주세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2.11.29 세상에 '좋은' 조직문화는 없다
'좋은' 조직문화는 뭘까? '좋다'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조직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이나 '것 아닌 무언가'에 가져다 쓸 수 있긴 할까?
좋은 차좋은 집좋은 엄마좋은 아빠좋은 컴퓨터좋은 침대좋은 책상좋은 의자등등
너무나도 많은 '것'과 '것 아닌 무언가'들 앞에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기는 매우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명백하다. '좋은'이라는 정의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떤 이에게는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잘생기고 키 큰 남자가 '좋은' 여자 친구이자 남자 친구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귀엽고 애교 많은 여자가, 돈 많고 근육질의 몸을 가진 남자가 '좋은' 여자 친구이자 남자 친구이다. 그래서 그만큼 '좋은'이라는 형용사는 어디에도 가져다가 붙일 수 있지만, 어느 것도 그것을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사람들은 '좋은'이란 단어를 **좋아할까?**직관적이고 편하기 때문인가? 직관적이고 편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일까? 나는 직관적이고 편한 것을 멀리해야 진짜 '좋은' 조직문화를 찾거나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조직문화라는 것의 성질상 직관적이고 편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의 핵심 성질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
조직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단 구성원의 행동, 사건 등이 시간 속에서 겹겹이 쌓여야 한다.
연속성과 지속성이 있어야만 '문화'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문화'라는 것은 어떤 시점에서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예 제도를 생각해 보자. 과거 몇 천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노예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 좋은 것이라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수용 가능했기에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렇듯 어느 시점의 무언가를 당시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판단은 어떤 현상에 낙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것이 지속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류의 역사에는 얼마나 많은 '좋았던 것'들이 나중에는 '나쁜 것'들이 되어 버리는가? 그 반대 또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조직 문화라는 것도 지금 당장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럴 수 있으나, 판단해선 안된다.
토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등 소위 업계에서 잘 나가는 회사들의 문화가 '좋다'라고 당연하게 정의 내리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대표님들부터 조직문화를 다루는 전문가까지, 그냥 쉽고 편하게 어떤 회사의 문화를 '좋다, 나쁘다'라고 레이블링 하는 식의 접근은 잘못됐다.
조직문화에 별 관심이 없거나, 조직문화라는 단어를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단순히 조직문화를 즐기거나 비판하는 입장이라면 '좋다, 나쁘다'의 평가가 당연하다. 그러나 회사의 대표라면, 조직문화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좋다, 나쁘다'의 접근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손에 쥔 사람이라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비교적 과학적이고, 신중하며 체계적인 접근 말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음 글에서 얘기 드리도록 하고, 오늘은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마저 얘기하겠다. 그럼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조직문화는 우리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가는 것
실증주의와 해석주의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보자. 실증주의 vs 해석주의(Positivism vs Interpretism). 이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실증주의는 '세상은 어떤 정해진 원칙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기에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것은 그 세상에 감춰진 원칙을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해석주의는 '세상엔 그런 정해진 원칙은 없고,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 등의 역동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거나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라고 주장한다.
그럼 조직문화는 위의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딱 하나를 정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해석주의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조직문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고, 또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해석주의의 관점을 견지하되, 실증주의적 관점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와중에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겨 우리가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관계를 맺는 방식이 엄청나게 바뀌었지만, '소통'이라는 근본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관계 맺는 것을 예나 지금이나 원한다'라는 전제는 실증주의적 관점으로 접근 가능하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바뀐 소통 방식은 해석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왜 많은 조직에서 '핵심 가치'나 '미션'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강조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핵심 가치'나 '미션'은 우리 조직의 변하지 않는 것, 실증주의적 관점에서의 정해진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조직문화를 손에 쥔 대표나 담당자는 가장 먼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첫 번째,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정할 것 두 번째,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이고, 변해야 할 것은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를 정할 것
이 두 가지 '무엇'을 잘하는 방법인 HOW는 아까 잠깐 언급한 과학적이고 신중하며 체계적인 접근과 연관되어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면, 다음은 그 무엇을 '어떻게 하면 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나는 그 'How Well'의 핵심은 '과학적, 신중한, 체계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도록 하고, 이번 글은 마무리 하자.
