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루에 지켜야 하는 루틴이 30개 정도 됩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물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 후엔 책 읽고 교회 가서 예배합니다. 새벽 수영과 예배는 하루씩 번갈아가며 합니다. 영어 학습 앱으로 하루에 하기로 한 과제를 수행하며, 하루 하나의 지식 콘텐츠를 읽습니다. 둘째 딸 등교를 돕고 책상 정리를 하고 일을 하며 점심시간엔 가볍게 군것질을 합니다. 오전에 계획한 일을 모두 했는지 체크하고 오후 계획대로 일을 합니다. 하루에 최소 1명 이상 취업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 돕고 그날의 인사이트를 정리합니다. 저녁엔 집에서 밥을 먹고 유산균을 섭취하며 아침에 일어나 마실 물에 넣을 얼음을 얼려 놓습니다. 가족의 빨래를 돌리고 쓰레기를 버리며 신발장을 정리합니다. 하루 종일 처리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며 잠에 듭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고요? 원래 이렇게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루틴이 하나씩 늘어나더니 이지경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자고 시작했는데, 일어난 김에 책도 읽자가 되었고, 그런 김에 영어 공부도 하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나 둘 루틴이 생기더니 이윽고 하루에 달성해야 하는 루틴이 30가지 이상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 많은 것들을 하루하루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루틴이 되었습니다. 체크하는데 더 의미가 생긴 것입니다. 자기개발하려고 시작했는데 개발에 치중하기보다 많은 일들을 오늘도 해냈다고 뿌듯한 형국입니다. 하루 하나 지식 콘텐츠를 대충 읽고 지식이 쌓였다고 느끼고, 영어 공부도 빨리빨리 처리하고 영어 실력이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안 하는 것보다 낫겠죠? 그러나 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란 것은 이미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 루틴을 버리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하루를 빼곡히 채운 일 중 몇 가지를 버린다는 것은 마치 시간을 빼앗기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몇 백일 동안 누적 달성해온 것을 망가뜨리는 일을 제 손으로 해낼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루틴에 중독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취업을 위해 입사 지원하는 일이 약간 제 루틴 중독과 비슷한 형상으로 보입니다. 자신과 잘 안 맞는다는 것을 알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입사 지원 버튼을 클릭하는 것이죠. 단 하루라도 채용 플랫폼을 샅샅이 찾아보지 않고서 마음이 불안하여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모습이 제가 루틴을 체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빠르게 취업하고 싶은 마음은 제가 너무 잘 이해합니다. 마음과 다르게 속도가 나지 않는 답답함도 너무 잘 공감하죠.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여 강하고 담대하게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여기저기 입사 지원한다고 서류 합격이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진짜 합격 가능성 높은 곳에 열과 성을 다하여 입사 지원 서류를 만들어 정성스럽게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탈락 메시지 앞에서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아껴야 합니다. 일시적 안도감보다 더 소중한 자신의 마음을 살펴서 진짜 괜찮은 곳에 진짜 노력을 기울여 입사 지원해 봅시다. 언젠가 반드시 당신을 진심으로 원하는 곳을 만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