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담배 피기도 취미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소개팅을 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대중적인 대화 주제를 찾기 위해서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의 고유한 무언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에서 시작해, 어떻게 취미를 갖게 됐고, 어떻게 취미를 즐기고, 취미를 위해 어디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썼는지 들어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 본질이 보인다. 때문에 위 질문에 취미가 없다 라던가, 카페 탐방과 같은 너무 일반적인 취미를 언급하면 상대방에 대한 흥미가 확 사라진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주변인들은 내게 다양한 일침을 날린다.
"너무 눈이 높은거 아니냐?"
"초면부터 취미에 대해 디테일하게 얘기할 사람이 어딨겠냐?"
"너는 별 거 아니라 생각해도 그 사람은 취미일 수도 있지 않냐?"
다 충분히 합리적인 말인데, 유독 마지막 질문은 항상 머릿속에 맴돌곤 한다. 각자의 취미에 대한 정의는 다르겠지만,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야구경기 시청이든, 클라이밍이든, 카페 탐방이든 그 사람이 즐기면 취미이지 않은가. 그러면 이왕 카페 탐방으로 예를 들었으니, 카페 탐방도 그 사람에겐 충분히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단순히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취미가 될 수 있다 라고 하면 틈만 나면 연초를 피우는 것도 취미인가? 술자리에서 진탕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도 취미인가?
만약 위 질문에 바로 YES라고 답하지 못했다면, 여러분도 눈치챘을 것이다. 단순히 즐긴다는 행위가 취미로 정의될 수는 없다고. 취미가 즐거운 이유는 단순히 그 행위를 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하기 위해 스스로 나름 고민도 해보고, 분석도 해보고, 결과물을 도출했는데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받고, 성장을 위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즐거울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취미가 문화로 잡힌 환경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내가 선호하는 요소들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취미로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습관적으로, 기분이 안 좋아서 흡연을 한다고 하면 그건 취미로 봐줄 수 없겠다. 그냥 소모성으로 남들이 가본 예쁜 카페 가서 사진 찍고 커피 마시기는 (개인적으로) 취미로 봐줄 수 없겠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연초의 역사를 파고 들어 다양한 브랜드의 토바코도 피워보고, 담배를 둘러싼 행사를 참여하며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담배를 피운다라고 하면, 취미로 볼 수 있겠다. 만약 본인이 카페에 대해 본인 만의 평가기준이 있고, 그 중 취향을 적중당한 요소, 예상치 못한 요소, 감점 요소 등을 평가하며 종합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을 모으고 있다고 하면, (개인적으로) 취미로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