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짧은 일상 기록]
1. 최근에 동생과 대화를 나눌 일이 많아졌다. 원래도 남동생이랑 성격이 많이 달라 같이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티격태격 많이 싸우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서로 각자의 전공, 동아리, 친구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알아서 잘 살겠지 하고 거리를 두고 살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동생이 대학원생 전용 전형으로 S기업에 지원했는데 최종적으로 불합격을 받았다. 마음의 상처도 컸지만 이대로 시간을 허송세월 보낼 수는 없었기에 공채 시즌에 맞춰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야 동생보다 훨씬 일찍 취준생 시절을 거치고, 이직 경험도 있다 보니 동생의 취업준비 과정을 도와주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동생이랑 어디 지원할 지 이야기도 나누고, 자소서 및 면접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 보니, 그 어떤 때보다 동생이랑 오래 이야기 나눈 것 같다.
아무리 귀찮고 짜증나도 힘들 때 만큼은 가족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긴 한가보다.
2. 자소서 작성 때 만큼은 챗GPT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동생이 뒤늦게 L기업 채용공고를 발견해서 서류 마감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었다. 급하게 자소서 문항들을 봐줬고, 내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지원동기가 모호하거나, 장단점 문항에 성과를 나열했다 라던가 등 굵직굵직한 부분들은 손을 봐줬다. 그러나 전체적인 스타일을 다듬고, 오타도 수정하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도 했고, 나 역시 같은 문항들을 10번 이상 보는 시점부터 디테일한 부분을 잡기가 힘들었다.
이 때 챗GPT에게 자소서 답안을 보여주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글을 다듬어줬으면 하는지 입력하고 알아서 출력하게 냅뒀다. 1분도 안 되서 문장이 매우 자소서스럽게 잘 고쳐졌다. 찐 마지막으로 너무 GPT스러운 문장은 없는지, 인간적인 문장으로 고쳐야 할 내용은 없는지만 확인하고 결국 제 시간 안에 제출할 수 있었다.
물론 인간이 기입해야 하는 문장들 마저 초반부터 챗GPT에게 맡길 수는 없다. 그들은 내가 아니기에, 내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아예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러나 나 역시 인간으로써 내가 해낸 일, 느낀 점에 대해 감정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디테일하게 적어낼 때도 있다. 이런 부분은 AI가 감정 빼고 필요한 내용만 딱 잘 남겨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