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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딸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유치원도 졸업식이 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 유치원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못지않게 형식을 갖추어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사모에 가운까지 입으니 제법 졸업식 분위기가 납니다. 첫째 아들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이나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벌써 둘째 딸이 커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이 된다니 시간이 참 빠릅니다. 새삼스럽지만, 시간은 나이를 더할수록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딸이 성장한 만큼 저와 아내도 비례하여 늙었다는 의미라 금방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리적인 나이가 적지 않지만, 아직은 젊은이들과 함께 농구를 할 만큼 건강하여 늙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물론 농구 후에 무릎이 아프고 피곤하여 다음날 일어나기 힘든 과정을 겪으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고 확실한 체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정신은 어리고, 몸은 가볍습니다. 딸의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유치원에서 떠나보내며 소회를 간단한 편지로 낭독해 주셨습니다. 정들었던 아이들을 보내는 마음이 서운하여 울먹이는 장면이 애처로웠습니다. 매년 아이들을 졸업해서 떠나보내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지 않는 감정이 아쉬움일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즐겁게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초등학교에 가면 어떻게 생활하고 싶냐고 그림과 함께 간단한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아이, 공부 잘하고 싶다는 아이 등 각자 좋아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오히려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꿈이 무엇이었을까요? 씩씩하게 유치원 노래를 부르고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졸업이나 이별의 의미를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졸업식이 끝나자 신나게 밖으로 뛰어나가 친구들끼리 재잘재잘 떠들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같이 사진을 찍으라고 해도 서먹서먹 친한척하지 않지만, 엄마와 아빠가 등만 돌리면 자기들끼리 껴안고 난리가 납니다. 나도 그랬나 떠올려 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빠, 엄마 앞에선 왠진 집 밖에서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해서 가족들과 점심 식사는 하지 못하였습니다. 졸업식에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어야 하는데, 무척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퍽퍽하게 살아서 무엇 하나 괜히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내가 저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딸은 벌써 학교 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가방에 필통과 노트를 준비하여 당장 오늘이라도 등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든 유치원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은지 물었지만, 이성적인 딸은 졸업해도 또 가면 된다고 하나도 슬프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오히려 새 친구를 만날 초등학교생활이 한껏 기대되는 듯합니다. 아빠와 딸인데 성향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저는 새로운 곳에 가려면 무척 긴장하고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걱정을 두고두고 오랫동안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금방 잊기는 합니다. 졸업과 새 출발, 둘은 절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마치 끝과 처음이 연결된 모양입니다. 이럴 거면 굳이 둘을 나누어 놓을 필요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왜 교육을 받을 거면 한 번에 쭉 이어서 진행하지 않고 나누어 놓았을까요? 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제법 번거롭게 느껴지는 사람으로 의아합니다.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환경이 분위기 전환으로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시작점에 스트레스가 피곤하기도 합니다. 잘 적응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빌빌거리기라도 한다면 이럴 거면 잘 다니고 있는 자리를 왜 떠나게 만들었나 누군가 원망스럽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 과정을 겪는 것이 성장 과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맞겠죠? 시작하고 끝내고, 만나고 헤어짐 속에 깨닫는 것들이 많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살아가는 동안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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