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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작하는 데는 참 능숙한 편입니다. 호기심이 불을 붙이면 망설임 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합니다. 이 점은 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성향에는 분명한 단점도 있습니다. 너무 쉽게 시작을 결정하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벌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시작해 놓고는 '왜 이걸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반면, 마무리는 늘 어렵습니다. 시작 이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시작이 감정적이었다면, 포기도 이성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포기까지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깊은 고뇌 끝에 내리는 결정은 아닙니다. 그냥 막연히 '지금 하지 않아도 더 나은 기회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물러나 버리곤 합니다. 게다가 동시에 벌여 놓은 일이 많다 보니, 하나쯤 포기해도 괜찮다는 자기합리화도 생깁니다. 살면서 배운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 시작은 신중하게, 마무리는 철저하게라는 원칙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감정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시간, 에너지,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따져본 후 시작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작이 기존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예측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하루 한 시간이면 괜찮겠지"라는 가벼운 판단은 종종 실수로 이어집니다. 그 한 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준비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얼마나 되는지, 그 과정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산출물, 배우게 될 지식과 기술, 파생될 관계와 기회 등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결과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충분한 고민 끝에 시작했다면, 반드시 끝까지 완수해야 합니다. 새로운 일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릅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라면 오히려 그만큼 의미도 작을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돌파해 끝까지 해낸 경험은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 됩니다. 마치 쌀을 솥에 넣고 불을 지폈다면, 죽이든 밥이든 끝까지 익혀서 먹어봐야 의미가 있습니다. 중간에 불을 끄면 그 쌀은 아무 쓸모도 없어지니까요. 물론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완주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오래 남고, 마무리했을 때 느낄 성취는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때 끝까지 해볼걸'이라는 아쉬움은 오래가지만, 끝까지 해낸 일은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그게 대단한 결과가 아니어도 말입니다. 불혹을 넘긴 지금도 저는 여전히 아이처럼 새로운 일에 호기심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순수한 열정이라고 칭찬해주지만, 가까운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결국 시작한 일은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시작은 혼자 하지만, 과정은 함께 감당해야 하기에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제 모습을 보며 '의지가 약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끈기와 인내심이 많이 늘었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포기보다는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아직도 있지만, 그 빈도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처럼 시작은 빠르지만 마무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어려움은 잠깐이고, 고난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 남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 모두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는 건 좋은 선택도, 멋진 일도 아닙니다. 끝까지 해냈을 때 주어지는 성취와 자유, 그 기쁨을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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