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주, 격일로 맞이하는 휴일에 요일 감각은 흐릿해진다. 어느덧 차가워진 공기를 마주하며, 몇 달 전 신청한 마라톤이 성큼 다가온 걸 실감한다. 오랜만에 참가하는 마라톤인 만큼, 뛰기 좋은 코스를 찾아 동네 곳곳을 달린다.
러닝을 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반복되는 발걸음에 맞춰 들숨과 날숨이 리듬을 타고, 자연스럽게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된다. 일을 할 때 떠올리던 여러 고민들도 러닝 속에서 흐려진다. 달리는 동안엔 단순히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삶에 대한 작은 깨달음들이 스며들곤 한다.
팬데믹 이후 다시 시작하는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다. 멈췄던 것들이 다시 움직이고, 느슨해진 마음과 몸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내딛는 발걸음은 그 자체로 삶의 메타포가 된다. 달리면서 느끼는 건 오롯이 ‘나 자신’과의 대화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내 속도로, 내 리듬을 찾으며 달린다. 그리고 그 속도와 리듬은 일상의 리듬과 닮아 있다.
달리기라는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앞으로의 한 걸음을 내디딘다.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해는 조금씩 짧아지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은 흔들림 없이 계속된다. 그게 바로 러닝의 매력이자 삶의 아름다움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