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험난한 정규직으로의 고난길] 최근에 같이 학회를 다녔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C기업에 취직했던 친구는 처음에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했고, 이후 정규직 전환 가능성과 함께 연장 제의를 받아 열정을 불사르며 1년간 열심히 다녔다. 그러나 C기업이 속한 산업 내 크나큰 악재로 인해 상황이 안 좋아졌고, 정규직으로 친구를 고용할 수 없다 판단을 내린 C기업은 그렇게 친구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규모 있고 유명세도 있는 기업이었던 만큼, 배신감도 들었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잡으려는 절박함으로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으나 소용 없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매사 긍정적으로 보는 친구였는데, 통화하면서 허탈함, 공허함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져 그저 마음이 아팠다. 계약직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내팽개쳐 버리니, 안정감 있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애초에 있는지 의심부터 든다. 게다가 뉴스에서 듣기로는 취업시장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경력 없는 신입은 아예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중고신입 조차도 경력 어필을 정말 잘해야 붙을까 말까다. 그러니 친구가 느끼는 불안감이 몇 마디 말로 해소될 수 없음은 뼈저리게 느껴졌다. 나 역시도 비슷한 상황에 여러 번 처해졌었기에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는 답답함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그러나 계약직 계약 만료로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고, 한 달 만에 이직에 성공한 나름의 유경험자로써 경험에 빗댄 조언을 주자면, 일단 암울함을 떨쳐야 한다. 세상은 잔인할 정도로 차갑고, 앞으로도 취업시장은 혹한기일 것이다. 디아블로의 세계관 같이 절망이 온 세상을 뒤엎는 곳에서 어떻게든 취직이라는 마왕을 무찔러야 하는 것이 취준생의 사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걸린 디버프부터 해제해야 한다. 우울함, 불안감, 분노 등 온갖 악감정은 일단 여행을 떠나서라도 풀자. 그래야 산뜻한 기분으로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테니까. 나 역시도 혼자 제주도 여행 간 주제에 가성비 있게 게스트하우스 같은 데 머물지 않고 자쿠지가 있는 비싼 숙소를 잡으며 온갖 럭셔리는 다 부리며 여행을 다녔다. 값은 비쌌지만 적어도 집에 돌아왔을 때는 후련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냈다면, 이제는 양으로 여기저기 승부보자. 이미 개발자, 회계사와 같은 나아가야 할 길이 정해지지 않은 문과직이라면 스스로가 아무리 전략적이고 조심히 기업을 찾고 지원을 해도 붙을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는 없다. 이전에 썼던 내 글에서도 100군데 기업 지원해서 약 10%에서 면접 기회가 왔고, 그 중 유일하게 한 곳에서 최종합격을 받았다 (즉 1%의 가능성이다). 나름의 기준 (회사의 매출, 산업, 커리어 발전성 등)은 잘 설정해야겠지만,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말고 일단 나와 방향성이 맞다 싶으면 다 지원하자. SSR을 뽑으려면 갓챠를 많이 돌려야 하듯이, 취직도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여기저기 많이 이력서 돌려봐야 운 좋게 얻어 걸리는 기업이 한 군데라도 더 생기지 않겠는가. 어떤 사정으로 신입을 뽑으려 하는 기업이 어떻게 나타날 지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저 운 좋게 기회가 닿기를 바라며 모수를 늘리는 것이 답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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