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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무수히 많습니다. 국가 직업분류표를 보면 수천 가지 직업이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이런 편중된 선호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채용 플랫폼을 방문해보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의 경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직무 필터를 보면 10여 개 정도의 카테고리만 표시됩니다.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직업이 12,816개라고 하니, 아무리 분류를 잘했다 해도 지나치게 압축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것이 채용 플랫폼의 잘못은 아닙니다. 기업의 채용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고, 결국 현실 세계 직장인들이 하는 일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업, 마케팅, 개발, 운영, 교육, HR, 디자인 등 회사 성장에 필요한 역할을 채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우리가 '직장인'으로 사는 삶만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습니다. 아파트를 관리하는 일,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파는 일, 카페에서 음료를 만드는 일, 헬스장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일, 버스를 운전하는 일, 헤어 디자이너, 피시방 운영, 서점 직원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업이 원하는 한정된 소수의 역할만을 주로 바라보고 원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번듯한' 직장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번듯하다'는 '비뚤어지거나 기울지 않고 바르다' 또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는 뜻입니다. 즉, 사회가 정해놓은 '바르고 훌륭한' 기준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기준에 부합해야 번듯한 일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만큼 가치 없는 일로 여겨지는 것이죠. 이러한 번듯함의 기준은 부모님 세대의 경험과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훌륭한 직업, 미디어가 보여주는 직업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 기준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을 활용하면 직장인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을 텐데, 안타까운 틀에 갇혀 사는 느낌입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15년 넘게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커리어 코칭을 할 때 멘티들에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묻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지금 당장 시도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구직 활동과 병행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직장 생활에는 반드시 끝이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일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은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닙니다.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 늘 반성하지만, 저 역시 아직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 밖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지만,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는 용기가 부족합니다. 이 글은 저보다 젊은 나이에 이제 막 직업을 찾는 분들을 위한 메시지입니다. 시야를 넓혀 직장인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취업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 수 있습니다. '번듯함'만 내려놓으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12,000개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번듯함이라는 굴레를 벗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국경을 넘으면 선택지는 더욱 넓어집니다. 물론 해외에서 사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남의 사업장에서 잠깐 번듯해 보이는 것보다, 조금 비뚤어져 보이고 덜 훌륭해 보여도 주도적으로 선택한 일이 더 멋지고 궁극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준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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