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총장 이광형 괴짜교수의 “AI 기술” 일단 내 전공이 AI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현재의 AI가 '유행을 타고 있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의 블록체인, 빅데이터처럼 유행하다가 5년이면 이 관심이 사그라들 것이라 본다. 선장이라면, 선원들이 AI라는 어장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치고 있을 때 같이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다음 어장을 찾고 있어야 한다. 나는 KAIST가 그런 선장이 돼야 한다고 본다. 아직은 뭐가 될지 알 수 없다. 10년, 20년 뒤 인간이 무엇을 원할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이 일상화됐을 때 인간의 삶이 어떨지를 봐야 하고, 그 삶 속에서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를 알아야 준비할 수 있다. 결국 기술이란 인간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거다. 일종의 '수단'이다. 지금까지 KAIST는 눈에 보이는 기술만 만들어 왔다. 하지만 새로운 어장을 찾고, 보이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 나침반은 인문학이다. 인간의 본능이 뭐고,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컴퓨터는 질문을 하지 못한다. 디지털 인문사회학에서는 컴퓨터에 지식을 집어넣고, 인문학자들은 질문을 찾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를 전공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교수들에게 인문학을 배우고, 교수들은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다. 아직 전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빅데이터·AI와 인문학자가 협업하면 엄청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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