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다가 어떤 이유로든 그만두고 공백기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 주변에서도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경험자로서, 그리고 커리어 코치로서 경력 공백기를 겪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괜히 마음이 더 쓰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어하고 있을지 짐작되기 때문입니다.
벌써 반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그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경험했습니다. 커리어 여정에서 최초로 다음 계획 없이 직장 밖으로 나왔던 것입니다. 월 초에 퇴사했으니 그 달까지는 마음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력서에도 퇴사한 달까지는 왠지 재직 중이라고 써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실제로 퇴직 사실을 거짓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름 이상 지났을 때, 다음 여정에 대한 도전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는 순간 슬그머니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퇴직 후 한 달이 지나자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취직하고 싶다는 마음에 입사지원 건수가 늘어났습니다. 구직 초반에는 심사숙고하여 채용공고를 선택적으로 골랐다면, 불과 한 달 만에 입사지원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경험과 역량이 달라진 것은 없는데, 조급한 마음에 조건에 잘 맞지 않는 채용공고에도 지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불합격 경험만 늘어날 뿐이었습니다.
퇴직 후 두 달이 지났을 때, 서류 합격 후 면접을 본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최종 합격 소식을 받지 못했습니다. 슬픔과 좌절이 밀려왔습니다. '열심히 잘할 수 있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지원했던 기업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입사지원한 기업에서 날아오는 메시지로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불안하고 우울했습니다. 또 불합격. "귀하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는 불합격 메시지가 마음을 방망이질했습니다.
퇴직 후 세 달이 지났을 때, 직장 밖 생활이 익숙해져 갔습니다. 오전과 오후 루틴에 따라 게으르지 않게 생활했습니다. 그래봐야 운동 조금 하고, 집안일 거들고, 밖에서 취업 준비하는 공간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입사지원할 채용공고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체면도, 번듯함도 필요 없었습니다. 월급만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입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나마 사람답게 지낸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직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커리어 코칭을 간간이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려웠지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더 열심히, 진지하게 취업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그때는 저도 힘들어서 도왔던 분들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기를 겪는 분들을 잘 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즘도 직장을 다니며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보다 직장 밖에서 다시 취업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더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까, 웃고 계시지만 마음은 시시때때로 무너져 내리겠지.' 어떻게 하면 위로하고 격려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메시지를 건냅니다. 가장 좋은 도움은 취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경력 공백기를 겪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무작정 빠른 취업만 돕는 것이 아니라 공백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돈을 받고 파는 상품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공백기가 슬픈 기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활용하면 오히려 향후 삶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매일 채용 플랫폼만 찾아보며 마구잡이 입사지원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학업과 직장 생활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선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입사지원 챌린지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주를 기준으로 입사지원 루틴을 잡고, 전략적으로 소수의 채용공고를 엄선하여 정성껏 입사지원 서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취업 준비 후 남은 시간에는 철저히 여가와 건강, 지식과 지혜, 관계와 미래를 계획하는 일로 채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말 공백기가 달라질까? 이렇게 공백기를 보내면 정말 인생이 달라질까?' 이런 질문에 저도 확실히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공백기라고 해서 소중한 우리 인생이 위축되어 지내는 것은 확실히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지금 직업이 없다고 해서 우리 존재의 의미가 흐려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집니다. 지난 혹독한 겨울이 떠오릅니다. 공백기를 보내고 계신 누구라도 진심으로 돕고 싶습니다. 제가 얼마나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라도 손을 내밀어 격려하고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그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