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본인등판] Q.술좀 드시나요? 비공식 술자리면접. 그리고 뜻밖의 결과 10년도 더 된 예전 이야기입니다. [음슴체 주의] 대학 졸업반으로 한창 서류에서 광탈하고 있을 때,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업체에서 면접을 오라고 함. 나름 네임벨류가 있는 회사라 너무 기뻤고, 마침 아버지 직장도 근처라 여기 붙으면 뼈를 함께 묻으리라고 찾아감. 미녀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었음. 짧게 저분과 웃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상상을 했음. 다시한번 여기에 붙겠다고 다짐함. 면접은 나를 포함 7명 정도였던 거 같고, 직군은 해외영업이라 아주 해외파들이 득실거렸음. 도대체 뉴욕에서 양놈들 것 배우고 이런 공장으로 면접을 오는 게 참 얄미웠음. 이렇게 까지 내 밥그릇을 뺏어가려는 거임? 아니나 다를까 영어발음은 혀가 기가막히게 꼬부러짐. 토종 김치혓바닥인 나는 연신 속으로 오마이갓을 날림. 면접질문은 소읽고 외양간 고치기를 영어로 설명하라는 거였음. 일동 당황하였고 유학파 출신은 외양간도 모르는 상황. 보통 after loosing cow, fixing bar 정도의 얘기로 했고, 중간 순번인 나도 들은 대로 따라했음. 그랬더니 면접관이 아주 다들 훌륭한 인재라면서 다음문제는 ‘사면초가’를 영어로 설명하라고 함. 유학파는 더 멘붕,, 아이돈노우를 남발. 어떤 사람은 Cho nara song from 4 sides.. 이라고 했는데, 난 그냥 오마이갓, no way out이라고 함. 생각해보니 이게 젤 쉽고 정답이었던 거 같음. 그러더니 이젠 어디 회의실로 데려가더니 무슨 법조항을 해석하라고 함. 겁나게 또 팔아프게 썼음. 한 2시간 동안 있었던 거 같음. 면접비를 3만원인가 받고 집에가는데, 그닥 잘본거 같지가 않아 아쉬웠던 상태. 다음날에 집에서 디비자고 있는데 전화가 옴. “어제 면접보셨죠?” 어제 그 회사의 미녀 직원이었음. “네 맞습니다. 근데 아직 합격 발표 전인데 어쩐일로..?” “네, 혹시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시간되세요? 임원분들이 식사한번 하시자고 합니다” 오, 이건 또 무슨일? 합격아닌 합격인건가? 그런데 기분이 좀 쎄함. “혹시.. 저 말고 다른 면접자도 참석하나요? “네, 한분 더 계시네요” 바로 촉이 왔음. 1명 뽑는데, 결국 2명이 최종에 올랐고 술자리에서 보겠다는 거임. 이게 말로만 듣던 술자리 면접인가! 원래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라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게 왠 공짜술? 그냥 가보자는 마음으로 나옴. 술자리는 수원의 한 고급 일식당. 주방장이 거대한 사시미로 회를 쓱쓱 썰어주는 살벌한 자리였음. 회사 측에서는 전무하고 해외영업부장이 나오고, 나하고 해외파 하고 총 4명이 앉게 됨. 전무는 그냥 편하게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했으나, 우리는 면접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양복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좀 많이 쫄아있었음. 회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와사비가 매운지도 몰랐음. 여기서 의외의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우리 2명을 부른 이유는 실력은 비슷하지만 가정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음. 해외파는 국내 건설사 임원의 아들이며, 영어도 유창하고 예의있고 가족이 화목해보인다고 했음. 우리 아버지는 회사근처 면소재지 공무원 (파출소장하고 친해서 그런가)인데, 인상이 괜찮아 좋아보인다고 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인성이 중요한 건데, 당시에는 이젠 가족도 스펙인건가? 결혼할 것도 아니고 라는 생각을 하긴 했음. 나를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신 부모님과 함께 해준 동생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씨게 들었음. 가정사 호구조사하고 나니까 별로 할 얘기도 없고, 답답했던지 전무가 갑자기 야자타임을 하자고 함. “당신들 이제 나한테 반말써!” 헐, 이 양반이..? 나는 “반말쓰세요라고 하세요” 하고 맞받아치고, 접시에 회를 떠주면서 “이게 진짜 맛있더라 먹어봐” 라고 함. 그랬더니 전무가 되게 좋아함 옆에 있던 부장에게 “너도 먹어봐”라고 건네니 부장도 좋아함. 오 성공인가? 그런데 해외파 놈은 끝까지 공손모드임. 얘는 계속 혼자 똥줄타고 있음 아니 그럼 내가 뭐가 되냐? 그냥 먹다가 흐지부지 됬음. 여기서부터는 술이 좀 들어가서 기억이 가물가물함. 2차로는 옆집에 있는 노래방(!) 을 가게 됬음. 갑자기 부장이 넥타이를 풀더니 머리 띠를 두름. 드라마가 각본이 아닌 현실고증이라는 것을 알게됨. 나도 질수없음 같이 두르고 존나 노래 부름. 전무가 일본 유학파였는지 엔카같은걸 부름. 나도 일본어를 배웠던 지라 따라 부름.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도우미들이 들어옴. 화려한 빤딱이 옷을 입은 40대 미시들이 들어와서 흔들어 제낌. 젠장 나도 모르겠다. 그냥 어깨동무하고 위아더 월드였음. 그리고 그렇게 필름이 끊겼음. 지금도 기억이 안남. 다음날 아침에 머리를 쥐어잡으며 깼음. 기억나는 건, 노래방에서 부장을 넥타이로 문고리에 묶어둔 것과 노래방 앞에서 택시 뒷자석에 슈퍼맨 자세로 탔던 기억만 남. 어머니는 내가 낮은포복으로 집을 기어들어왔다고 하심.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으나, 합격은 이미 물건너 갔다고 생각했음. 최종합격자 발표날, 떨리는 마음으로 조회를 하였으나 결과는 불합격. 부장을 문고리에 걸어서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해외영업에서 술 약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거 같음. 역시 난 영업이 안어울리나 했음.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뒤에, 그 미녀 비서한테 또 전화가 옴. “저번에 떨어지셨죠..” “아 네 그런데 무슨일로..?” “해외영업부는 떨어지셨는데, 전무님이 좋게 보셔서 그룹 전략기획부로 채용하려고 합니다. 공고는 날 건데, 수락하시면 뽑지는 않을 거에요” 즉 일종의 사전 내정자고, 공고만 한다는 얘기임. 이것 또한 충격이었음. 그동안 채용인원 0 명이란 게, 정말 0명 일 수도 있구나. 난 그걸 위해 그 힘든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한거란 말인가. 하지만 난 이후 서울에 원하는 기업에 합격한 상태였음. 고맙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좋은 사람 채용되길 바란다고 함. 그래도 고마웠으며, 이런 식으로도 입사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함. 제가 느낀 건, 취업/이직은 정보전이고 스펙보다는 인성과 자기자신을 잘 어필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들의 직딩생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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