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찾아왔다. 예기치 못한 진단에 나는 두 달간의 휴직계를 내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심했다. 수술을 마친 뒤 한 달 반 동안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애썼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두 주 전, 나는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내가 머문 곳은 명상과 요가에 집중할 수 있는 리트릿 숙소였다. 방 안에는 명상용 책상과 간단한 다도 도구, 그리고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단출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이곳은 새벽부터 밤까지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그동안 흩어졌던 나의 마음을 천천히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말,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왔다. 나는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기분에 깊은 슬픔과 허무함을 느꼈다. 그렇게 맞이한 설날, 나는 다시 그 리트릿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아마도 그곳이 나를 다시 부른 이유는, 비워낸 마음에 새로운 평화를 채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당시 걷다 포기했던 올레길 2코스부터 다시 시작해, 3코스까지 완주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안 나는 지나간 슬픔과 이별의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올레길 위에서 맞는 바람과 파도 소리는 위로가 되었고, 나의 마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돌아와 다시 일상을 마주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지만, 또 어떤 날은 축복처럼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고난과 기쁨이 교차하며 그 자체로 완전한 삶의 일부가 된다.
제주에서의 두 번의 리트릿은 나에게 삶의 쉼표이자, 나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앞으로도 일상이 힘겨울 때면 나는 그곳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으며, 매일의 삶을 조금 더 감사하게 살아갈 것이다.
삶은 결국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작은 평온과 의미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