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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난 동료의 이전 직장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결혼정보회사에서 9년 넘게 근속했습니다.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그의 역할은 매칭 매니저였습니다. 남녀를 연결해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자리입니다. 각자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을 서로에게 소개하는 일이었죠.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사업하는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니까 결혼정보회사의 산증인이라 부를 만합니다. 근무하는 동안 성혼시킨 커플 수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무려 9년이니 실제로 얼마나 많은 커플이 그의 손을 거쳐 갔을까요. 근무하는 동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백억을 가진 부자가 5년 이상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를 계속 이용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백억 부자니 돈이 아쉽지 않았을 테고, 아낌없이 지불하며 상대를 소개받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5년은 조금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 돈 내고 하는 일이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5년 동안 수없이 만났을 이성 중에 진짜 인연을 못 찾았나 의문이 듭니다. 진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일부러 짝 되길 거부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정보회사 9년 차 동료의 인사이트는 부자가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괜히 눈만 높아지고, 그래서 잘 고르지 못하고, 그래서 더 외롭다고 합니다. 뭐든 적당히 있는 것이 좋다고, 그래야 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어른스러운 소회를 밝혔습니다. 저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얼굴이 너무 잘생기거나 가진 게 너무 많으면 상대적으로 잃을 게 많은가 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잃을 게 뭔가 싶기는 합니다. 둘이 만나면 두 배 이상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만나서 내가 가진 걸 상대에게 준다고 생각하며 굳이 잃는다고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유욕이 부르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요즘 결혼한 커플 중 이혼하는 비중이 높은데, 그 이유는 경제적 문제가 크다고 합니다. 공동 경제를 꾸리지 않고 각자 경제권을 가지고 자기가 번 돈을 자기가 관리한다는 기조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공동 경비를 각자 수익에서 출자하고, 필요할 때마다 무조건 1/N 구조로 계산하는 식입니다. 사랑은 이해관계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머리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성적인 숫자 계산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을 다해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딱 잘라 나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둘이 하나가 되어 한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결혼정보회사는 시대가 어려울수록 더 잘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람 만나기 퍽퍽한 시대라서 그런가 봅니다.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으니까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번듯한 직업도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조건으로 만나고 싶은데, 막상 만나면 외모와 성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죠. 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사업이 잘되면 좋긴 한데, 왠지 이 시대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도 너무 낭만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설마 연애하는 방법도 AI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건보다 마음으로 품는 사랑이 가득한 하루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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