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후기_교만한 지원자와 정중한 파티
너, 내 동료가 되라!
하지만 말이죠. 원피스의 루피도 모든 사람을 동료로 끌어들이지 않았습니다. 공격적인 채용을 하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용공고에 최소한의 내용을 걸어두고 지원자를 환영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모두를 환영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혹은 무조건 훌륭한 인재면 환영한다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 파티의 파티원 자리에 딱 알맞는 사람을 찾는 거였어요. 10가지 조건이 있디면 그 조건 중 몇 퍼센트까지 적합해야 채용되는 지는 아마 모두 다르시겠지요. 성향, 역량, 경력, 조직적합도, 조직적응 여부, 자격증 등등. 면접을 불러주셨던 C사는 그렇게 구하고 있는 파티원에 대한 명확한 형태가 잡혀있는 파티였어요.
파티는 왜 결성하나요?
길드나 동맹, 연대도 아니고 파티를요. 목적이 있어서입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고 나와 다른 특징과 강점을 가진 동료들이 모여야만 해결 가능한 목적이요. C사에서는 동료와 함께 해결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어떤 특성을 가진 동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안내되어 있는데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그런 동료였고 그런 동료가 될 수 있었죠!
제 부족한 서류의 어떤 지점이 닿은 걸까요? 저는 1차 면접 기회를 받았어요! 맙소사! 원티드/그리팅/유선으로 대화하며 면접 일정을 확정했어요. 1차는 조용한 회의실로 안내 받아 일대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회사의 핵심가치와 인재상에 대한 질문,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과 인성 관련 질문을 받고 저도 이런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었어요. 회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회사 자체에 대한 호감도 올라갔고 제가 만약 입사한다면 이런 저런 기회를 얻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면접은 종료 되었어요.
시일이 조금 흐른 뒤 2차 면접 제안을 받았습니다.
2차는 1차와 다른 사무실로 안내 받았어요. 전과 비슷하게 원티드/그리팅/이메일로 연락이 왔지요. 다만 면접장소가 다르다는 부분이 없어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 당일에 실수를 했을 수도 있을 거에요. 2차도 조용한 회의실로 안내 되었어요. 이번에는 삼대일 대면 면접이었어요. 각기 다른 부분을 키워드로 가지고 계셨고 채용 과정 자체에 대한 의견, 현재 채용 브랜딩에 대한 의견을 현장에서 질문하셔서 관련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1시간 정도 후 종료되었어요.
면접이 끝나고 배웅을 받으며 나왔어요. 회의실 5개는 모두 크기가 큰데다 청결했어요. 유리와 화이트, 그레이로만 이루어져 사무실 공간은 넓어보였어요. 테이블은 모두 양옆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고 각자 본인의 모니터에 집중하거나 작업물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음악은 없었지만 다들 편안해 보였지요. 팀웍과 관련된 도서들이 사무실 서가 몇 군데에 꽂혀 있었어요. 누구든 언제나 펴볼 수 있도록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말이에요. 심플한 공간이었어요.
저는 막연히, 나, 입사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어요.
부족한 부분이 무척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 교만한 생각을 한 이유는, 전체 과정을 통해 언급된 이번 채용의 핵심 키워드가 딱 저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건 정말 건방진 생각이었지 뭐에요. 제가 생각하는 그 키워드의 각진 모양과 회사가 필요로 하는 키워드의 각진 모양이 같기가 어려운데 말이에요. 새로운 여정을 위한 파티에 어떤 파티원이 들어올지, 들어왔을지 저도 사실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경험이었어요. 파티의 새 퀘스트가 성공하기를 저도 함께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