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구하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하고 진리를 알아내려는 뜻입니다. 잘 모르는 내용이 있을 때 잘 알아보려고 하는 행동이 궁구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속속들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립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알아볼 때, 속속들이 파헤쳐 보시나요? 저는 그런 성향은 아닙니다. 빨리빨리 대충대충 알아보고 끝내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항상 이 같은 성향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조금 더 알아보고 선택하거나 행동해야 하는데, 대충 알아보고 괜찮으려니 합니다. 운 좋게 진짜 괜찮으면 다행이고, 안 괜찮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였습니다.
이 버릇은 여간 고치기 어렵습니다. 특히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혼자 마음이 급하여 들썩거리며 빨리 해치우기 급급합니다.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결과로 지식은 얕고, 말에는 깊이가 부족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예전보다 마음을 다스려서 침착하게 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빠르게 해치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중요한 결정임에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는 용기가 가상합니다.
실패의 대가는 쓰디씁니다. 실패로 상처 입은 마음은 쓰라립니다. 이제 정신을 차릴만 한데, 여전히 궁구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턱도 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커리어 결정의 순간에 궁구하지 않고 빠른 의사결정은 독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세게 표현하는 이유는 실제로 커리어 여정에서 경솔한 판단이 장기적 관점에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어디라도 가자는 생각이 이후 커리어 여정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이 될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합니다. 취업이 어려우니까 입사했다는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취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업에서 일을 잘 하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잘할 수 있는 역할, 좋은 동료,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등 각자 잘 맞는 조건을 잘 찾아서 만나야 합니다. 취업이 어려운데 어떻게 조건에 맞는 곳을 고를 수 있냐고요? 어렵게 취업해서 잘할 수 없는 곳에서 어려워지는 상황이 더 위험합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궁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과 잘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 일할 곳과 역할에 대해서 궁구해야 합니다.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아야 건강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자신에 대한 탐구의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2학년이나 3학년 시점부터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탐구는 MBTI 검사와 같이 빠르게 진단 내릴 수 없고, 긴 호흡으로 관찰과 실험을 거듭해야 희미하게 조금씩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한 1만 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는 거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속이라도 편할 것 같아요. 성격, 관심, 가치, 그리고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을 돌아보며 특징을 관찰해야 합니다. 돋보기나 현미경과 같은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
보아야 겨우 조금 보일랑 말까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입니다.
반대로 세상도 탐구해야 합니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면 객관적으로 잘 맞는 일자리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호기심이 생기는 일이 있다면, 그곳에 무작정 찾아가 보세요.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엿보는 것입니다. 물론 회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하면 안 되겠죠. 제 이야기는 근처라도 가서 탐구해 보라는 의미였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누구에게나 무조건 있으면 좋은 것인지, 특수한 일에만 사용이 되는 것인지 판단해 보면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