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말정산] 기획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읽은 '기획자의 독서' 매장직 경력밖에 없던 나는 회사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랬던 내가 회사생활을 하고싶어 무작정 지원했던 부서는 마케팅팀이었다. 입사 전부터 알고 있던 기업이었고, 구인 부서가 마케팅 밖에 없어 밑져야 본전이다 라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세 번의 면접 끝에 합격했다. 마케팅의 ㅁ자도 몰랐지만 '기획'이라는 업무를 맡았을 때 부터 내 천직이라는 직감이 왔다. 하지만 사수나 팀장도 없이 마케팅팀에서 홀로 기획을 하기란 정말 끝없는 고뇌와 고통이 함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기획하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을 갖고 기획하는 게 맞는 걸까?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해야되지? 이런 생각들이 매일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무작정 서점에 가서 눈에 띄자마자 계산했던 책이 '기획자의 독서'였다. 이유는 그냥 심플했다. 사수도 뭣도 없고 있는 거라곤 아이보스와 구글밖에 없던 내가 그나마 매달릴 수 있던 건 책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책에서 사람과 세상을 읽는 기획자' 이 문장이 그냥 그때 내 심정에 굉장히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집에와서 5시간 가량 소요하여 완독했다. 한 번에 읽는게 쉽지 않았지만, 책의 저자가 기획하며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와 너무 유사해서 포스트잇에 내 생각까지 적어 붙여 놓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책은 "기획자가 왜 독서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다. 물론 요즘은 책이 아니어도 여러 온라인 매체에서 정보을 얻을 수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간곡하게 말하고자 한다. 오랜 경력자로서의 충고가 아니라, 항상 고뇌하고 정해진 답이 없어 머릿속이 복잡한 기획자의 시선에서 쓴 듯한 글이라 더욱 공감되고 나아가 위로까지 받을 수 있었다. 책은 잡지나 만화책밖에 안 봤던 내가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매주 보고싶은 책을 고르고 서점에 간다. 침대 옆에는 아이패드가 아닌 책이 항상 대기한다. 기획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기억에 남았던 문장 - 애매모호하게 제 주위를 둥둥 떠다니기만 하던 형상들을 점점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책 읽기, 바로 '수렴의 책'들이죠. - 기획하는 일은 인픗과 아웃풋의 밸런스가 좋아야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투입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하고, 그게 아웃풋으로 잘 연결되면 더욱 좋은거지. 기획자은 모든 영역에서 인풋을 얻지만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분야에 제일 많이 기대게 되더라고. - 오히려 수면 아래에 넓게 퍼져있는 공간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기획자에게 더 좋은 양분이 된다고 봅니다. - 이 책의 시작은 생존독서였습니다. 드넓은 기획의 바다에서 적어도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기 위한 생존수영과도 같은 것이었죠. 어쩌면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책읽기가 그 출발점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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