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별거 아니다'
아마 오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한번 정도는 말하거나 듣게 될 말이다. 그 과정을 이미 거쳐온 사람들이 수험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위로랍시고. 하지만 난 이 말에 10% 정도만 동의한다. 거의 동의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별거 아닌' 걸 하는 날에 공공기관들은 출근 시간도 조정을 한다. 경찰들과 구급대원들은 혹시나 발생할 일을 대비해서 긴장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개장과 폐장시간을 조정한다.
모든 버스들 앞에 해당 노선에 위치한 시험장 학교들의 이름이 붙어 있고 듣기평가를 하는 시간에는 버스 노선이 우회하기도 한다. 공항인근에 있는 학교들을 위해 이착륙시간도 조정을 한다.
부모들은 수험기간 동안 본인이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수험생 모드로 살고 본인이 믿는 종교에 힘을 조금이라도 빌어보고자 '100일 기도'같은 걸 여전히 한다. 본인이 쓰고 싶은 돈 아껴서 사교육비에 모두 지출한다.
이 모든 것이 오직 하나, 그리고 하루를 위해 일어나는 일인데 이게 어떻게 '별거 아닌'이 되는지 난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그 시절을 겪은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한 본인이 겪을 수 있는 여럿 이벤트 중 가장 중요하진 않겠지만 '별거 아닌'으로 치부할 만한 이벤트는 절대 아니다. 그리고 살다보니 '별거 아니었네' 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 옆에서 '별거 아니야'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주변에 수험생이 있어서 그리고 그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래서 위로를 해 주고 싶다면 잡소리는 넣어두고 그저 '고생했다' '수고했다' 라고 해주면 된다. 어쩌면 본인이 노력한 만큼 나름 공정하고 공평하게 결과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위에서 말한 '별거 아니다'의 10% 동의하는 부분은 듣고 싶지 않고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지만 본인의 노력에 비해 받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좋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이들의 소식이다.
절대 그 어떤 것도 본인의 목숨보다 중요한건 없으니 그런 점에선 틀림없이 '별거 아닌'것이 맞다.
오늘 하루를 위해 달려온 모든 분들 고생했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