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워드 08. 대표병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짧지도 길지도 않게 적당히 살아본 바로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거 같다. '자리'가 주는 책임감으로 본인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하는 사람도 있고 '자리'가 주는 권한을 남용으로 본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조직의 능력까지 깍아먹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전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 내가 직접 본적이 없어서..... 대표병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본인이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에서 기인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가 해야 하는 일은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돈을 구해 오는 것'이다. 그 이외에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돈을 구해오는 것에 비하면 먼지같은 수준이다. 초기에 어느 정도 팀을 운영할 자금이 생기면 팀원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발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표병에 걸린 대표들은 본인이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주력한다. 그 대표적인 증상 2가지가 '마이크로 매니징' 과 '회의 중독'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말은 있어 보이지만 그냥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니까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질수도 있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대표는 사사건건 모든 것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간섭'을 하면 안된다. 본인이 창업 전에 그 분야에서 대단한 경력과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집중 타겟은 디자인이다. UI/UX 뿐만 아니라 마케팅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간섭을 한다. 전체적인 컨셉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버튼의 위치가 맘에 안든다는 둥, 배너의 크기가 맘에 안든다는 둥, 컬러가 이상하다는 둥. 그리고 이들의 특징은 그에 대한 정확한 디렉을 하지 않는다. 아니 디렉을 하지 못한다. 그럴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대단히 자주 대단히 오래 미팅 혹은 회의를 한다. 각자가 맡은 일의 진행이 어려운 수준으로. 기본 2시간 더 길게 하는 경우도 들은 적이 있다. 본인들이 1980년대의 대기업 총수인줄 아는 것 같다. 그들도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그리고 이런 긴 미팅의 결론은 항상 '없다' 이다. 다음 미팅에서 논의를 더 해 보자는 그런 결론이 참석했던 사람들을 더 힘빠지게 만든다. 긴 미팅에서 쓴 체력보다 더. 대표병에 걸린 대표들은 이런 상황들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다. 본인의 말에 대부분의 것들이 좌지우지 되고 미팅에서 이미 본인의 생각은 정해져 있는데 그것을 팀원들이 알아맞추기를 바라거나 다른 논리로 설득하기를 바라는. 그렇게 하다 팀원들이 본인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화를 내는 그런 지극히 찌질한 인성을 드러내는. 앞에 글에서 말한대로 퇴사율이 높고 회사 평점이 낮은 곳들의 거의 대부분은 대표가 대표병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건 본인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 이후에는 본인은 철저하게 본인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20세기 초반에 영국 의회에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 못하면서 이 자리 저자리 떠돌던 정치인이 한명 있었다. 그를 본 한 의원이 '저 사람이 의회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총리 뿐이다' 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그는 영국의 총리에 올랐고 2차 세계대전에서 본인의 국가를 잘 지켜냈다. 그렇다. 그는 '윈스턴 처칠'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긍정적인 발현의 대표적인 예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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