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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말정산] 달까지 가자 / 장류진 (※스포주의※) 작가님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내 읽는 사람들을 들었다놨다 하는바람에 정말 해피엔딩이길 내내 바라면서 책장을 넘긴 책이에요! 지금을 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모두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 속에서 소설이 묘사하는 감정에 푹 빠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따끔하게 혼내기도,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하는 장류진 작가님의 문체를 이 책으로 만나보셨으면 좋겠어요! p.57 한차례 더 강풍이 불었고 지송이와 내 사원증의 플라스틱 케이스가 바람에 날려 서로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냈다. 우리는 또 한번 비명과 웃음의 사이클을 반복했다. 은상 언니가 몸을 잔뜩 움츠리며 한탄했다. "아, 좀 걷자고! 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걷기만 하겠다는데 그게 왜 이렇게 힘들어?" 지송이가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꾹 누르고 인상을 잔뜩 쓴 채 말했다. "꼭 그것 같아. 게임하다가 디버프 걸리면 걸음 느려지는 거. 앞으로 전진하는 방향 키를 아무리 눌러도 발에 모래주머니 간 것처럼 무겁게 천천히 나가는 그런 거." "완전...... 우리 인생이잖아?" 내가 말했고, "어휴,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벗어나야지." 언니가 대답했다. "어떻게?" 내가 다시 묻자 언니가 팔짱을 더 세게 꼈다. "디버프 해지 스킬을 써야지." 바람이 한번 더 불었고, 한번 더 비명을 질렀고, 한번 더 와르르 웃었다. ​ p.188 인피니티는 무한하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결코 가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결코 가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아득히 먼 세계. 그런 곳에 운 좋게 발을 살짝 담갔는데 이게 끝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욕심에 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하고 나면 이제는 저걸 하고 싶고, 저걸 하면 그다음 걸 하고 싶어졌다. 한계가 없는 내 욕망이, 그 마음들이 왜인지 창피했다. ​ p.193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도 좋았다. 내 봄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었다. 아리지만 묘하게 시원한 마음. 못됐는데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만 못된 마음. 그래서 다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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