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하고 싶으세요?"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HRD와 OD 업무를 오랜시간 하면서, 저는 이 일이 제게 완벽한 일 이라는 생각은 못해봤지만 제가 오래하고 싶은 일이라는 점은 늘 느끼고 있습니다.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효과를 내긴 어려워도,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과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HRD와 OD는 절대 '나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실현될 수 없는 업무이기도 합니다.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요하고,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하고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벤치마킹하며 여러 사람들의 도움 아래 프로그램이 만들어집니다.최근들어 제 주변에서 겪는 많은 사례들을 보고, 오래 회사 밖에서 함께 도움을 주는 이들과 '협업'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어떻게 하면 오래, 회사 밖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1.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와 내용을 수집해서 내가 100% 만든 것 처럼 빼앗지 않는다. 제가 아는 A회사의 이야기입니다.직원 교육을 위해 B업체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제안서를 받아 PT까지 진행하고 교안까지 모두 받아갔습니다. 심지어 파일럿 교육과정까지 운영했습니다. 교육 과정의 계약 체결은 사내 법무검토 프로세스로 늦어진다고 하길래, B업체에서도 그런줄 알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연락을 해보니 전화를 회피하더랍니다. 그리고 나서 진행했던 파일럿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A회사는 '자체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B회사에서는 뒤늦게 문제삼았지만 A회사에서는 '회사 규모'를 내세워 B업체를 압박했습니다.황당한 일이지요?그런데, 이런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보통의 HRD/OD 컨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회사들은 규모가 고객사에 비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그럴수록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죄책감도 없어보입니다.)컨텐츠는 누군가의 노력과 피, 땀, 눈물이 들어간 내용이니까 함부로 사용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걸 '잘' 도용합니다.정당한 대가를 주고, 정당하게 비즈니스할 때 함께 일하는 '비즈니스'와 '협업'이 오랫동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2. 내가 하지 않은것을 '내가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도 대학원에서 강의를 진행합니다. 그렇지만, 제게 그 강의의 '교안'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저는 온라인으로 배포할만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가 작성한 강의안을 '캡쳐'한 페이지 그대로 출처조차 표기하지 않은 채 본인의 강의안이라고 올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제가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아이디어가 통째로 빼앗긴 기분이었습니다.재미있는건, 그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짜깁기한거라 '몰랐다'라는 반응이지,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선가 그 자료는 2차, 3차 가공하는 사람들이 마치 '자기가 만든 자료'인것 처럼 돌려막기 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컨텐츠를 만들고 생산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만든 사람의 인사이트가 들어갑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 저거 괜찮다!' 싶으면 일단 자기 자료로 가져가서 어느순간 '내가 만든' 자료인것 처럼 이야기합니다.재미있는건, 그 컨텐츠에 대해 두 세번 이상의 깊이있는 질문이 이루어지면 '아이디어만 가져간' 당사자는 대답을 못합니다.어떤 배경으로, 어떤 맥락으로 그 자료가 구성되었는지 알지 못하니까요.HRD/OD의 깊이있는 컨텐츠를 만드는건 얼마나 그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느냐, 더 필요한 자료들을 적재적소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그 자료들을 큐레이션 하는 사람들조차 기본적인 저작물에 대한 윤리가 없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례와 자료들이 공유되지 않고, 하나의 practice로만 남게될 수 있습니다. 3. 고마운 것을 고맙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당신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니까'라는 마인드 때문일까요?가끔, 일을 하다보면 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몰입해서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더 많이 내 자신을 투입하고, 노력하기도 합니다.한 배를 타고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내/외부의 전문가들이 저렇게 '몰입'하고 있다면,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으로선 축복받은 일입니다.그런 경우, 주저하지 말고 '고맙다'고 말해보면 어떨까요?그 순간 당신의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는 오래오래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한번 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손꼽히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프로젝트도 성공하고, 이 멤버들과 한번 더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주저없이,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4. 타인에게 대한 무례함은 훗날 다시 돌아온다. 제 커리어의 시작은 교육 컨텐츠 회사였고 몇 번의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기업과 학교의 중간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누군가 제게 '지금까지 일하면서 어떤 사람이 가장 싫었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무례한 사람'이 가장 싫습니다.특히,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HRD나 OD 컨텐츠운영을 협업하는 회사를 상대로 소위 말해 '무례한 갑질'을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심한 경우, 저는 운영회사에서 직원들이 공황장애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도 보았습니다.타인에 대한 무례함이 최근에는 '본인의 지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한번은, 제가 강연의 패널로 초대된 자리에서 '박사님 학위논문은 왜 그 주제로 쓰셨죠? 학위논문을 지금 상황에 도입하면 어떻게 분석하실것 같나요?'라는아주 길고도 어려운 질문을 받았습니다.그 강연자리는 전혀 학위나, 논문에 대한 내용이 언급될 자리가 아니었고 강연자는 심지어 따로 있었습니다.무례한 질문에 저는 다소 당황했지만, 제가할 수 있는 답변의 선에서 답변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저는, 그분이 스스로 저를 당황시키는것 뿐만아니라 본인이 그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많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본인이 (저는 기억도 하지 못하는 학번의) 선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자신도 '학위'가 있음에도 그 자리에서 강연을 '청강'하고 있다는 사실을주변에 밝히고 싶어서 그러한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저는 무례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마, 저 이외의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합니다.대체로 무례한 분들은 본인이 더 높은 지위 (나이, 직급, 더 큰 회사 소속 등)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될텐데,늘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듯이 회사라는 타이틀은 한정된 시간 안에 자의든 타의든 '벗겨지게' 되어있습니다.회사라는 무기가 없어진 무례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타인에 대한 무례함은 꼭, 다시 돌아온다는걸 부디 꼭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그래야 '오래오래' 이 일을 하면서 서로의 '좋은 소식'들을 많이 듣게될 수 있을테니까요.최근, 넷플릭스에서 '킹 오브 클론'이라는 황우석 박사의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황우석 박사는 일련의 사건들을 회고하며 “압박이 있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건 비겁한 것이다. 과욕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지 그걸 가지고 누구 핑계를 댈 수는 없다”라고 스스로 이야기합니다.우리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사람과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그런데, 그 과정에서 협업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마치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내가 한 것처럼 하거나,무례하게 구는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듭니다. '핑계'이고, '과욕'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황박사의 회고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도 협업 과정에서 또다른 우리 안의 '눈속임'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기고만장 edge를 통해 공유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