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수술에서 부러진 새끼손가락뼈를 고정시키는 보조물을 이제 뺄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요일에 찾은 병원은 한산했고, 저처럼 입원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미 입원하여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벌써 심심했습니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고 퇴원 후 예정된 멘토링 준비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다니 저도 단단히 정상은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 진짜 병이 아닐까요? 대단한 일도 아닌데, 지인 한 분이 문병을 와주었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입니다. 음료수 한 상자를 사들고 잠깐 얼굴을 보려고 찾아온 것입니다. 비타민 음료수보다 웃으라고 해준 농담과 수술이 잘 될 거라고 해준 응원에 더 힘이 낫습니다. 원래 병원식이 입맛에 잘 안 맞았는데, 어제저녁은 한 상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멸치, 김치, 브로콜리, 스테이크, 계란 국, 밥 반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평일보다 더 바쁜 주일을 보내느라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술 후 한동안 수영을 못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빡세게 수영을 한 후라 더 배가 고팠습니다. 이번엔 주렁주렁 수액을 맞지 않아서 편하게 누워 핸드폰으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휴가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쉬다가 오라는 지인의 말처럼, 이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즐기기로 하니 오히려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모든 일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상황도 마음에 따라서 평안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족과 부대끼며 지내다가 잠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적막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와 아내랑 투닥투닥 일상이 반나절만에 벌써 그립습니다. 소중한 것은 곁에 없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항상 있으니 소중함을 잊고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영상을 봤더니 이어폰이 힘들어서 방전되었습니다. 영상을 더 보고 싶었지만, 핸드폰을 끄고 가만히 누웠습니다. 창밖에 아파트가 보이고, 드문드문 불이 켜진 집들이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침대 위를 뒤척입니다.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스르르 잠이 듭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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