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마지막 날, 아들과 딸을 데리고 서울대공원을 찾았습니다. 아내는 회사 일로 바쁘고, 아들은 방학을 했고, 딸은 놀러 가기 좋아하니 제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사실 아내가 서울대공원에 있는 미디어 아트 공연 초대 티켓을 얻었는데, 티켓 유효 기간이 어제까지였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은 방학이 없습니다. 그 대신 수업을 자유롭게 빠질 수 있습니다. 돌봄의 개념이 있는 유치원이라서 부모가 하루 돌보겠다고 하면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이 유치원에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딸은 유치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저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 초등학교는 방학을 학교 재량껏 진행합니다. 방학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총 수업 일수만 지키면 방학 기간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마다 방학 시작과 끝이 다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적엔 이날 시작해서 저 날 끝나는 기간이 딱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교도 많이 유연하게 변했습니다.
12월 마지막 날에 방학한 아들과 언제든 수업을 제칠 수 있는 딸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준 미디어 아트 초대장을 들고 신나게 서울대공원을 방문했습니다. 소풍 가는 기분도 들고, 여행 가는 느낌도 났습니다. 가는 길에 차가 막히지 않고, 아이들은 차 안에서 가만히 잠을 잤습니다. 차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길이 고요하고 평온했습니다.
미디어 아트는 동물과 그들이 사는 곳을 배경으로 꾸며 놓은 장소입니다. 숲속에 사는 곰과 토끼, 사막에 사는 전갈과 여우, 북극에 사는 펭귄과 물개, 물속에 사는 고래와 상어와 같은 동물 친구들과 그들의 삶의 터전을 리얼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사방 벽면과 바닥에서 보이는 다채로운 시각 효과가 마치 진짜 동물들과 그들이 사는 공간에 있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나비 잡으러 호랑이 만지러 상어를 피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비록 가짜인 줄 알고 있지만, 즐기는 동안 진짜처럼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동심이라는 것을 제대로 관찰했습니다. 어쩌면 동심 덕분에 숲과 사막, 북극과 물속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보이는 것 너머에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려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동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을 신나게 뛰어놀고 배고픈 아이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갔습니다. 편의점에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동심은 음료수 하나와 과자 하나, 그리고 컵 라면 하나를 집어 들고 만족했습니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이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항상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가지지 못해 잔뜩 뿔이 돋아 있는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항상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자신이 불쌍했습니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꾸밈없이 살고 싶습니다.
주산 수업이 있는 아들을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동물원 한 바퀴를 돌고 싶었지만 수업 시간을 지키는 약속이 더 중요했습니다. 배부르게 간식까지 먹은 아이들은 여전히 깔깔거리며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들은 오늘 최고로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다시 오자고 제안했습니다. 썩 반가운 멘트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 보여서 행복했습니다.
행복은 별거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소, 작은 간식, 시원한 바람 정도만 있어도 우린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없는 것 때문에 기분 나빠하지 말고, 이미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미 주어진 가족, 친구, 물질과 자연 등 세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누리며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세요.
저와 여러분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