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가 그린 그림, 18억원에 경매 낙찰
1.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다(Ai-Da)가 그린 그림 ‘A.I. God(첨부 작품 이미지)’이 경매에서 한화 약 18억 원(미화 1,084,800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낙찰된 작품은 인공지능의 신과 같은 존재로 불리는 앨런 튜링의 초상화를 그린 그림입니다.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로봇이 아니라, 영상에서 보실 수 있듯 인터뷰를 할 정도로 대화도 가능합니다.
2. AI로 그림을 생성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딸깍이’가 등장했습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그림을 만든다는 비난에서 비롯된 말인데요. 하지만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추론 과정을 거치고, 이번 사례처럼 정교하게 붓터치를 하며 그림을 완성한 경우도 같은 비난을 받을 수 있을까요?
3.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AI 아트나 NFT 아트 등 디지털 아트는 물성 있는 작품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모니터에 전시된 디지털 그림을 볼 때는 '신기하네. 이게 AI야?' '화려하네' 이런 반응을 하게 되지만, 미술관에 가서 오랫동안 명화로 사랑받는 작품을 직접 볼 때는 작품이 전달하는 에너지로 인해 그저 말문이 막히게 됩니다. 가슴에 찡한 감동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로 생성된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를 생성하고 3D 프린팅된 작품을 볼 때, 혹은 오늘 사례처럼 하나하나 붓터치로 완성된 그림을 볼 때, 명화를 볼 때와 같은 감동을 전달받게 될까요?
4. 알고리즘이 떠먹여주는 콘텐츠를 보고, 물건을 사고, 알고리즘이 유도한 대로 생각하는 지금의 우리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 능력을 갖춘 AI와 다른 점이 뭘까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 명령을 수행하는 AI와 정답을 좇아 정해진 대로 인생을 사는 우리가 AI와 다른 점이 뭘까요? 호기심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고 남이 시킨 일만 하고 남들이 정한 대로 인생을 산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우리 자신을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만약 우리가 이 대답을 찾지 못한다면 '아이다'와 같은 존재를 앞으로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인정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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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뉴스레터 'Daily Prompt' 387회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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