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다리를 펼 수 있는 시간]
손이 느린 알바가 있었습니다.
주방보조 알바였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굼뜬 그의 행동에는 짜증이 났습니다.
어느 날, 튀김기 앞에서 기름 속에 들어간 오징어를 뒤적 뒤적하는 그의 모습에 결국 폭발했습니다.
"야 너 5분 동안 그것만 들여다 볼래? 타이머 맞춰 놨잖아. 다른 거 하다가 타이머 울리면 건지러 가면 되는데 거기서 뭐하냐!"
"사장님, 이거 예쁘지 않아요?"
10개의 다리가 쫙 펴진 오징어 다리를 꺼내며 만족한 듯이 말합니다.
튀김기 앞에서 젓가락으로 오징어 다리를 하나 하나 펴고 있던 거였습니다.
"넌 요리를 하랬더니 왜 예술을 하고 있냐!"
손님에게 나갈 음식 가지고 장난 친 것에 기가 찼지만 모양이 예쁘긴 했기에 그 상태 그대로 손님 상에 내었습니다.
손님이 잠시 당황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이란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손님이 찍은 사진은 방송국 PD를 불러왔습니다. 방송국 PD는 더 많은 손님을 불러왔습니다. 더 많은 손님은 예비 가맹점주들을 불러왔습니다.
그의 장난 한 번이 큰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지금 본인에게 업무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찬찬히 만들어낸 절호의 기회입니다.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해 보세요.
팀의 리더라면,
팀원들이 오징어 다리를 펼 수 있는 시간과 자율성을 주세요. 당신은 상상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