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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분별력이 중요한 능력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듣습니다. 분별력이란 사물이나 상황을 구분해서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저는 분별력이 좋지 못합니다. 신호등 빨간불에 멈춰 서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횡단보도를 건너야 옳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보검이 유재석보다 잘생겼다는 것이 참이라는 것도요. 하지만 아직도 잘 분별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입니다. 40년 이상 살았으면 알 법도 한데, 당최 지금까지 헷갈립니다. 별의별 일을 다 해봤습니다. 진짜 지금껏 개발과 디자인 영역만 제외하고 거의 다 해본 듯합니다. 몸을 사용하는 일도, 머리카락이 모조리 빠질 것 같이 두뇌를 쥐어짜는 일도 다 해봤지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분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게 무 자르듯 반토막 나서 이거 아니면 저거로 구분이 되면 좋으련만, 이것도 긴가민가 저것도 긴가민가 싶습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혼란이 올 땐 차라리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사실 저는 알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제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방금 전까지 한 소리는 뭐냐고요? 그건 제 욕심과 충동이 불러온 자기기만입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말고 또 다른 일이 하고 싶으니까 욕심과 충동이 스스로를 속이는 겁니다. 잘 모르겠다고, 헷갈린다고 하면서 괜히 은근슬쩍 '해봐야 아는 거 아니냐'고 거짓말을 쏟아냅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마침내 도전해보고 싶은 일을 선택하겠죠. 자신을 속인 댓가는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옵니다. '아뿔싸,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이거였지?'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여 안도를 느끼는 것도 잠깐, 또다시 '이게 맞나?'라는 혼란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어느덧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10년, 15년 경력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최근 고백했던 것처럼 저니맨으로 산 인생을 후회하거나 한탄하는 것은 아닙니다. 커리어 영역에서 충동을 이기지 못한 댓가가 저니맨이 된다는 사례를 공유할 뿐입니다. 진짜 분별해야 할 것은 내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구분입니다. 그냥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의무감에 일을 하고 있진 않습니까?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벌이 수단으로 일을 하고 있진 않습니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목적 없이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분별해보면 좋겠습니다. 목적에 부합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교집합 사이에 참인 것을 선택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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