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현명한 바보는 소통도 잘 한다] 최근에 학회 행사에 참여해 현재 활동 중인 학회 후배들에게 커리어 관련 조언을 주는 선배 역할을 맡게 됐다. 내가 뭐라고 어린 친구들에게 조언을 준다지만, 그래도 험난한 취업시장이며 회사에서 살아남기도 3년 정도 미리 해봤으니 내가 아는 선에선 최대한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세션 중에 한 후배는 인턴 중에 팀장이 본인 직무 외적인 업무를 맡겼던 것에 의아했다고 답했다. 팀장님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원래 하던 업무에 추가로 업무를 줘서 능력을 인정 받은 것인지, 착취당한 것인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현재는 인턴 기간이 끝났지만 당시의 팀장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고 당황스러워 하는 후배에게 나지막이 질문을 던졌다. "혹시 팀장님에게 왜 이런 업무를 맡겼는지 직접 물어보셨나요?" 후배는 순수하게 놀란 표정을 보이며, 팀장님에게 물어볼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지금이야 그런 모습이 귀여워보이지만, 나 역시 학생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인턴 경험 조금 있는 학생이야 경력 아무리 나열해봤자 정규직에 비할 바는 안 되며, 결국 정성적인 "열정" "소통력" 부분을 어필할 수 밖에 없다. 정성적인 키워드 중 많은 학생들이 "커뮤니케이션, 소통"을 잘한다고 하지만, 정작 보면 소통보다는 "눈치"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팀장님이 말하지 않아도 알잘딱깔센하게 제시간에 업무를 처리하고, 시킨 것 외에도 제시할 줄 알고, 하나를 말해도 열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오래 친하게 지낸 사람이야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만, 회사사람 (심지어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이 뭘 안다고 말도 안하고 모든 것을 때려맞출 수 있을까. 오히려 눈치껏 예상만 하다가 나중에 일이 더 악화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이런 때 팀장은 나한테 중간에 한 번이라도 찾아왔으면 고쳐줬을텐데 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차라리 바보 머저리 같아 보여도, 심지어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이해가 안되면 될 때까지 질문을 던지는 게 낫다. 심지어 일하다가 팀장님이 요구하신 바가 이게 맞는지 헷갈리면 때려맞추려고 하지 말고 그냥 눈치 보지말고 물어보자. 소통이란 말 안해도 통하는 텔레파시 같은 것이 아니다. 몇 번이고 부딪히고 파고 파이고 하며 오랜 기간 끝에 맞춰지는 퍼즐 조각 같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주간 미팅이며, 보고서며 결국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팀장이 각 팀원들이 알아서 자기 일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과물만 받으면 필시 팀장은 본인이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른 심지어는 퀄리티도 떨어지는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주마다 팀원들이 팀장이 고안하고 있는 방향성대로 일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간미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괜히 회사에서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꽁꽁 숨기다 나중에 빅 똥을 주기 보다, 그냥 초반에 조금 얕보이고 나중에 실수할 일 없이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그냥 눈치보지 말고 질문을 마구마구 던지자. 아울러, 질문은 관심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비단 회사일 뿐만 아니라 이성친구와 사귈 때도 마찬가지다). 팀장 입장에서 사소한 하나라도 여러 번 질문하는 팀원이 있으면, 귀찮아도 챙겨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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