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 수 없다'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고,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서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박찬욱 감독님 작품의 특징은 스토리에 사랑과 살인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죽을 만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이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당연히 이런 논리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허구로서 충분히 영화라는 작품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으로 온갖 못된 생각을 많이 하며 사는데, 그런 인간 본연의 심리와 욕망을 거침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어서 박찬욱 감독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참 공감과 이해가 되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다른 누군가를 해하고 싶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영화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니까 오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한 장면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극중 주인공은 구조조정 당한 후 다시 취업에 도전합니다. 그런데 산업과 직무 분야가 너무 특수하여 주인공이 노리는 자리에 뻔히 보이는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주인공은 꾀를 내어 수작에 들어갑니다. SNS 가짜 구인 광고를 낸 것입니다. 특수한 분야인지라 구인 광고가 잘 없어서 주인공의 경쟁자들이 가짜 구인 광고를 보고 덥석 입사 지원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잠재 라이벌들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채점합니다. 아쉽게도 주인공은 두 명의 경쟁자보다 부족한 경험과 역량 내용이 있어서 객관적으로 밀리는 것을 파악합니다.
커리어 코칭과 인재 매칭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위 장면이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과연 주인공은 채용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결정적인 경험과 역량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이니까 쉽게 파악할 수 있었겠죠. 잠재 라이벌이 가진 차별된 강점을 파악하고 비교 우위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아마도 시니어로서 근무할 때 채용 여정에 참여해서 서류 평가를 하거나 면접 위원으로 활약해서 잘 알겠죠.
자신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정확히 아는 것,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만난 젊은 파운더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각각 5가지 이상 설명할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장점은 비교적 수월하게 답변을 했는데요, 단점은 2가지 이야기하고 난 뒤 고민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단점이 없는 사람이었나? 아닌데,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잘한 것, 잘난 것은 기가 막히게 기억하면서 부족한 것이나 보완이 필요한 점은 기가 막히게 잘 잊어버린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분명히 그간 회사 동료에게 피드백 받았던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막상 기억하려고 보니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피드백 받던 당시에는 반드시 업그레이드하고 말겠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 그 마음은 찾을 수 없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무튼 영화 속 주인공처럼 경쟁자에게 밀릴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했다면, 다음 액션도 명확합니다. 경쟁자를 능가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거나 경쟁자가 지원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경쟁자는 우리가 컨트롤하기 힘든 영역이라 지원 의사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경쟁을 피해 다른 채용 포지션에 지원하거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두 배 이상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잠재 라이벌을 의식하는 것보다 내 역량과 경험에 맞는 채용 포지션을 찾아서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면 자신의 부족한 면과 알 수 없는 경쟁자만 더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지기 어려운 것을 탐내기보다 충분히 자격을 갖춘 것에 당당히 도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