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맛 차이]
음식점을 운영하던 초기에 저희 가게에는 국물 메뉴가 없었습니다. 떡볶이와 튀김을 먹는 손님들은 당연한 듯이 국물을 찾았지만 다른 분식집처럼 특징 없는 오뎅 국물을 만들어 팔기는 싫었습니다.
그러던 중 조리 경력이 오래된 주방장이 제게 손을 내밉니다.
“사장님 제가 정말 맛있는 나가사키 국물을 만들 줄 아는데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이거다!’라는 생각에 바로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주방장은 아침부터 돼지뼈, 닭뼈 및 각종 야채들을 한 가득 사들고 와서 큰 육수통에 들이 붓고 육수를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거의 12시간이 지나 영업이 끝나갈 즈음해서 완성이 되었습니다.
정성과 재료가 가득 들어간 나가사키 국물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신메뉴로 내놓아도 손색 없겠다’ 생각한 저는 들뜬 마음으로 다른 직원들도 먹어보게 했습니다. 역시나 직원들도 맛있어 했습니다. 그 중 한 직원이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며 한 마디 합니다.
“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나가사키 짬뽕 라면하고 똑같은 맛이 나요”
그 직원은 맛에 대한 칭찬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 한 마디로 저는 신메뉴 출시를 보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맛이 똑같다면 굳이 갖가지 재료를 넣고 12시간이나 끓일 필요 없이, 나가사키 짬뽕 스프 몇 스푼만 넣으면 금방 요리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주방장은 나가사키 짬뽕 라면 보다 더 깊고 진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요리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맛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라면, 일반 고객들은 그 둘을 거의 구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문가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맛의 차이가 높은 원가율과 인건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의 기준은 너무 높습니다.
때론 전문가의 기준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높은 기준은
너무 높은 비용(돈, 시간, 인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80점에서 100점이 되기 위해서는
20점만큼만 더 노력해서는 안됩니다.
훨씬 더 큰 노력을 해야 완전 무결한 10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원이 항상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은 '높은 질'과 '비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균형점을 찾기 위해
전문가의 실력은 갖추되
고객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 약간의 맛 차이가 우리 손님에게 정말 중요한 차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