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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에서 헤드헌팅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이 필요한 기업에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하는 일이죠. 기업이 원하는 인재 조건을 채용 담당자에게 전달받는 과정에서, 공개된 채용 공고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들을 접하게 됩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조건, 또는 선호하지 않는 조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채용하는 입장에서 유독 민감하게 다뤄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보자의 이직 횟수와 이직 사유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것이 왜 그토록 민감한 이슈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채용 업무를 했지만, 이직 횟수나 사유보다는 한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횟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한 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는 의미이니, 전혀 보지 않았던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직 사유는 특별히 묻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안다고 한들, 그것으로 무엇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그만뒀다고 하면, 그것이 성급함과 인내심 부족의 증거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모든 사건은 쌍방의 액션으로 발생하는 이벤트입니다. 한쪽이 100% 잘못하거나 일을 벌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무언가 아쉬움을 느껴 떠나겠다는 판단을 했다면, 그것은 구성원과 조직 사이에 쌍방의 이슈가 있었을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구성원만 잘못했거나 조직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직 사유를 마치 회사를 떠난 사람에게 100%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채용 면접에서 이직 사유를 캐묻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그것으로 인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논리를 직접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하고 퇴직한 경우, 매우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언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정말 근무 기간을 결정하는 권한이 구성원에게만 있다고 보는 걸까요? 어떤 이유로든 그런 결정을 한 구성원을 인내심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부적절한 조직 문화나 리더십으로 구성원을 힘들게 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수준으로 신고해도 마땅한 경우들이죠. 이런 조직도 참아내고 견뎌야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건가요? 만약 당신의 가족이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힘들어도 꾹 참고 견뎌라’가 정답일까요? 짧게 근무하고 퇴직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인내심의 역치를 의심해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만큼 견디기 힘든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배우자가 사망해 경찰서에 불려온 사람에게 형사는 추궁하듯 말합니다. “참 공교롭네요.” 배우자를 잃은 사람은 이렇게 답하죠. “참 불쌍한 사람이네요.” 같은 상황도 누가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됩니다.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또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볼 것입니다. 이럴 때 진정 필요한 것은 진심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노력입니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정말 힘들었을까? 어떻게 도와주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일 잘하는 인재가 되는 건가요? 정말 인내심이 강하면 일 잘하는 사람으로 판단해도 되는 걸까요? 이것은 회사 입장만 고려한 시선은 아닐까요? 당연히 우리 회사에서 오래 근무해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인내심으로 가늠할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 아닐까요? 정말 잘해줬는데도 떠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오래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채용에서 이직 횟수나 이전 근무 기간, 이직 사유 같은 내용은 결정적인 인재 영입의 의사결정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면접에서 집요하게 묻는 것은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 후보자를 향한 예의가 아닙니다. 진짜 인재를 알아보고 싶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과거의 이직 이력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을 봐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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