정리하면,
。문화라는 것의 성질상 '좋은' 조직문화는 세상에 없다.。이에 좋은 조직문화를 찾으려는 시도부터 잘못되었다(그러니 성공 케이스는 참고만 하되, 그걸 '우리 조직에 입히면 우리 조직도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다).。조직문화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대표를 포함한 리더십 그리고 조직문화 담당자 등의 전문 인력이 중요한 이유다).。우리의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① 변하는 것 vs 변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정하고,② 그것을 어떻게 '잘' 지켜나가고, '잘' 변화시킬 것인지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위 구체적인 방법론인 'HOW Well'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인살롱 in 인살롱 ・ 2022.11.29 일 잘하는 팀원과 팀장의 차이
역할의 차이가 하는 일을 결정한다팀장과 팀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팀원은 지시 받은 과업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대안을 설정하고 최종안을 만들어 과업이 실행되어 결과물을 창출하는 실무 담당자입니다.과업의 추진력과 의사결정자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흔히 일 잘하는 팀원은 지시를 받는 순간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지시사항을 명확히 이해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큰 틀을 정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빠르게 세워 보고합니다. 중간중간 자료 취합부터 결과물 창출까지 신속하고 명확한 처리와 보고로 의사결정자가 불안함이 없이 신뢰하게 합니다.일을 마무리 한 후에 이들은 결과물을 매뉴얼이나 강의안으로 만들어 공유하여 다른 사람이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게 합니다.팀장은 사업가 연계하여 팀의 바람직한 모습, 방향, 전략, 중점 과제를 만들고, 팀원에게 내재화 시키며, 실행하도록 지시하고 점검하며 피드백 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의사 결정자입니다.일 잘하는 팀장은 사업과 회사, 상사의 의중을 명확하게 파악합니다. 팀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알고 방향을 정해 중점과제를 만들어 냅니다. 회사의 성과와 연계하여 팀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팀원과 주변 조직, 상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합니다.팀원이 지시된 과제를 추진하는 담당자라면, 팀장은 새로운 과제를 찾아 지시 내리며 성과로 이어지도록 소통하는 의사 결정자입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역량과 하는 일도 다릅니다.팀원으로 일을 잘했다고 팀장이 되어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닌 이유이기도 합니다.**일 잘하는 팀원의 특징은 무엇인가?**일 잘하는 팀원을 살펴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성격과 일 처리에 있어 뛰어난 팀원들은 긍정적 사고, 추진력, 성취감이 뛰어납니다.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일이 부과되었지만, 성과의 차이가 큰 그들만의 비결은 다음과 같습니다.① 지시 받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일한다②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잊지 않는다.③ 자신감을 가지고 결론을 명확하게 얘기한다.④ 결론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시간을 확보한다.⑤ 완벽한 보고보다는 정확한 보고를 지향한다.⑥ 간략하게 설명하고 질문에 대해서만 상세하게 얘기한다.⑦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⑧ 보고와 마감 시기를 어기지 않는다.⑨ 보고 준비가 충분치 않을 경우 미리 일정을 조정한다.⑩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숨기지 말고 빠르게 보고한다.⑪ 결과를 기록하고 활용한다대기업에 근무하다가 독립하여 지금은 중소기업 CEO가 된 A사장은 자신이 팀원 시절에 3가지를 항상 기억했다고 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한다. 지시 받아 일하는 사람이 아닌 내 일은 내가 주도적으로 이끈다. 될 때까지 악착 같이 실행하여 성과를 낸다.**일 잘하는 팀장의 특징은 무엇인가?**일 잘하는 팀장은 혼자 보고서나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팀원들을 한 방향 정렬하고, 팀워크를 중심으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얼마나 창출했느냐로 평가 받는 자리인 만큼 팀장이 해야 할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팀장의 역할은 방향제시, 의사결정, 성과창출, 조직과 구성원 육성, 로열티 강화로 살필 수 있다.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팀장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① 회사의 업의 본질, 밸류체인, 전략, 재정 상황,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수준을 명확히 안다.② 개인 부서가 아닌 전사적 의사결정을 한다③ 혼자 일하지 아니하고 함께 소통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한다④ 변화에 민감하며 항상 선제적 조치를 한다⑤ 단기적 시각이 아닌 길고 멀리 보며 큰 틀에서 본다.⑥ 담당 직무의 높은 전문성을 갖고 방향 제시와 결단력이 뛰어나다.⑦ 팀원과의 관계 뿐 아니라 상사와 주변 사람과의 관계 증진에 노력한다.⑧ 정도경영과 솔선수범으로 모범을 보인다⑨ 매일 우선순위를 정해 공유하며 끝까지 해낸다⑩ 진정성을 갖고 관심과 성장시키려는 마음으로 소통한다.⑪ 인력 유형별 목표 부여와 관리를 하며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하다.⑫ 회사, 함께 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주며 좋은 사람이 되려 하기 보다 경쟁력을 강화한다.팀원들에게 팀장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을 때,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직원에게서 “제가 회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롤 모델이십니다”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내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는 팀원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팀원의 마음 속에 당신이 간직되어 있어야 한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