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과 조직문화, 두 갈래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입니다. 탁월한 리더가 성과를 내기고 하고 탁월한 팀원이 조직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반대로 최악의 리더 또는 팔로워 1명이 조직을 갉아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조직을 성공시키거나 실패의 순간으로 만드는 이유는 how가 아니더라고요. why (일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관점에서 고정관념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타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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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 실험’은 심리학자 노먼 마이어(Norman Maier)가 1931년에 수행한 창의적 문제 해결에 대한 실험이다.
천장에 2개 줄을 거리를 두고 걸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의 줄을 잡고 다른 하나의 줄을 반대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 두 줄은 다른 도구가 없이 잡을 수 없는 거리에 설치가 되어있었다.
이때 첫번째 그룹에게는 가위라는 도구를 주었고, 10% 가량의 인원이 성공했다. 한 손에는 줄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가위를 잡고 반대쪽 줄을 잡아서 연결한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인원들은 가위로 줄을 자르고 말았다.
그런데 또 다른 그룹은 대부분의 실험자들이 빠른 시간에 두 줄 잡기에 성공했다. 차이는 그들에게 가위가 아닌, 망치를 주었다는 것이다. 망치를 받은 실험 대상자들은 가위를 받은 사람들과 다르게 접근했다. 망치를 반대쪽 줄에 묶어서 시계추처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그리고 한 줄을 잡고, 시계추처럼 돌아오는 줄을 잡아서 두 줄을 연결했다. 이 두 사례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실험은 참여자들이 방 안에 매달려 있는 두 개의 줄을 동시에 잡는 과제를 통해, 고정된 사고방식이 문제 해결을 방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가위를 보며 어떤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바로 ‘자른다’라는 단어이다. 그래서 가위를 손가락에 끼우고 다른 줄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망치는 다르다. 망치에 대한 고정관념은 ‘못을 박는다’이다. 그런데 못이 아닌, 줄을 잡는데 망치를 준다면, 망치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망치를 어떻게 사용하면 줄을 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전환이 생기게 된다. 바로 고정관념이 아닌, 목표와 목적을 생각하는 관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우리들이 일하는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자주 반복된다.
가위에 대한 고정관념처럼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관점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우리의 능력과 실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보자. 팀원이 팀장에게 요청하는 면담은 ‘퇴사하려나?, 휴직하려나? 또 힘들다고 하는걸까?’ 하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떠올리게 만든다. 반대로 팀장이 팀원에게 하는 면담 요청은 ‘내가 뭘 잘못했지?, 또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만든다.
피드백은 어떨까. 우리는 피드백을 조언과 질책이라는 단어로 인식하며 팀원들은 리더의 피드백을 거부하고 꼰대라 말하고, 리더들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피드백을 회피한다.
이렇듯 직장에서 가지는 다양한 말과 행동에 있어 우리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이 영향을 받고 있다.
“못할 거야” 편견은(능력에 대한 선입견) 재능 있는 팀원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신입이라 부족할 거야” 편견은 신입사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나이가 많으니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울 거야“ 편견은 연령이 높은 직원은 새로운 기술이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 생각하며 쉽고 반복적인 일들만 주게 되고, “여성은 이 일을 하기 어려울 거야” 편견은 여성에게 리더의 기회를 제한하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야근 안 하면 열정이 부족한 거야” 편견은 업무 성과가 아닌 근무시간으로 직원을 평가하며 나태해지는 직원들을 양산하게 되고, “우리는 원래 이런 방식으로 일해” 편견은 새로운 업무 방식과 학습을 거부하는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
199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제안한 경영 필패 신드롬(Set-Up-To-Fail Syndrome)은 조직에서 관리자가 특정 부하 직원에 대해 낮은 기대치를 가지면, 그 직원이 실제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게 되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는 간단하게 6개 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리더가 팀원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2단계: 팀원이 하는 모든 일에 주도권과 신뢰를 주지 못하고 리더가 간섭하게 된다. 이 리더십을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성과가 나온다. 조직에서 가장 지식과 경험이 뛰어난 리더가 관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의 간섭이 반복되다 보면 팀원들은 더 열심히 하기보다, 적당히 하려고 한다.
3단계: 팀원의 업무 몰입도가 느슨해진다.
4단계: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5단계: 리더가 자신의 리더십(팀원이 능력이 없었고, 내가 간섭하는 것이 맞았다.)이 맞았다고 평가한다. 이때 리더는 팀원의 무능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리더십이 맞았다고 평가를 하게 된다.
6단계: 성과를 내기 위해 더 간섭한다.
필패 신드룸에서 조직의 성과가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동상이몽의 원인이 있다. 리더는 ‘팀원의 느슨한 업무 몰입’이라 생각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리더가 팀원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것’에 있다. 즉, ‘못 할 거야’, ‘팀원보다 내가 더 많이 아는데?’라는 고정 관념이 팀원에게 업무 주도권을 주지 못하고 간섭하는 리더십으로 연결되고 이 리더십이 반복되며 팀원은 점점 더 열심히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필패 신드룸과 두 줄 이론의 공통점은 ‘관점이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가위의 용도를 줄을 자른다는 관점을 가질 때 줄을 잇는 방법을 생각하기 어렵고, 팀원보다 리더인 내가 더 탁월하다고 여길 때 팀원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관점을 바꾸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첫번째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Back to the Mission이라고 해야 할 수 있다. 두 줄 실험의 목표는 ‘두 개의 줄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위라는 도구가 들어오면서 두 줄의 목적이 아닌, 일상에서 가위를 사용하는 목표로 생각이 수정된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내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관점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리더십을 조직의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리더십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리더의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리더십 정의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저 조직과 리더가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십 정의만 있을 뿐, 그 정의에 맞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문제는 회사와 리더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구성원이 기대하는 리더십 정의가 다를 뿐이다. 회사, 리더 그리고 구성원이 바라보는 리더십의 정의를 맞추는 대화를 나눈다면 같은 관점에서 행동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세번째는 내 관점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가지지 못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과 조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학습하고, 외부 커뮤니티와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같은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었던 사례를 학습하면서 나와 조직의 관점을 확장하는 것이다.
생각은 행동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행동이 반복될 때 내 주변 동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생산성과 결과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요즘 시대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 리더가 가져야 할 것은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관점이다.
[어패럴 뉴스, 백종화의 리더십 이야기]
1편
https://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page=1&cat=CAT24U&searchKey=&searchWord=&idx=215826
2편
https://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cat=CAT24U&idx=21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