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에서 제가 돌파해야 하는 지상 과제는 친밀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친밀함’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사이에 가까워지고,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와 수용하며 관계가 깊어지는 상태입니다.
친밀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intimacy’는 프라이빗하고 아늑한 분위기, 특히 작은방의 분위기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친밀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뜻으로 해석하자면 진심으로 가까워져서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관계인 것입니다. 저에게 이런 관계를 맺는 것이 당면 과제로 주어진 것입니다. 이런 과제를 누가 특별히 부여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친밀함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깨달아 보고 싶습니다.
가족과 친밀하지 않냐고요? 친밀하죠. 그러나 사전에서 의미하는 바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밀감을 느껴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그놈의 단어가 주는 뉘앙스처럼 진심으로 가까운 관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의미에는 기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각자 고유의 정의를 내리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친밀한 정도를 제 기준에 따라서 정의하여 판단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아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서 친밀하다는 감정을 이해해 보고 싶습니다.
제 딸을 보면 아빠와 친밀해 보입니다. 딸은 저에게 제법 친밀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제저녁 식사를 하며 물었습니다. ‘언제 누구와 친하다고 느껴?’ T 성향을 가지고 있는 딸은 ‘갑자기 그걸 왜 물어봐?' 원인 파악을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P 성향을 가진 아들에게 대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즐거운 느낌?”
정답이 없는 영역인데, 답을 구하려고 보니 엉뚱한 정보를 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려고 합니다. 어떤 관계가 친밀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친밀해질 수 있는지 알기를 원합니다.
아내가 정의하길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고민이 되는 일 등 살면서 생각하는 모든 일을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친밀하다고 합니다. 감정까지도 숨김없이 토로할 수 있는 관계,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관계가 친밀하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속내를 누군가에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친밀한 정도에 따라 더하고 덜한 차이가 아주 조금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복이 없습니다. 좋아도 덜 좋은 척, 싫어도 좋은 척 많이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도 잘 하지 못합니다. 이런 제가 친밀함을 알 리가 있나요?
그런데 갑자기 알고 싶어졌습니다. 평생 함께 살아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점점 자라나는 아들과 딸을 위해서라도, 힌 평생 키워주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제가 도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저를 이 땅에 보내신 그분을 위해서 꼭 친밀함을 알아내고 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