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게임을 너무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2014년도의 일입니다. 어느 학부모님이 제 직업을 듣자마자 꺼낸 첫 마디입니다. 와인을 배우는 자리에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되려 질문을 드렸습니다. "아이와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아휴 시간이 어딨어요, 돈벌러 다니느라 바쁘지." "그러면 그 아이는 혼자 무엇을 해야할까요?" "아니 당연히 공부해야죠." "그러는 부모님께서는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셨나요?" "아니...." 저는 어릴 적에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서 오히려 책과 공부를 더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삼국지를 접했습니다. 이걸 너무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었습니다. 게임을 잘하고 싶던 저는 아버지에게 물어봤고, 아버지는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책이 이문열의 삼국지였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 제가 읽기엔 어려운 책. 그런데 하나하나 읽는데 읽어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삶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십니다. 퇴근 후에는 꼭 역사 다큐를 보셨고, 다큐가 끝나면 꼭 책을 손에 쥐셨습니다. 제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영어를 듣고 다큐를 보고 책을 봅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사오신 컴퓨터를 함께 만들고 그 책상을 함께 만들어 설치한 뒤로 게임을 접하게 되었죠. 게임이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내 세상에서 할 수 없던 것들을 여기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더 잘하려고 하다보니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역사적 사실에 재미를 느껴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돠었습니다. 그렇게 한자를 알게 되고 자연스레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이혼하시고 혼자서 더 많은 일을 해내셔야 했을 때도 그 습관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동생과 함께 더 게임을 오래 했으나, 또 다른 습관들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영어 라디오 역사 다큐 독서 그 세가지는 중학교 때 아무리 게임을 해도 성적 향상을 이끌었고, 어려서 접한 게임과 아버지와 함께 만든 컴퓨터에 대한 기억이 자격증 공부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건 어찌보면 간단합니다. 누가 나와 함께해주지 않습니다. 나는 홀로 시간을 보내야하고 그 선택을 하기 쉬운 쪽으로 흐릅니다. 밖을 나가도 같이놀 친구가 없고, 매일 하기 싫은 공부만 쌓여옵니다. 부모님은 바쁘고, 곁에 남는건 핸드폰과 컴퓨터 뿐. 결국 게임을 켜게 됩니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세상과 다릅니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고 나눕니다. 자기의 행동이 주는 영향을 체감합니다. 액션에 따른 리액션이 명확하니 재미를 느낍니다. 어느새 자신이 이룬 결과가 쌓여 자신을 뿌듯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이의 자신감. 아이의 자존감. 아이의 자긍심. 아이의 자부심. 그것을 만들어주는 것이 강요받은 공부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겪고 노력하는 게임에서 찾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더욱 게임을 놓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이룬 세상이 있는데 그것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감정, 그 경험을 이해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같이 하며 아이가 느끼는 것을 같이 느끼고 그것을 다른 무엇으로 또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경험은 아이에게 새로운 재미와 몰입을 주고, 자연스레 특정 하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것입니다. #게임 #공부 #육아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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