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단상. 셀프 케어 프로젝트 :: 그릇 모으기
배달 용기에 그대로 두고 먹고, 냄비에 그대로 두고 먹고, 양/크기 안 맞아도 그냥 대충 올려먹고. 서서 먹고...
이렇게 했더니 먹는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없고,
여유가 없고 정말 생존을 위해 먹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여유 있는 사람' 혹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굉장히 멀구나 싶었어요.
깨달음은 사실 진즉 있었지만 이 습관을 고치기 쉽지 않았어요.
저는 부엌일 자체를 싫어하고, 부엌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싫어했거든요.
그래도 최근 들어 하나씩 하나씩 습관을 고쳐간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제일 처음에는 일회용 스푼, 나무젓가락, 일회용 빨대 사용하지 않기로 시작했어요.
환영 오염 물질 나오는데, 그래도 가지고 있는 나무 식기를 쓰자 싶었어요.
빨대도 유리 빨대로 바꿨고요. 한 번씩 팍팍 삶을 수 있게 말이죠.
첫 번째 습관이 그런대로 잘 지켜진 후에는 음식 그릇을 쟁반에 담아서 먹자, 였어요.
그릇 바꾸는 게 귀찮으면 한상 차림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나무 쟁반에다가 나도 담아서 먹어보자 싶었거든요.
이 습관이 드는 데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 잡힌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담는 그릇도 하나씩, 하나씩 모으게 되었어요.
나무 그릇에 올리기 어울리는 것들로 말이죠.
또, 체험단으로 음료나 음식 리뷰를 하게 되니까 예쁜 식기가 하나씩 필요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 당근에서 하나 줍줍, 이러면서 조금씩 늘어나네요.
이 음식을 담음새 하나하나에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나를 아끼는 마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나에게 잘 맞고, 나에게 꼭 필요한 사이즈의 그릇만 한 벌씩 모으게 되었어요.
옛날에는 무조건 두 벌씩 짝수로 사야 한다, 뭐 이런 말도 많았는데요.
손님도 잘 안 오는데 무슨... 나한테 필요한 것만 사자 싶어서 짝은 하나도 없지만, 하나하나 다 제 마음에 드니까, 그릇 볼 때 참 행복하더라고요!
음식과 어울리는 그릇에 담는 센스를 더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도자기와 유리의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게 되었답니다.
자존감을 올리고 싶다, 나를 아끼고 싶은데 무엇부터 실천할지 잘 모르겠다면, 내 음식을 담는 그릇에 한 번 신경 써보시면 어떨까요? : )
모두들 맛있는 음식, 예쁜 그릇에 담아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