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내 손을 떠난 나의 글 :: 집착하지 않기
저번 일기에서 에디터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언제냐하면 내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 생각한대로 구현되었을 때, 라고 이야기했었죠.
이제는 그 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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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부터 전쟁입니다. 전쟁.
내가 아끼는 이 아이를 세상에 내보냈을 때는 온갖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콘텐츠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있다면 각자의 입맛에 맞게 수정/삭제 요청이 들어오는 일이 생길테고, 그렇게 성형에 성형(?)을 하다보면 처음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어요.
내가 낳은 그 녀석이 맞나 싶어질만큼 이라면 눈물이 앞을 가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 자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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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너무 인기가 없어서 고민일 수도 있어요.
나만 이 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때론 서글퍼지죠.
이 아이의 진가를 알아봐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하고, 왜 인기가 없을까 냉정하게 고찰해보기도 합니다.
약 인기가 하이점을 찍는다면, 굉장히 행복하고 더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건 이거대로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는 합니다. 앞으로 이런 글을 써야하나? 어떤 점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걸까? 왜 여기에 그렇게 반응하는거지? 등등.
그렇지만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대한 내 감정의 요동일 뿐이라는걸 깨닫습니다.
타인이 내가 만든 창작물을 보고 어떤 평가를 했는지에 따라 바뀌는 내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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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와 피드백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은 내가 그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느냐, 인 것 같아요.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말이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전히 내가 만든 이 결과물이 나는 좋은가? 아무 댓가 없이도 계속 할 수 있는가?
즐거웠다면, 된 거다.
내 손을 떠났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하는 것 같아요. 그게 에디터가 가져야하는 "미덕"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만은 내가 쓴 과정을 즐기고, 알아주고, 예뻐해주되, 내 손을 떠나 독립했을 때는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기.
안 되도 계속 연습할 것.
오늘도 화이팅!