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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통증에 취약한 편이라 다치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상처가 나서 쓰라린 느낌이 오래 남으면 견디기 힘듭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픈 것은 잘 참습니다. 통증은 예민하게 느끼면서 인내심은 좋은 편이죠. 그래서 아픈 티를 잘 내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려도, 허리가 아파도 저절로 티가 나기 전까지 스스로 말하지 않습니다. 센 척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아픈 것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마음이 아픈 것도 병인데, 슬프거나 지친 감정도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꾹 참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혼자 삼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면 정말 휙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걸으며 혼자 생각합니다. 화나는 일을 떠올리며 상대방을 속으로 실컷 욕합니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속이 풀리는 건 아닙니다. 두고두고 되뇌이며 궁시렁거릴 뿐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병들거나, 그런 상황이 싫어서 제가 선택하는 방법은 도피입니다.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힘들면 피하고 싶고, 아프면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고통을 참으며 계속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버릴 수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도망칩니다. 도망치다가 붙잡힌 적도 있습니다. 굳이 가겠다는 사람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마음을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이 약해서 어쩔 수 없이 붙잡힙니다. 그래서 더 고통받다가 끝내 풀려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고통을 느꼈던 그 순간에 성장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난 뒤 배움이 몸에 장착된 것을 느낍니다. 성장통은 12-15세 성장기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원인 불명의 근육통 증상입니다. 그냥 아픈 것이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은 정말 기막힌 중의적 표현입니다. 성장통을 겪고 나면 크게 한 뼘 자란 모습으로 변합니다. 아마도 어딘가 늘어나고 커지면서 무언가를 뚫고 나오기 때문에 아픈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나 봅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한 창업가의 이야기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 보았습니다. 실패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아픈 것은 정상이고, 고통은 피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끼며 그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운동을 할 때 특히 느낍니다. 고통스러울수록 이후 근육이 성장하고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을요. 어쩌면 고통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동행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기쁨이나 행복처럼은 아니더라도, 기꺼이 친구로 부를 수 있는 사이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이 그랬습니다.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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