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단상]
딱 뛰기 좋은 날씨다.
이런 날씨 흔치 않으니, 러닝화만 챙겨 후딱 밖으로 나갈 일이다.
1. 골똘한 편
나는 뭔가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편이다. 생각도 그래서, 한 번 꽂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뱅글뱅글 돌기도 한다.
어느날 책을 읽었는데 나와 같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러닝이 좋다고 한다. 전두엽을 자극해야 이성이 발달하는데 그 자극은 러닝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최고라면서. 책 제목도 '운동화 신은 뇌'이다. 실제로 오전에 유산소 운동을하고 공부를 시킨 미국의 공립 중학교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덧붙였다.
그래서 바로 시도해 보기로 작심했다. 내 인생에 러닝이라는 운동은 없었는데,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쿠팡에서 4만원대 미즈노 러닝화를 하나 사고 9만원대 샤오미 스마트워치도 샀다. 러닝 모자도 사고 엊그제는 트레일러닝용 가방도 샀다. 비싼 장비는 구매하지 않는다.
뛰다가 길가에 있는 오목거울에서 사진을 한장씩 찍는데 점점 살이 빠져 잘 생겨지는(?) 나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리고 뛰다가 잠시 멈춰 풍경이나 사람들 사진도 찍는다.
러닝 장비를 하나씩 갖출 때마다 기분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다.
2. 러닝의 효과
러닝의 효과가 있었냐고 하면 반반이다. 일단 체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는 방법도 터득했다. 전두엽 자극 효과는 있는 것 같지만 드라마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래서 반반이라고 표현했다.
러닝 후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는데, 일단 글이 쉬이 써지는 것 같긴 하다. 헥헥 거리는 숨을 고르며,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옷으로 대충 문지르며 글을 쓰는 기쁨은 확실히 만족도가 높다. 마치 러닝을 즐겨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지난주는 둘째가 새벽에 일찍 깨서 강제로 새벽 5시 근방에 기상했는데 그런 생활이 지속되고 하루 네다섯시간 밖에 안잤더니
피로감과 우울감이 밀려왔다.
이게 나의 힘들때 나타나는 디폴트 값이라고 한다면 이 값을 오른쪽으로 보정하는게 나의 생활의 목표이다. 보정값을 왼쪽으로 가지 않고 계속 앞으로 앞으로 끌어 오면서,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의 역치를 낮추는 것이다.
이런 다짐과 그 다짐의 결과인 러닝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비교적 빨리 우울에서 벗어났다.
생각이 많다는 건 우울에 취약하다는 말과 유사하다. MBTI 인프제는 사실 우울에 취약하다. 그래서 비슷한 엠비티아이를 만나면, 내가 니 마음 알지, 알지, 고생이 많다 싶어
유재석이 박수홍에게 조언했던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뛰어봐' 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