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말정산] 우부메의 여름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살 때 신중하게 고르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주 간혹 보기 드물게 처음 한 두 페이지만 보고는 덥석 사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화자와 교고쿠도라는 책방 주인의 대화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추리와 미스테리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분 나쁜 혼란은 아닙니다. 궂이 말하자면
미로를 찾을 때의 기분 좋은 혼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대화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와 전개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군더더기가 없이 담백하고 매력적이면서도 몰입감 있는 대화였습니다.
특히 화자와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교고쿠도의 대화는 왠지 셜록홈즈에서의 홈즈와 왓슨의 대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꼽는 최고의 명대사입니다.
“이 세상에는 이상한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네――.
원래 이 세상에는 있어야 할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거야. 우리들이 알고 있는 아주 작은 상식이니 경험이니 하는 것의 범주에서 우주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상식에 벗어난 일이나 경험한 적이 없는 사건을 만나면 모두 입을 모아 저것은 참 이상하다는 둥, 그것참 기이하다는 둥 하면서 법석을 떨게 되는 것이지. 자신들의 내력도 성립과정도 생각한 적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