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부모님 댁에 모인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했습니다. 누군가 특별히 선택한 것도 아닌 채널에서는 지체장애를 가진 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들의 삶이 낯설고 궁금했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결혼 생활은 어떤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부부 중 아내는 화가였습니다. 알고 보니 뉴욕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고, 작품 한 점이 수백만 원에 팔리는 유명한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가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체장애는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더 큰 장벽은 주변의 시선이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받은 차별적 대우는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학교 축제 날, 혼자 교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부모님을 찾는 편지를 쓰던 그 장면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자녀가 장애를 가진 것도 힘든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 고통에서 자녀를 건져낸 힘은 부모, 특히 어머니의 생각 변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차별적 시선에 신경 쓰며 살던 삶에서 벗어나, 어느 순간 타인이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최근 읽고 있는 멜 로빈스의 책 '렛뎀 이론(Let Them Theory)'가 떠올랐습니다. 저자는 '내버려두기' 마인드셋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냥 내버려두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자고 말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타인의 시선을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위해 살고 있나요? 자신을 위해 살고 있나요, 아니면 부모님, 친구들, 이웃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살고 있나요? 커리어 멘토링을 하다 보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모르는 청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남들이 말하는 유망한 직업을 선택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직업이 과연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유망한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직업,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우리의 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설령 그런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오래 만족하며 일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진짜 하고 싶은 일이 꿈틀거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아 보이는 일을 위해 세상이 알려주는 대로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흔들릴 것입니다. '과연 이 길이 맞는가? 이렇게 준비하면 정말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작은 어려움을 만나면 쉽게 흔들립니다. '역시 이 일은 나랑 안 맞나 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이 아니기에 확신이 부족하고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좋아하는 일을 탐구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경우에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어려움을 만나도 꿋꿋이 이겨내고, 과정에서 배우며 하루하루 성장합니다.
그 화가는 처음 장터에 나가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대화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얼굴을 그리며 느낀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고, 그렇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그림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자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선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인가요? 칭찬과 인정을 구하기 위해 꿈을 쫓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오늘부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이전에는 그릴 수 없었던 독창적인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