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는 악당 850명 앞에 섰습니다. 먼저 그들에게 능력을 뽐내보라고 기회를 줬습니다. 그러자 850명의 악당은 저마다 신출귀몰한 능력을 뽐냈습니다. 그러나 진짜 능력자는 850명의 능력을 구경하고 있잖니 지루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대미지 1도 당하지 않은 초능력자는 하품을 찍하며 다시 악당 앞에 섰습니다. “후훗- 이제 내 차롄가?” 엄청난 포스로 무시 막시 한 화력을 뿜을 줄 알았는데, 초능력자는 무릎을 꿇고 잠잠히 기도를 했습니다. 자신에게 능력을 준 분에게 이 상황을 아뢴 것입니다.
850명의 악당은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난리 법석이 났습니다. 겁쟁이 중에 겁쟁이라며 비웃고 조롱했습니다. 무릎 꿇고 살려 달라며 빌고 있는 꼴이라는 큰소리치던 모습이 한심하다면 혀를 끌끌 찼습니다.
초능력자가 한참을 기도하더니 이제 충분하다는 표정으로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손으로 탁탁 털어냈습니다. 그의 표정엔 850명의 악당이 조롱하거나 말거나 아무렇지 않다는 담담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리곤 입가에 슬쩍 미소를 보였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우수수 비가 내렸습니다. 한동안 가뭄으로 물 구경을 할 수 없었는데, 악당들은 입을 벌리고 빗물을 받아먹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악당들이 물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헤벌쭉 웃고 있던 사이, 이번에 하늘에서 불기둥이 내려왔습니다. 그리곤 순식간에 850명의 악당들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악당들은 ‘악’ 비명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삽시간에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졌습니다.
초능력자는 가지고 있던 가장 소중한 단 하나의 것을 자신에게 능력 주신 분에게 드렸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를 자신에게 능력 주신 분에게 바쳤습니다. 그의 능력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고백한 것입니다. 그리고 850 대 1의 싸움에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악당을 전부 물리칠 수 있음에 감사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태초에 부모님이 물려준 것일까요? 자라면서 한 살 때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인 걸까요? 아니면 진짜 능력이 있고, 이 땅에 사는 동안 잠깐 빌려서 사용 중인 것일까요?
출처야 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을 언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아님 온리 내 직계 가족을 위해? 아니면 지금도 동시대에 살고 있는 동네와 나라와 세계의 이웃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