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랫폼 기업에서 2년 동안 채용 업무를 경험하며 배운 것은 전형 평가 결과를 크게 4단계 혹은 5단계로 나눈다는 것입니다. 매우 훌륭함, 좋음, 보통, 미흡함, 매우 미흡함 이렇게 5단계로 구분하죠. 4단계라면 보통이 빠집니다. 물론 여기에 어떤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를 내리는 사람마다 기준이 있을 텐데, 결국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매우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너무 명백하게 좋거나 나쁜 경우에는 당락의 결정이 쉽습니다. 문제는 애매한 경우에 발생합니다. 이는 평가 단계가 4단계든 5단계든 마찬가지입니다. 4단계로 평가하는 경우에도 어중간한 후보자가 나타나면 합격에 가까운 점수를 줘야 하는지, 아니면 불합격으로 평가받을 단계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경계선에 걸쳐 있다는 의미로 ‘보더라인’이라는 표현을 붙입니다. 합격에 가까운 점수를 주더라도 ‘보더라인 예스’, 불합격에 근접한 경우에도 ‘보더라인 노’라고 평가하는 것이죠. 사실 엄격히 구분하자면 이런 평가를 받는 후보자가 최종 합격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은 후보자가 나타난다면 그쪽을 선호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입사 지원 시 채용 공고를 보면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간신히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경우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보더라인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자격요건을 포함해 우대사항까지 만족한다면 높은 확률로 합격 안내를 받게 되겠죠. 안타깝게도 취업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은 이런 고민을 별로 해보지 않는 듯합니다. 채용 공고를 대충 보고 대충 맞는 것 같으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놓고 최근 서류 합격률이 낮다고 의기소침해하는 분들을 자주 목격합니다.
간단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이 채용을 한다면 어떤 지원자를 선호하시겠습니까? 자격요건에 100% 부합하는 후보자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요? 어떤 조건은 충분히 부합하고 또 다른 조건은 애매하게 있는 듯 없는 듯 하다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입사 지원할 채용 공고가 부족하더라도, 마음이 급하니까 어디든 지원하자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원하다 보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을 덜컥 붙잡게 되는 것이죠. 정말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아무 데나 입사해서 월급 받는 것입니까, 아니면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는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직장생활하는 것인가요? 너무 뻔한 선택지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여쭤보니 의아하시죠?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해보셨을 겁니다. ‘제발 붙여만 주십쇼! 이 한 몸 불사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돋보기 실험해보셨죠?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까만 종이를 그을려 보는 것입니다. 장난친다고 손에 얕은 화상도 입어보고, 못되게 곤충도 괴롭혔던 실험이었죠. 그 원리도 이해하시죠. 과학적 지식이 깊지 않아도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양 빛을 한 점에 모으면 강력한 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돋보기 하나로 불을 낼 수도 있는 화끈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눈치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점을 모으는 것입니다. 초점 없이 흐릿한 액션으로는 아무런 반응을 얻기 힘듭니다.
취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더라인 수준의 간당간당함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기 힘듭니다. 초점을 맞춰서 하나만 제대로 뚫어낸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심리적 불안함을 이겨내고 단 하나에 초점을 맞춰보세요. 심리적 만족감으로 여기저기 지원해서 10개 중에 하나 서류 합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초점을 맞춘 한 곳에 지원해서 최종 합격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보세요.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면 준비해야 할 것도 명확해지고, 그만큼 준비 과정의 밀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데 어떻게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상반기 취업 도전을 준비 중이라면 돋보기를 들고 불씨를 댈 한 곳만 정해보길 바랍니다. 이번 상반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뚫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