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일 근육" 이라는 단어가 와 닿기 시작했어요.
신체의 적색근과 백색근처럼,
일 근육에도 동일한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루틴한 일을 매일 실수 없이 해낼 수 있는 능력과
긴급으로 떨어지는 일도 이 악물고 기한 내 쳐내는 능력이겠지요.
신체의 근육이 한계에 부딪혀 찢어지고 다시 생성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처럼, 일 근육도 한계에 부딪혀야 생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한계에 부딪히고, 그걸 지나갈 때마다 일 근육이 커지는 경험을 했어요.
가장 첫 번째 경험은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부서의 전임자가 급하게 퇴사를 해버린 상황에서 회사의 존폐가 걸린 심사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인수인계 후 한 달 동안 2박 3일 외부 교육을 다녀오고, 보름은 새벽 2시에 퇴근을 하고 심사 2일 전부터는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심사 마치고 퇴근해서 2일 동안 일어나지 못했어요.
그 때 에너지 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셔서 지금도 마시지 않습니다.
당시 상황을 알면서 제가 자원했던 일이었습니다.
관련 부서의 지식은 없지만 유망한 부서였고, 그 경험이 저를 성장 시켜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심사는 통과했고, 당연히 회사 내 제 지위는 달라졌습니다.
이후 이직 시에도 유리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일을 해낸 경험은 제 일 근육의 토대입니다.
이후에도 일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은 수 없이 많지만,
늘 최초의 기억을 떠올리며 넘어섰어요.
지금도 일하면서 어려움이 생기면 그 경험을 돌아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에서도 그렇게 일을 쳐냈는데,
지금 이걸 못 해낼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뇌는 노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일 근육도 노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커진 부위는 작아지고, 약한 부위는 강해지며 점점 더 노련해지겠지요.
길지 않은 생에서 인생에 필요한건 익숙함이 아니라 노련함이라는 결론을 내렸던지라,
어제보다 노련한 오늘은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